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혁신 핀테크기업 탐방]③"통신신용평가 통해 1800만명 금리단층 메울 것"

예정욱 핀크 부사장 인터뷰
10월 통신등급 전용 대출장터 개장
1000만원 이하 신용대출부터 제공
  • 등록 2019-06-17 오전 6:03:00

    수정 2019-06-17 오전 6:03:00

[편집자주] 올해 4월부터 금융혁신지원특별법이 시행됨에 따라 정부는 핀테크 산업 육성을 위한 금융규제 샌드박스(Sand-Box) 제도를 도입하고 각 금융회사의 아이디어를 혁신서비스로 지정했다. 이 서비스들에는 규제 특례를 적용하고 테스트 비용을 예산으로 지원할 예정이다. 본지는 혁신서비스 지정 기업 연속 인터뷰를 통해 △지정 서비스 내용 △소비자 효용 △혁신서비스 활성화를 위한 제도적 보완의 필요성 등을 짚어보고자 한다.





[이데일리 유현욱 기자] “가정주부, 학생 등 금융 거래 이력이 적어 관련 서류가 얇은 고객을 일컫는 신파일러가 국내 1300만명에 달합니다. 여기에 (대기업 직원·전문직 종사자가 아니라는 이유로) 제대로 된 신용등급평가를 받지 못해온 중신용자 500만명을 더하면 총 1800만명입니다. 이들이 통신신용평가를 통해 재평가돼 이전보다 합리적인 금리나 한도로 대출받기를 기대합니다.”

예정욱(사진) 핀크 부사장(CFO)은 지난 12일 서울 중구 을지로 파인애비뉴에 입주해 있는 본사에서 이데일리와 만나 “신용등급 간 금리차이가 큰 ‘금리단층’을 ‘통신등급’으로 메우겠다”며 이같이 말했다. 핀크는 지난달 15일 금융위원회로부터 혁신금융서비스로 지정돼 통신등급을 생성·제공하는 신용조회업을 수행할 수 있게 됐다. 이어 “이 같은 금융위의 결정은 핀테크 기업 입장에서 큰 부담이 되는 신용정보업의 엄격한 허가 절차를 완화시켜준 것으로 향후 성공적인 금융혁신의 발판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덧붙였다.

통신사 가입기간, 해외로밍·통화건수·소액결제 등 통신정보로 이른바 통신등급을 산출하고 이를 보조지표로 삼아 대출을 내어주는 비즈니스 모델은 핀크 설립 초기부터 관심사였다. 핀크는 하나은행과 SK텔레콤의 합작법인이다. 하나은행 이촌동지점장, 마포중앙지점장, 미래금융그룹 소속 부장을 역임한 예 부사장은 지난 2016년 핀크 설립작업을 진두지휘했다.

예 부사장은 “해외에서는 수년 전부터 활성화한 비금융정보를 활용한 신용평가 중 통신정보를 적용한 사례를 집중 연구했다”며 “해외 연구에 따르면 대출 승인율을 75%로 유지하되 연체율은 41% 경감시키는 효과가 있었다”고 설명했다. 꼬박꼬박 대출 이자를 갚을 능력이 충분한데도 전통적인 신용평가 방식으로 가려내지 못한 이들이 많았다는 얘기다.

이미 미국의 파이코(FICO)의 경우 통신료와 지불 결제 이력 등을 활용해 금융 이력이 부족한 1500만명의 신용점수를 산출하고 있고 렌도(Lenddo)는 통신료와 휴대전화 저장정보,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데이터 분석 결과를 대안적 신용평가점수로 활용하고 있다는 것.

이들처럼 핀크는 SK텔레콤이 고객 동의를 받아 모아온 수많은 통신정보 중 20~40개를 선별해 점수를 매기고 등급을 나눌 계획이다. 은행권, 제2금융권이 용이하게 쓸 수 있도록 기존 신용조회업체처럼 1000점(시중은행), 10등급제(나머지)다.

통신신용평가 때 이용된 변수는 부도율(90일 이상 연체한 차주의 비율)에 유의미한 차이를 유도하는 통신정보들이다. 상환이력, 현재부채, 신용거래기간, 신용거래종류 등 금융정보 중심으로 개인의 신용등급을 평가해온 나이스평가정보나 코리아크레딧뷰로 등과는 판이하리라 예상되는 이유다. 같은 사람이 한날한시에 신용등급을 조회하더라도 업체에 따라 등급에 차이가 날 수밖에 없는 것은 수집·보유하는 정보나 평가기준이 달라서다.

핀크의 혁신은 단순히 통신정보로 신용등급을 평가하는 모델을 만드는 데 그치지 않는다. 핀크는 오는 10월 자사 앱에 통신등급을 활용한 맞춤 대출장터를 개장한다. 금융회사가 대출을 받으려는 고객에게 구체적인 대출조건을 제시하면 고객이 금리, 한도 등 선호하는 조건에 따라 상품을 고르는 역경매 시장이다. 이는 대출모집인 1사 전속주의 규제 특례를 금융위로부터 신용조회업 겸업과 함께 적용받은 덕분에 가능했다.

예 부사장은 “4개 은행과 2개 저축은행이 먼저 통신등급 전용 대출상품을 내놓기로 했다”며 “상대적으로 점포 수가 적은 지방은행, 외국계 은행, 저축은행이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어 취급회사는 점차 늘어날 것”이라고 흥행을 자신했다. 당분간은 리스크관리를 위해 1000만원 이하 소액 신용대출 상품이 주를 이룰 것으로 예 부사장은 내다봤다.

대출뿐만 아니라 신용카드 발급에도 통신등급은 활용될 여지가 충분하다. 소득이 없어 가족카드를 발급받는 게 고작인 가정주부들이 본인 명의 신용카드를 발급받을 수 있는 길이 열리는 셈이다. 예 부사장은 “이를 위해 하나카드와 협의를 진행 중”이라며 “범용성은 카드 발급에 더 있을 것”이라고 했다. 일단 금융이력부족자를 상대로 한 대출상품에 집중한 뒤 카드상품으로 통신등급 활용처를 넓히겠다는 전략이다.

어렵사리 금융규제 샌드박스에 입성하는 건 성공했지만 풀지 못한 과제도 산적하다. 우선 SK텔레콤뿐만 아니라 KT, LG유플러스 등 나머지 대형 통신사 정보를 활용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 알뜰폰 사업자와 제휴 가능성도 열어 두고 있다.

영속적인 서비스를 위해서는 개인정보보호법, 정보통신망법, 신용정보법 등 데이터 경제 3법이 국회를 통과해야 한다. 혁신금융서비스로 지정돼 규제에서 자유로울 수 있는 기간은 최장 4년(2년+2년)이기 때문이다. 대출이자를 통신료에 합산해 납부하는 등 고객의 연체를 최소화할 수 있는 혁신적인 아이디어 역시 촘촘한 규제에 가로막혀 실현하기 어렵다. 그럼에도 예 부사장은 “피부로 느껴지는 금융혁신에 솔선수범하겠다”고 강조했다.

소셜 댓글by LiveRe

많이 본 뉴스

'나 홀로 집에' 이제 끝... 우리동네키움센터

이데일리

  • 04517 서울시 중구 통일로 92 케이지타워 18F, 19F 이데일리
  • 대표전화 02-3772-0114 I 이메일 webmaster@edaily.co.kr
  • 등록번호 서울 아 00090 I 등록일자 2005.10.25 I 발행인 곽재선 I 편집인 김형철
  • ⓒ 이데일리.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