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롯데는 아직 완성형 팀이 아니다. 8팀 중 4위를 차지한 팀이며 아직 준플레이오프를 통과하지 못했다.
3일 사직구장에서 열린 두산과 준플레이오프 4차전은 롯데가 좀 더 높은 곳을 향하기 위해 무엇이 필요한지 보여준 한판이었다.
2-3으로 다시 뒤진 6회초 2사 1루. 마운드엔 좌완 강영식이 서 있었고 1루엔 이원석이 있었다.
이원석은 발이 빠른 선수가 아니다. 시즌 도루도 1개에 불과하다. 그러나 강영식이 초구를 던지는 사이, 2루 베이스를 훔쳤다. 공을 놓치기도 했지만 포수 강민호가 던져봐야 충분히 세이프 될 타이밍이었다. 그만큼 강영식이 완전히 투구폼을 빼앗겼다.
강영식은 이원석을 전혀 견제하지 않았다. 발이 느린 선수인 만큼 뛰지 않을 거란 계산을 한 듯 보였다.
두산은 준플레이오프서 불펜 운영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추가점이 절실했다. 반대로 롯데는 두산의 득점을 반드시 막아야 했다.
견제 능력이 갑자기 좋아질 순 없다. 하지만 포스트시즌 처럼 큰 경기서는 최대한 누수를 줄일 수는 있다. 잦은 견제를 통해 주자를 묶어 놓는 노력이 필요하다. 주자의 발 빠르기는 두번째 고려 대상이다. 두들긴 다리도 다시 두드려 봐야 하는 것이 바로 단기전 승부다.
물론 이원석에게 도루를 허용한 뒤 실점은 하지 않았다. 하지만 좀 더 주의를 기울였다면 좀 더 깔끔하게 이닝을 매조지할 수 있었다.
쐐기 스리런을 허용한 9회초 상황도 무척 아쉽다. 1사 2,3루. 투수 임경완은 타석의 정수빈을 상대로 볼 카운트 0-3로 몰렸다.
그리고 4구째 던진 싱커(134km)가 가운데로 몰려 들어가며 정수빈에게 벼락 같은 우월 스리런포를 허용하고 말았다.
1점이면 승부가 기울어지는 상황이었다. 그 어느때보다 집중력 있는 승부가 필요했다. 포스트시즌에선 '늘 하던대로만' 하면 안된다는 건 롯데 선수들이 더 잘 알고 있다.
*주(注) : 결과론과 가정(if)은 결과를 바꾸지는 못합니다. 결과만 놓고 따져보면 누구나 승자가 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결과론은 야구를 즐기 는 또 하나의 방법입니다. 모두 감독이 되어 경기를 복기(復棋) 할 수 있는 것은 야구의 숨은 매력이라 생각합니다. 만약애(晩略哀)는 치열한 승부 뒤에 남는 여운을 즐길 수 있는 장이 됐으면 합니다.
만약애(晩略哀)는 '뒤늦게 둘러보며 느낀 슬픔'이란 뜻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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