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현지 ‘남겨지는 것’(사진=갤러리도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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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오현주 문화전문기자] 여인들의 일상 중 한 가지. 옷가지를 빨고, 마르기 전에 다듬고 또 줄에 넌다. 분명 어디서나 펼쳐지는 같은 풍경은 아닐 터. 더욱이 빨랫줄 밑 바닥에 누워 낮잠 중인 모습이라든가, 여인들의 차림과는 달리 빈가지뿐인 나무가 삐죽한 장면이라면. 그래도 사람 사는 ‘그렇고 그런 이야기’일 수 있는 건가.
작가 고현지는 ‘인간의 숙명’ ‘존재의 본질’을 덤덤하게 옮겨 놓는다. 사람이 어디서 나서 어디로 가고, 사는 일은 뭐고 죽는 일은 뭔지를 일상을 배경으로 잔잔하게 풀어낸다. 신비롭고 부드러운 질감에 단정한 채색이 돋보이는 ‘남겨지는 것’(2018)은 사생여행에서 보고 경험한 일을 재구성한 것이란다. “단편적으로만 정의할 수 없는 개념의 상대성, 다양한 인과관계로 얽힌 복잡한 삶의 구조를 표현하려 했다”고 전한다.
늘 봤던 화풍이 아니라면 작가의 경력 덕이다. 동양화를 전공한 뒤 중국으로 건너가 인물화를 공부했다. 치밀하게 공을 들여 정교하게 묘사하는 ‘공필화’에 날개를 달았다고 할까.
15일까지 서울 종로구 삼청로길 갤러리도올서 여는 개인전 ‘그렇고 그런 이야기들’에서 볼 수 있다. 비단에 채색. 116×150㎝. 작가 소장. 갤러리도올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