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지난 3일(한국시간) 열린 메모리얼 토너먼트 3라운드에서 힘차게 샷을 날리고 있는 에릭 컴튼(사진=Gettyimages/멀티비츠) |
|
[이데일리 스타in 윤석민 기자] 지난 4일(한국시간) 미국 오하이오주 더블린의 뮤어필드 빌리지 골프장(파72·7265야드)에서 끝난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메모리얼 토너먼트는 타이거 우즈의 우승으로 막을 내렸지만, 화끈한 부활 쇼를 펼쳤던 우즈 못지않게 뜨거운 박수갈채를 받은 선수가 있었다. 지금껏 두 번이나 심장 이식 수술을 받고도 현역 프로 골퍼로 필드를 누비고 있는 에릭 컴튼(33·미국)이었다.
컴튼에게 이번 대회는 조금 특별했다. 지금 그의 몸속에서 뛰고 있는 심장은 4년 전 오하이오에서 살다가 오토바이 뺑소니 사고로 숨진 당시 26세 청년 아이작 클로스터만의 것. 새 생명을 부여받은 컴튼에게는 처음으로 PGA 정규 투어에서 뛰게 된 올 시즌, 오하이오 지역에서 치르는 첫 대회였기에 의미를 더했다. 이를 아는 수많은 갤러리도 컴튼의 플레이에 아낌없는 환호를 보냈다.
컴튼은 아홉 살 때 처음으로 심장에 이상 신호가 왔다. 뚜렷한 원인을 찾을 수 없이 심장의 수축 기능이 저하돼 가는 바이러스성 심근증이라고만 알려졌다. 생명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심장 이식 수술을 받는 방법밖에 없었고, 열두 살 때 처음으로 심장 이식 수술을 받았다.
그 뒤로 안정을 찾았지만, 프로 골퍼로 한창 활동하던 2007년 그에게 또 한 번의 고비가 찾아왔다. 갑작스러운 심장 마비로 죽을 고비를 넘긴 것. 2008년 5월, 두 번째로 심장 이식 수술을 받았다. 수술은 성공적으로 끝났지만, 의사는 선수로 활동하기에는 무리가 따른다며 그만둘 것을 충고했다. 하지만, 그는 지금까지도 끊임없이 도전하고 있다.
올해로 서른세 살인 컴튼은 이번 시즌 처음 PGA 정규 투어로 올라온 늦깎이 신인이다. 프로 데뷔는 2001년에 했지만, 지난해까지 PGA 2부 투어인 네이션와이드 투어에서 주로 활동했다. 2003년과 2004년 캐나다 투어에서 통산 3승을 올리기도 했다. 지난해는 네이션와이드 투어 멕시코 오픈에서 생애 첫 승을 거두고 그 해 상금랭킹 13위(23만9737달러·약 2억8000만원)에 올라 당당히 PGA 투어 출전권을 따냈다.
컴튼은 올 시즌 거의 모든 PGA 대회에 출전해 왕성한 활동을 하고 있다. 네 번의 컷 탈락을 경험했고 혼다 클래식에서 기록한 공동 26위가 가장 좋은 성적이었을 정도로 성적은 중하위권이었지만, 지금 그는 누구보다도 행복한 시간을 보내고 있다.
그는 지금도 심장 약을 매일 20알씩 복용한다. “매일 아침 눈뜰 때마다 심장이 제대로 뛰는 것에 감사한다”는 그의 골프를 향한 도전은 계속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