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2~65세로 정년연장…4대 연금·호봉제 개혁해야"

조영태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인구TF위원장 인터뷰①
"정년연장+연금개혁+노인연령+임금개편 함께"
"대통령이 힘있게 끌고 가는 직속 인구위원회로"
"미래 위기 대비 인구정책, 더이상 미뤄선 안 돼"
  • 등록 2022-05-06 오전 6:11:00

    수정 2022-05-06 오전 6:11:00

[이데일리 최훈길 기자] “저출산이 너무나 심각하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은 최근 조영태 서울대 보건대학원 교수를 만나 특단의 인구정책을 주문하면서 이 같이 말했다. 국내 인구학 권위자인 조 교수는 대통령직 인수위원회에서 인구와 미래전략태스크포스(TF) 공동자문위원장을 맡아, 윤석열 정부의 인구정책 밑그림을 그렸다.

역대 정부가 재정을 붓고 온갖 정책을 내놓아도 지난해 우리나라 합계출산율은 0.81명으로 세계 최하위였다. 조 교수는 지난 2일 이데일리와의 인터뷰에서 `윤 정부가 추진할 특단의 인구정책이 무엇인지`를 묻는 질문에 △정권에 관계 없이 윤 정부 이후에도 이어갈 인구정책 △대통령이 힘있게 직접 챙기는 민관합동위원회 조직 △정책·조직을 뒷받침할 인구정책기본법 기반이 핵심이라고 말했다.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인구와 미래전략TF 공동자문위원장을 맡은 조영태 서울대 보건대학원 교수. (사진=이데일리DB)


이를 위해 조 교수는 “62~65세로 정년연장, 4대 연금개혁, 노인연령 기준(현 65세) 상향을 동시에 추진해야 한다”며 “정년연장에 따른 기업의 큰 부담을 줄이려면 호봉제 임금체계부터 개편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조 교수는 각종 예상되는 반발에 대해선 “현행 인구 관련 법·제도·조직이 17년 전 과거에 맞춰져 있다. 이대로 가면 자영업이나 자원이 적은 소규모 기업일수록 악영향을 받는다”며 “미래 위기를 대비하는 논의를 더 이상 미룰 순 없다”고 강조했다.

-인구정책은 대통령 의지가 중요한데, 윤 당선인 입장은.

△윤석열 당선인을 인수위 기간에 만났는데, 윤 당선인이 인구 정책에 굉장히 많이 공감했다. 윤 당선인은 ‘저출산에 대응하는 정책을 더 많이 논의해 줬으면 좋겠다’고 얘기했다. 앞으로 윤 당선인이 취임해 인구 정책을 직접 챙길 것으로 기대한다.

-윤석열정부 인구 정책이 문재인정부와 다른 점은.

△3초(超)다. 인구 정책은 초(超)정부적, 초(超)당적, 초(超)부처적이어야 한다. 이런 정책으로 가야 대통령이 바뀌어도 정책이 계속될 수 있다. 이를 위한 조직이 갖춰져야 한다. 인구정책기본법을 만들고 민관합동위원회가 필요하다. 민관합동위원회 산하에 인구 조직이 꾸려질 수 있는데 아직 확정되지는 않았다. 중요한 것은 이 조직이 대통령이 힘 있게 끌고 가는 거버넌스가 돼야 한다는 것이다.

-대통령 직속 인구위원회를 만드는 것인가.


△기존 대통령 직속 위원회는 예산조정권·심의 권한이 없다. 이런 식의 인구위원회를 만들면 있으나 마나 한 조직이 된다. 제대로 된 인구 조직이 되려면 예산조정권, 심의 권한 등을 갖고 인구 정책의 큰 밑그림을 그리는 역할을 해야 한다. 대통령이 관심을 가질 수밖에 없는 인구 조직·법이 만들어져야 한다.

-조직을 꼭 신설해야 하나.

△현행 법·제도·조직이 17년 전 과거에 맞춰져 있기 때문이다. 2005년 저출산 고령사회기본법이 제정된 뒤 정부는 2006년부터 저출산 고령사회 기본계획을 세웠다. 이때 대통령 직속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가 출범했다. 당시는 지금처럼 출산율이 떨어지지 않았던 때다. 당시 출산율을 근거로 한 법·제도·조직이 상당 부분 이어져 오고 있다. 이제는 현 상황에 맞춰 범부처를 총괄하면서 미래를 대비하는 법·제도·조직이 있어야 한다.

-쟁점별로는 어떻게 접근해야 하나.

△새로운 인구 정책을 만들면서 정년연장, 연금개혁, 노인연령 기준 상향을 동시에 추진해야 한다. 정년연장 시기는 연금 수급 연령에 따라 달라진다. 노인연령 기준은 연금 수급에도 영향을 주고 노인복지에도 연동돼 있다. 3가지 쟁점을 한꺼번에 논의하고, 동시에 개편을 해야 한다.

조영태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기획위원회 인구와 미래전략TF 공동자문위원장이 지난 1일 서울 종로구 통의동 인수위 기자회견장에서 TF 활동 보고를 하고 있다. (사진=인수위사진기자단)


-정년연장은 몇 세까지.


△62~65세로 늦춰질 수 있다. 확정된 건 아니다. 정년연장을 몇 세까지 할지 결정하려면 늦추는 연령대에 따라 노동시장이 어떻게 될지 분석해야 한다. 연령대마다 인구 크기가 다르기 때문에 좀 더 봐야 한다. 무조건 65세로 정년연장한다고 못 박는 건 맞지 않다. 62~65세에서 종합적으로 봐야 한다.

-정년연장에 반대하는 목소리도 많다.

△이대로 가면 11년 만에 일하는 인구의 12%가 감소한다. 그러면 사회와 시장에 여파가 있다. 부자들이나 자원이 많은 기업은 문제 없다. 그러나 자영업이거나 자원이 적은 소규모 기업일수록 악영향을 받는다. 이들의 삶의 질이 악화한다. 그렇게 안 되려면 지금부터 준비를 해야 한다. 일하는 인구가 노동시장에 남아 있어야 한다.

-채용이 줄어든다는 청년들 우려도 있다.

△출생아 수를 보면, 인구 감소세가 2029년에 바닥을 찍고 2030년부터 출산율이 오를 가능성이 있다. 2030년은 2000년대 태어난 출생아들이 20대 후반에 노동시장에 들어올 때다. 이때는 지금보다 경쟁이 완화될 전망이다. 2030년에는 정년연장이 가능할 것이다. 그러면 노인뿐 아니라 노동시장에 진입한 청년들도 정년연장에 공감할 것이다. 지금부터 준비해야 한다.

-기업은 정년연장에 따른 인건비 부담을 우려한다.

△정년연장에 따른 기업의 큰 부담을 줄이려면 임금체계부터 개편해야 한다. 가만히 있어도 연봉이 오르는 호봉제 즉 연공서열식 임금체계를 바꿔야 한다. 2030년까지 연공서열식 임금을 약화시켜야 한다. 무조건 연봉이 올라가는 게 아니라 능력에 맞춰 임금을 받아야 한다. 이를 통해 생산성 증가를 유도해야 한다. 그리고 성과를 내기 위한 재교육 프로그램을 잘 만들어야 한다. 고용노동부, 교육부, 산업통상자원부를 비롯해 윤석열 정부의 인구 관련 민관위원회가 종합적인 논의를 해야 한다.

-공공부문은 호봉제 철폐에 반발할 텐데.

△공무원, 공공기관이 현행 호봉제를 원한다면 정년연장을 하면 안 된다. 과거에 공공부문에 정년연장을 먼저 도입한 뒤 민간으로 확산시키자는 주장이 있었다. 하지만 그렇게 가면 안 된다. 호봉제 임금체계를 개편한 곳만 정년을 연장해야 한다. 노조가 호봉제 개편을 하기 싫어하는 곳은 정년연장도 해선 안 된다.

-연금개혁은 어떻게.

△공무원·군인·국민·사학연금 등 4대 연금을 함께 개혁해야 한다. 현행 연금제도는 출산율이 오르는 등 한국 사회가 커질 때 만들어진 제도다. 문재인 정부 때 개혁했어야 했는데 못했다. 윤석열 정부에서는 반드시 개혁해야 한다. 공적연금개혁위원회 조직이 만들어진 뒤 연금개혁을 반드시 해야 할 것이다. 보험료를 더 많이 내고 덜 받게 하는 게 골자다.

-저출산·수도권 집중에 따른 지방소멸은 어떻게.

△문재인정부가 인구소멸 지자체 89곳을 정해 지원하겠다고 했는데, 이같은 방식에 반대한다. 지방소멸대응 기금으로 매년 1조원 씩 투입한다고 했는데, 이렇게 돈 쓴다고 인구가 늘어나지 않는다. 정부가 89곳을 지정한 뒤, 인구를 맞추겠다는 것으로 가면 안 된다. 오히려 그 반대로 가야 한다. 인구가 줄어드는 지자체를 통폐합한 뒤 대단위 메가시티로 행정구역을 묶어야 한다. 일례로 부산·울산·경남 등으로 지방 메가시티를 묶고 이를 키워 젊은 층을 유인해야 한다.

조영태 교수는

△1972년생 △고려대 사회학과 학사 △미국 텍사스대 사회학 석사·인구학 박사 △서울대 보건대학원 교수 △한국인구학회 이사 △한국보건사회학회 이사 △아시아인구학회 이사 △서울대 보건대학원 교수·인구정책연구센터 센터장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인구와 미래전략TF 공동자문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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