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기자칼럼]대체투자, 축제의 끝은…

  • 등록 2019-04-10 오전 6:00:00

    수정 2019-04-10 오전 7:29:35

[이데일리 송길호 기자] 투자결정은 감정의 산물일 때가 많다. 모호함, 변덕, 착각… 투자자 자신에 내재한 비합리성이 의사결정 과정을 지배하기 때문이다. 분위기에 휩쓸린 투자행태는 특정 자산, 특정 투자방식에 대한 쏠림으로 나타난다. 투자과열을 부추기고 급기야 시스템 위기로 전이될 수 있다. 잠재된 위험을 애써 외면하며 그대로 밀어붙이는 몰입상승(escalating commitment)의 함정이다.

국내 대체투자는 여전히 붐을 이루고 있다. 부동산·인프라 등 실물투자는 물론 올해는 PDF(사모대출펀드)에도 자금이 몰린다. 국민연금도 각종 연기금 공제회도 보험사도 심지어는 은행까지 경쟁적으로 투자에 나서는 모습이다. 저성장 저금리 기조가 표준이 된 투자환경에서 전통적인 투자방식에 한계를 느끼고 있기 때문일 터이다.

대체투자는 그러나 양적 팽창에도 불구하고 질적으로는 여전히 갈 길이 먼 것 같다. 유행에 따른 묻지마 투자, 쏠림현상이 시장흐름을 관통한지 오래다. 한 기관이 투자에 성공하면 이를 좇고 그러다 과열양상으로 치달아 수익률이 떨어지면 잠시 잠잠해지는 모습. 그러다 다른 기관이 새로운 딜에 성공하면 유사 딜이 쏟아져 나오는 패턴이 반복되고 있다.

쏠림은 모든 경제현상의 비극을 잉태한다. 개별 투자자의 부실은 각자의 몫이지만 투자자들이 집단 사고에 따라 유사하게 행동하면 얘기는 달라지는 법이다. 질병이 바이러스를 통해 온 몸에 전파되듯 집단 쏠림이 시장에 만연하면 투자과열, 버블로 이어지고 외부 충격이 다가올때 금융시스템 전체의 리스크로 전이될 수 있다.

10여년전 글로벌 금융위기는 쏠림의 결정판이었다. 위험이 도래할 확률은 극히 낮지만 일단 현실화하면 상상하기 어려운 파장을 일으키는 꼬리 리스크(tail risk)에 투자자들이 집단 베팅한 결과다. 오직 집값 상승만을 바라보고 불량 모기지를 무분별하게 매입한데서 엿볼 수 있듯 꼬리리스크에 올라탄 투자자들은 눈 앞의 이익에 급급해 잠재 부실은 외면하게 마련이다.

국내 금융시장에도 유사한 일이 재현됐다. 2000년대 중반 성행했던 저축은행 업계의 부동산 PF(프로젝트 파이낸싱)대출은 비이성적 과열의 전형이었다. 부동산 시장에 한파가 몰아치며 잠복해 있던 리스크가 수면위로 떠오르자 해당 대출에 무분별하게 올인했던 저축은행들이 우후죽순 무너졌다. 2011년 저축은행 사태의 비극이다.

대체투자는 기본적으로 복잡한 상품구조를 띤다. 돈을 장기간 묻어두는 대가로 수익을 얻는 방식(유동성 프리미엄)이다. 고수익이 가능하지만 그만큼 오랜 기간 리스크를 파악하기 어렵다는 얘기다. 이는 곧 투자자에겐 양날의 칼이다. 고수익을 얻는 비밀병기가 될 수 있지만 금융시장의 시한폭탄으로 전락하는 것도 한순간이다.

대체투자는 그동안 풍부한 유동성의 힘으로 흥청망청 잔치판을 벌여왔다. 경제성장세가 둔화되고 유동성이 축소기조로 전환될 조짐을 보이면서 이젠 본격적인 옥석가리기가 진행될 터이다. 음악이 계속 연주되면서 모두들 신나게 춤을 추고 있지만 그 음악이 멈출 날도 머지 않았다. 화려한 축제의 뒤안 길, 몰입상승의 함정에 빠져 부실위험을 외면해왔던 투자자들에겐 참혹한 현실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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