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갤러리] "마지막 획의 떨림 얻으려"…지근욱 '곡선의 자리'

2020년 작
색연필로 한줄 한줄 무수하게 그어낸 '수행'
일렁이며 흐르는 파문처럼…평면서 입체로
  • 등록 2020-04-03 오전 12:15:00

    수정 2020-04-03 오전 12:15:00

지근욱 ‘곡선의 자리’(사진=노블레스컬렉션)


[이데일리 오현주 문화전문기자] 끝없는 파문 혹은 진동. 한치의 흐트러짐 없이 정렬한 선들이 무심한 ‘움직임’을 끌어내는 중이다. 어디서 출발해 어디로 가는지 힌트도 없이 그저 ‘곡선의 자리’(Curving Paths 022·2020)란다.

작가 지근욱(35)이 무수히 긋고 그어 완성한 화면이다. 작가의 선긋기 도구는 색연필. 젯소(애벌처리로 바르는 흰 물감)를 바른 캔버스에 한줄 한줄 촘촘하게, 메우고 채우듯 그어낸다.

흥미로운 시도와는 달리 마냥 편치 않은 건 고된 작업이 보여서다. 웅크린 자세로 오랜 시간 수없이 반복한다는 과정. 그 시간을 견딜 수 있는 건 마지막 획의 떨림 덕이라고 했다. 마치 스위치를 올리듯, 화룡점정을 찍듯, 화면 전체에 신호를 보낼 수 있으니까. 일제히 살아나 일렁이라는 사인. 덕분에 지름이 2m쯤 되는 거대한 2차원의 원(평면)은 3차원의 공(입체)처럼 튀기 시작한다. 박자를 내고 리듬을 타고.

가끔 작업을 망치는 건 색연필도 캔버스도 아닌 ‘자신’이라고 했다. 잡념과 환경을 못 이긴 ‘삐끗’ 말이다. 결국 ‘수행’이었다.

4월 17일까지 서울 강남구 선릉로 노블레스컬렉션서 여는 개인전 ‘조율된 선’(Tuned Stroke)에서 볼 수 있다. 캔버스에 색연필. 180×180㎝. 작가 소장. 노블레스컬렉션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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