(여기는 남아공)허정무호, '거함' 아르헨 공략포인트는

  • 등록 2010-06-14 오후 1:44:50

    수정 2010-06-14 오후 2:00:09

▲ 아르헨티나축구대표팀(사진=Gettyimages/멀티비츠)

[남아공 = 이데일리 SPN 송지훈 기자] 새로운 시작이다. 그리스를 상대로 기분 좋은 1승을 챙긴 한국축구대표팀(감독 허정무)이 남미의 강호 아르헨티나와 남아공월드컵 본선 조별리그 2차전을 치른다.

앞선 상대 그리스와는 전술, 플레이스타일, 선수 구성 등 모든 면에서 다른 팀인 만큼 새로운 각도에서의 준비가 요구되는 매치업이다.

◇ '아르헨'이라 쓰고 '역대 최강'이라 읽는다

디에고 마라도나 감독이 이끄는 아르헨티나는 조별리그 B조 최강자일 뿐만 아니라 남아공월드컵 본선 무대에 출전한 32개국 중에서도 최상위권으로 분류되는 강자다. 경기력, 경험, 자신감 등 모든 면에서 한 수 위다.

어느 포지션을 살펴봐도 우리가 뚫어낼 만한 약점을 찾기 힘들다. 최전방에서는 현재 세계 최고의 선수로 각광받는 리오넬 메시(바르셀로나)가 공격을 이끈다. 한국이 반드시 막아야 할 선수로 첫 손에 꼽는 '득점 기계'다. 카를로스 테베스(맨체스터 시티), 세르히오 아구에로(아틀레티코 마드리드), 곤살로 이과인(레알 마드리드), 디에고 밀리토(인터밀란) 등 지난 시즌 유럽리그 득점랭킹 상위권에 이름을 올린 공격자원들이 뒤를 받친다.

중앙미드필더 하비에르 마스체라노(리버풀)가 이끄는 미드필드진은 정교하고 화려하다. 공격과 수비에 모두 적극적으로 가담할 뿐만 아니라 조화가 잘 이뤄져 있다. 월터 사무엘(인터밀란)이 중심축 역할을 맡고 있는 디펜스라인은 견고하며, 공격지원에 능하다.

최근 여러 차례의 월드컵 무대에서 기량에 어울리는 성적을 내지 못해 실망을 안겼지만, 이번엔 다를 가능성이 높다. 조직력이 모자라 '모래알 군단'이라는 혹평을 들었던 이전 대표팀과 달리 메시, 마스체라노 등 팀을 위해 헌신할 수 있는 선수들이 즐비한 까닭이다. '아르헨티나의 유일한 약점은 디에고 마라도나 감독 뿐'이라는 우스갯소리가 나오는 이유 또한 여기에 있다.

허정무호가 '유럽의 복병' 그리스를 잡으며 상승세를 탄 건 사실이지만, 객관적인 전력에서는 아르헨티나에 한참 뒤진다는 현실까지 부인해선 곤란하다. 허정무 감독을 비롯한 선수단 모두가 아르헨티나전의 목표로 '승점1점'을 거론하고 있다. 비기기만 해도 성공적이라는 이야기다.
▲ 아르헨티나대표팀의 에이스 리오넬 메시(앞, 사진=Gettyimages/멀티비츠)


◇ 늦춰라, 그리고 뭉쳐라

아르헨티나와의 경기에서 허정무호가 노력해야 할 과제는 두 가지로 요약된다.

우선, 경기의 템포를 최대한 늦출 필요가 있다. 아르헨티나는 빠르고 잦은 패스워크와 과감한 드리블 돌파를 통해 경기를 풀어나간다. 허정무호가 만약 아르헨 특유의 속도전에 휘말릴 경우 제대로 된 반격의 기회를 잡기 어려울 수도 있다.

반대로 아르헨전에서 우리의 흐름대로 경기를 진행할 수 있다면 상대가 스스로 약점을 드러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남미 선수들은 기량에 비해 정신력(mentality)이 다소 부족하다는 공통점을 안고 있다. 쉽게 흥분하는 상대의 다혈질 성격 또한 '경기의 흐름'과 관련해 우리가 관심을 가져볼 만한 공략 소재다.

또 다른 과제는 '적극적인 수비 가담'이다. 지난 1일 오스트리아 티볼리-노이 슈타디온에서 치른 스페인과의 평가전이 좋은 예다. 당시 한국은 0-1로 패했지만, 후반 막판까지 짜임새 있는 수비전술을 유지하며 안정감 있는 경기력을 선보였다. 아르헨티나와의 경기 또한 비슷한 흐름을 유지할 필요가 있다.

수비축구는 '시원스런 공격'을 미덕으로 삼아 온 한국축구의 특성에 어울리지 않는 모습일 수 있다. 하지만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건 자존심이 아니라 승점이다. 템포를 늦추고, 최대한 뭉치는 수비전술이 필요하다. 지금은 방패를 정성들여 닦아야 할 때다. 창은 나이지리아와의 조별리그 최종전에서 마음껏 휘둘러도 늦지 않다.
▲ 허정무 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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