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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이데일리 SPN 이석무 기자] 18년의 프로야구 선수 인생을 마감하는 '대성불패' 구대성(41)이 은퇴에 대한 소감과 아쉬움을 솔직하게 털어놓았다.
구대성은 22일 대전 유성구 유성호텔에서 가진 은퇴 기자회견에서 "여러 해 몸과 마음이 힘들었다. 솔직히 아쉽고 미련이 남기는 마찬가지지만 30년 야구 하나만을 보고 달려온 이 야구를 내려놓을 때가 된 것 같다"고 밝혔다.
특히 구대성은 "한국에서는 선수로서 은퇴하지만 새로 출범하는 호주 프로야구에서 2년간 더 뛸 계획이다"라고 말해 완전한 은퇴가 아닌 새로운 도전의 시작임을 내비치기도 했다.
구대성은 1993년 한화 이글스의 전신인 빙그레 이글스에 입단한 뒤 한국, 일본, 미국 등 3개국에서 활약하며 한국 최고의 왼손투수로 이름을 떨쳤다. 특히 한국 프로야구에서는 1996년 다승 1위, 정규시즌 MVP, 1999년 한국시리즈 MVP 등을 수상하며 프로야구 역사에 큰 획을 그었다.
다음은 구대성의 은퇴 기자회견 일문일답.
-WBC 대회 때 이치로를 공으로 맞히면 1만엔을 주겠다고 했는데 당시 상황에 대해 말해달라
"배영수가 나와 대기실에서 피칭연습을 하고 있었다. 그 상황에서 이치로가 하지 말아야 하는 발언을 했다. 때문에 배영수에게 '이치로를 맞추면 내가 1만엔을 주겠다'고 약속했다. 결국 배영수가 맞혔고 내가 1만엔을 주면서 '잘했다'고 했다"
-메이저리그에서 랜디 존슨에게 2루타를 친 뒤 홈으로 쇄도했던 상황과 이후 어깨 부상으로 이어진 결과에 대해 말해달라
-한 시대를 풍미한 대투수였다. 그 때마다 라이벌이라 일컬어지는 선수들이 있었다. 본인이 가장 넘고 싶었던 선수나 자극이 됐던 선수는 누가 있었나
"정민철이나 송진우 선배는 내게 라이벌이 아니라 함께 가는 동반자라는 생각이 들었다. 서로 도와주는 관계였다"
-현역 시절 별명이 많았는데 가장 마음에 드는 별명은 무엇인가. 또 가장 애착이 가는 기록은 무엇인가
"'대성불패'라는 별명이 제일 마음에 든다. 투수로서 가장 처음 붙었던 별명이다. 기록면에서는 삼진왕을 한 번도 하지 못했다는 점이 아쉽다"
"늦은 나이였지만 꼭 가보고 싶었기에 일본과 미국을 선택했다. 일본이나 미국에서 후회한 적은 없었다. 거기서 재미있게 했기 때문에 야구를 오래할 수 있었다"
-현재 최고투수인 류현진이나 김광현에게 조언하고 싶은 얘기가 있다면
"류현진이나 김광현이 나이는 어리지만 우리나라 투수로는 최고다. 미국이나 일본은 아직 수준이 높다. 지금 공 보다 변화구 한 가지 정도 더 개발한다면 충분히 승산이 있다고 생각한다"
-야구인생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장면은 무엇인가
"한국시리즈에서 우승할 당시 조경택 포수와 포옹했을 때가 가장 기억에 남는다. 지금도 그 사진을 보면서 그 때를 떠올리곤 한다"
-향후 계획을 밝혀달라
"코치 연수를 갈지 고민을 많이 했다. 하지만 우리 아이가 호주에서 공부를 하고 있는데 때마침 호주가 올해부터 프로를 시작한다. 호주 스포츠위원회와 미국 메이저리그가 지원해 6개팀이 12월부터 2월까지 40경기를 치른다. 거기에 내가 참가하게 됐다. 호주야구협회에 공문을 보냈고 그쪽에서 흔쾌히 받아줬다. 호주에서 2년간 선수로 뛸 예정이다"
-호주에서 뛴다는 것은 은퇴가 아니라 또다른 도전인 것 같다. 어떤 팀에서 뛰게 됐나
"시드니 블루삭스라는 팀이다. 선수를 100%하는 것은 아니다. 미국에서도 많은 선수들이 온다. 꼭 코치로 연수를 하는 것 보다 시합을 하면서 더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비자신청이 들어갔고 발급되는데 6주 정도 걸린다고 하더라. 비자가 나오면 바로 나갈 예정이다. 계약은 아직 하지 않았다. 연봉은 내가 사절했다. 다만 2년간 뛸 수 있게 도와달라고 내가 부탁했을 뿐이다"
-18년 선수생활에서 가장 잊고 싶은 기억은 무엇인가
"잊고 싶은 경기는 없다. 다만 지금까지 야구하면서 졌던 경기는 생각하고 싶지 않다"
-프랜차이즈 스타로서 팬들에게 어떻게 기억되기를 기대하나
"아쉬움은 많다. 더 내가 떠남으로써 더 많은 후배들이 나올 수 있기 때문에 떠날 수 있을 때 떠나는게 맞다고 생각한다. 팬들에게는 가장 열심히 한 선수로 기억되고 싶다"
-영구결번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나
"영구결번에 대한 욕심은 없다. 후배들이 내 번호를 쓰고 싶다면 기꺼이 써도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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