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1일 추가경정예산 편성 여부를 두고 한참 논란이 뜨거울 때 더불어민주당 상임 선거대책위원장을 맡고 있는 이낙연 전 국무총리가 라디오 방송에서 꺼낸 말이다. 황교안
그러나 이 전 총리의 발언은 어폐가 있다. 이 정부는 세금을 이럴 때만 쓰는 게 아니라 저럴 때도 쓰고 아무때나 쓴다.
올해 정부는 지난해(469조6000억원·본예산 기준)보다 9.1% 증가한 512조3000억원의 초슈퍼 예산을 편성했다. 사상최대다. 게다가 연초여서 재정 여력도 충분하다. 기재부는 예비비를 포함해 일단 있는 돈으로 해보고 그래도 부족하면 그때 가서 추경을 고민하겠다는 생각이었다.
그랬던 기재부 입장이 바뀐 건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달 24일 “과감한 재정 투입이 필요하다” 추경 검토를 지시한 이후다. 대통령 지시가 떨어지자 기재부는 불과 일주일만에 11조 7000억원짜리 역대급 추경안을 만들어 냈다. 이달 17일 종료되는 2월 임시국회 회기안에 추경을 상정해 통과시키기 위해 며칠 밤을 새우며 추경안을 만들었다고 한다.
시간에 쫓겨 사업별 경제효과 분석없이 ‘감’으로 예산규모를 책정한 탓에 곳곳이 구멍이다. 일례로 홍 부총리가 ‘킬러 아이템’이라고 자랑한 2조원짜리 소비쿠폰도 유효기간이 5년으로 길어 당장 얼어붙은 소비시장의 마중물 역할을 할 지 의문이다. 과거 메르스 때도 감염병이 진정되고 한 참 후에야 소비쿠폰을 꺼내 쓴 이들이 많았다. 유효기간을 단축하거나 늦게 사용하면 액면가를 낮추는 등의 보완조치가 빠진 채 기존 지역사랑상품권을 그대로 가져다 추경안에 끼워넣은 때문이다.
코로나19로 인한 경기침체는 이미 우려가 아닌 현실이다. 추경 아니라 더 한 일을 해서라도 경제회복의 불씨를 댕길 수 있다면 해야 한다. 그렇다고 이런 식으로 무턱대고 세금을 퍼붓는 방식은 곤란하다. 재난기본소득 지급에는 한해 국방비와 맞먹는 51조원이 든다. 결국 국민들 호주머니에서 나와야 할 돈이다. 세금은 이럴 때 쓰라고 있는 건 맞지만 이렇게 아무렇게나 막 쓰라고 있는 건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