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줌인]"美 대통령 얼마면 돼?"…66조 대부호 블룸버그 '쩐의 전쟁'

경선 전부터 선거판 뒤흔드는 블룸버그
66兆 세계 9위 부호, 美 중도 표 노린다
양당 정치 비판…중도실용적 면모 강해
트럼프의 견제…"성차별 논란 답변해야"
  • 등록 2020-02-18 오전 12:00:00

    수정 2020-02-18 오전 7:50:48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사진 오른쪽)과 민주당마이클 블룸버그 전 뉴욕시장. 트럼프 대통령은 올해 11월 미국 대선에서 공화당 대선 후보로 나설 게 확실하다. 블룸버그 전 시장은 민주당의 유력 후보로 떠오르고 있다.(사진=AFP 제공)
[이데일리 김정남 기자] ‘현금 폭탄(Waterfall of Cash).’

미국 일간 뉴욕타임스(NYT)가 최근 마이클 블룸버그 전 뉴욕시장의 선거운동을 빗댄 표현이다. ‘억만장자’ 블룸버그는 엄밀히 말해 아직 미국 민주당의 대선 경선 레이스에 뛰어들지 않았다. 하지만 이미 중도 대표주자로 자리매김하며 워싱턴 정가를 달구고 있다.

NYT에 따르면 블룸버그 선거캠프의 초급(entry-level) 현장 직원 연봉은 7만2000달러(약 8300만원). NYT는 “이 정도면 다른 선거캠프의 두 배”라고 했다. 미국 연방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블룸버그는 지난해 4분기 단 한 푼의 정치 후원금 없이 1억8800만달러(약 2223억원)를 선거자금으로 썼다. 좌파 대표주자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5000만달러)을 비롯해 피트 부티지지 전 사우스벤드 시장(3400만달러), 엘리자베스 워런 상원의원(3400만달러), 조 바이든 전 부통령(2300만달러) 등의 지출액을 모두 합한 것보다 큰 수치다. ‘쩐(錢)의 전쟁’에서 압도적인 위세를 떨치고 있는 것이다. NYT는 “어마어마한 지출이 블룸버그를 강력한 후보로 만들었다”고 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재력도 블룸버그 앞에서는 ‘구멍가게’에 불과하다. 미국 경제전문지 포브스에 따르면 그의 자산은 555억달러(약 65조6000억원·지난해 9월 기준)에 달한다. 세계 9위 부호다. 트럼프 대통령의 재산은 31억달러로 블룸버그 보유자산의 18분의1에 불과하다.

◇등판 전부터 부는 블룸버그 바람

‘블룸버그 바람’이 경선 등판 전부터 불고 있다. 제프 베조스 아마존 최고경영자(CEO),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 창업자, 워런 버핏 버크셔해서웨이 회장 등 세계적 갑부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차원이 다른 재력을 앞세워 미국 대선판을 흔들고 있다. 트럼프 진영도 일찌감치 견제에 나섰다.

17일(현지시간) 주요 외신 등에 따르면 켈리앤 콘웨이 백악관 선임고문은 폭스뉴스 선데이와 인터뷰에서 블룸버그의 성차별 의혹을 두고 “바로 현재의 이슈”라며 “그는 이에 대해 선거 전에 답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워싱턴포스트(WP)는 1980~1990년대 그가 설립한 회사인 블룸버그 LP에서 여직원들이 성차별을 당했다고 제기한 소송을 여러 건 확인했다고 보도했다. 블룸버그가 여직원이 임신했다는 사실을 알았을 때 낙태를 압박하는 등 여성에 적대적인 문화를 조장했다는 것이다. 콘웨이 고문은 “그가 여성 직원을 대했던 방식으로 안전하지 않은 직장문화를 만들었다”며 “그건 문제가 있다(that is problematic)”고 했다. 콘웨이 고문은 아울러 그가 뉴욕 시장으로 일했을 당시 인종차별 논란에 대해 “수치스럽다”고 맹비난했다. 블룸버그는 흑인과 라틴계 등에 대해 과잉 검문 정책을 펴 논란이 일었다. 부티지지 등 중도 표심을 두고 경쟁할 후보들도 블룸버그 견제에 나서고 있다.

블룸버그는 아직 민주당 경선에 등장하지 않았다. 조기 경선지인 아이오와주, 뉴햄프셔주, 네바다주, 사우스캐롤라이나주 등을 건너뛰고 다음달 3일 이른바 ‘슈퍼 화요일’에 집중하고 있다. 그럼에도 트럼프 진영이 그를 견제하고 나선 건 존재감이 그만큼 크다는 방증이다.

NYT는 “바이든이 조기 경선에서 몰락한 가운데 다른 후보들이 중도표를 쪼개고 있다”고 분석했다. 좌파 샌더스에 맞설 중도 주자가 아직 오리무중이라는 의미다. 블룸버그의 ‘몸값’이 더 오를 수 있다는 얘기다. .

◇정치적 정체성 모호한 실용 노선

그가 가진 건 돈뿐만이 아니다. 블룸버그가 3선 뉴욕 시장을 하는 과정에서 보인 중도실용적 면모는 또다른 정치적 자산이다.

그는 민주당에서 탈당해 2001년과 2005년 공화당 소속으로 뉴욕 시장에 당선됐고, 공화당마저 탈당한 이후인 2009년 무소속으로 과반 이상(50.7%)을 득표하며 3선에 성공했다. 시민들이 당적과 상관없이 블룸버그를 선택한 건 단연 실적 때문이다. 사업가 출신답게 당파를 떠나 ‘잘 먹고 잘 사는’ 실용 노선을 걸은 덕이다. 그 중에서도 손꼽히는 게 뉴욕을 최첨단 기술도시로 바꿔놓은 것이다. 뉴욕 맨해튼은 미국 서부 실리콘 밸리를 본 따 ‘실리콘 앨리(Silicon Alley)’로 불리고 있다.

블룸버그는 정치적 정체성이 다소 모호하다. 친(親) 월가적 성향은 공화당에 쏠려 있지만 총기 규제 찬성 등은 민주당과 의견을 나란히 한다.

스스로도 극단적인 양당 정치를 줄곧 비판해 왔다. 강성 좌파인 샌더스보다 ‘본선 경쟁력’ 측면에서 낫다는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블룸버그 바람은 대선판 전체에서 태풍의 눈이다. 이날 미국 인터넷매체 드러지리포트는 “블룸버그가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을 부통령으로 앉히는 러닝메이트를 검토하고 있다”고 했고, 주요 외신들은 이를 추종 보도했다. 블룸버그-클린턴 조합이면 대선판에서 큰 위력을 발휘할 수 있을 것이란 분석이다.

CNN 등은 “힐러리는 블룸버그의 부통령이 되지 않을 것”이라고 했지만, 블룸버그의 무게감은 힐러리가 런닝메이트로 거론되는 것만으로도 이미 증명됐다는 평가다.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는 “(큰 보도로) 폭탄이 터졌다”고 표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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