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유의 웹툰파헤치기]사람 답다는 것은?… 레진 ‘사람의 사이로’

김보통 작가의 신작, 우리의 근현대사 관통
5·18 등 우리사회 외면하고픈 역사 그려내
‘소외된’ 요괴가족 시선으로 한국사회 묘사
작가 “사람다운 게 무엇인지 질문 던지고파”
  • 등록 2020-07-11 오전 6:00:00

    수정 2020-07-11 오전 6:00:00

[이데일리 김정유 기자] 국내 웹툰시장이 최근 급격히 외형을 키우고 있다. 신생 웹툰 플랫폼이 대거 생기면서 주요 포털 웹툰과 함께 다양한 작품들이 독자들에게 소개되고 있다. 전연령이 보는 작품부터 성인용까지 다양한 스펙트럼을 갖고 있는 유료 웹툰들이 독자층도 점차 넓혀가고 있는 모습이다. 단순 만화를 넘어 문화로까지 확대될 수 있는 대표 콘텐츠, 국내 웹툰 작품들을 낱낱이 파헤쳐 본다.(주의:일부 스포일러를 담고 있습니다)

그림=레진엔터테인먼트


◇레진 ‘사람의 사이로’

한국은 피로 얼룩진, 비극적인 근현대사를 가진 국가다. 무고한 동족을 ‘빨갱이’로 치부하며 무자비하게 학살한 부끄러운 역사를 가졌다. 역사엔 정답이 없겠지만, 한국인 대부분은 우리의 근현대사를 되돌아봤을 때 자긍심보단 부끄러움이 더 앞 설 듯하다.(일부 사람들은 이런 근현대사 덕분에 한국이 발전하게 됐다고 얘기할 수도 있겠지만.) 부끄러운 역사이지만 ‘역사’는 제대로 알아야 제대로 된 힘을 발휘한다.

레진의 ‘사람의 사이’로는 이 같은 우리의 비극적인 근현대사를 소외받은 자들의 시각으로 그려낸 웹툰이다. 날카로운 시각으로 우리의 아픈 부분을 웹툰으로 표현하는 김보통 작가의 신작이어서 관심을 모은다. ‘사람의 사이’는 판타지와 현실을 오가는 작품이다. 배경은 한국의 근대와 현대이지만, 주인공은 요괴 가족이다. 사람과 벽을 쌓고 살아가는 순진무구한 요괴 가족들이 우리의 근현대사에 등장하는 비극적인 사건을 마주하며 느끼는 과정들을 그렸다.

웹툰 속 요괴 가족은 우리 사회의 소외된 자들을 의미한다. 안정된 기반 없이 정처없이 떠도는 소수층, 빈곤층 등을 뜻한다. 김보통 작가는 작품의 화자 역할을 하는 요괴 가족의 설정 배경에 대해 이렇게 얘기한다. “중간자적 시선을 통해 ‘사람다운 게 무엇이며, 사람답다는 말이 마냥 좋은 것인지’에 대한 질문을 던지고 싶었다.” 김보통 작가는 이번 웹툰을 통해 우리가 몰랐던, 또는 애써 외면하고자 했던 현실을 보여준다.

웹툰은 초반부터 5·18 광주민주화운동을 비춰준다. 계엄령에 따라 아무 생각없이 시내를 걷고 있는 일반 시민들이 한순간 ‘폭도’, ‘빨갱이’가 돼 버린 순간을 웹툰은 적나라하게 표현한다. 주인공인 요괴 가족은 ‘사람이 사람을 아무런 이유없이 죽이는’ 이 상황이 이해되지 않는다. 때문에 ‘사람들은 역시 상종하지 못할 천것들’이란 생각만 고착화된다. 40년이 지난 후에도 인간세계의 모습은 껍데기만 바뀌었을 뿐 변한게 없다.

작품 속 요괴 가족은 동화적으로 그려진다. 인간 세계가 현실적이다 못해 삭막한 것을 감안하면 너무나 대조적이다. 아직 2화밖에 연재되지 않은 탓(미리보기는 9화까지 공개)에 작품의 전반적인 스토리가 어떻게 흘러갈 지 알 수는 없다. 다만 그간 여러 작품을 통해 현실을 그대로 반영하는 김보통 작가의 스타일을 보면 근현대사 속 어두운 과거들이 다시금 소환될 것으로 보인다. 성인 독자들에겐 어두웠던 우리의 근현대사를 되돌아볼 수 있는 기회가, 학생들에겐 잘 몰랐던 과거의 현실을 제대로 알려줄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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