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도 잊은 날 없어"…44년전 실종된 딸, 유전자가 찾았다

경찰청 등 관계부처 '해외 한인입양인 가족찾기' 제도로 가족 찾아
44년전 실종 된 딸 찾기 위해 신문·TV 등도 활용했지만 허사
유전자 등록으로 미국에 입양된 딸 찾아…감격의 상봉
  • 등록 2020-10-18 오전 9:00:00

    수정 2020-10-18 오후 9:45:28

[이데일리 박기주 기자] “빨리 보고 싶어. 널 이렇게 볼 수 있다니 정말 꿈만 같아.”

지난 15일 오전 서울 동대문구에 위치한 경찰청 실종자가족지원센터. 사전 점검을 위해 잠시 켜진 화상전화로 서로의 모습이 잠시 보이자 센터는 이내 울음바다로 변했다. 44년 동안 딸을 찾아 헤맨 엄마와 미국에 입양돼 한국에 가족이 있는지도 몰랐던 딸이 얼굴을 마주한 순간이었다.

딸을 찾은 모친 이응순(78)씨는 울먹이는 목소리로 연신 “내 소원 다 풀었어, 잘 커줘서 너무 고마워, 사랑해” 등 말을 전했고, 미국 버몬트주(州)에서 화상전화로 가족을 상봉한 윤상애(47)씨 역시 “빨리 한국에 가서 가족을 안아보고 싶다”며 기쁜 마음을 표현했다.

44년전 실종된 딸을 찾은 가족이 15일 서울 동대문구 실종가족지원센터에서 비대면 화상통화 상봉을 하고 있다. (사진= 뉴시스)
할머니 손잡고 나갔다 돌아오지 못한 딸

이번 실종가족의 상봉은 경찰청과 외교부·보건복지부 등 관계부처가 합동을 시행하고 있는 ‘해외 한인입양인 가족찾기’ 제도를 통해 성사될 수 있었다. 재외공관에서 입양인의 유전자를 채취·분석해 한국 가족과 친자관계를 확인하는 제도인데, 이를 통해 친자관계를 확인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윤씨는 지난 1976년 6월쯤 서울에서 외할머니와 함께 외출했다가 실종된 후 같은해 12월 미국으로 입양됐다. 이를 알지 못했던 이씨는 딸을 찾기 위해 신문에 광고도 내고, TV프로그램에 나와 찾아보기도 했지만 소식을 들을 수 없었다. 혹시라도 딸을 찾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에 40여년간 장사를 하며 윤씨를 잃어버린 남대문시장 근처를 떠나지 못했다.

이씨는 “(딸을 찾지 못해)사는 게 재미없었다”며 “조금만 닮은 아이가 지나가도 혹시 우리 아이가 아닌가 하고 빤히 쳐다보곤 했다”고 토로했다. 그는 이어 “신문에 광고를 내기도 하고, ‘아침마당’에 나가 수소문해보기도 했지만, (다른 사람들은 가족을 찾는데) 나만 못 찾고 돌아와 속상한 적이 한두번이 아니었다”고 당시 심경을 전했다.

44년전 실종된 딸을 찾은 가족이 15일 서울 동대문구 실종가족지원센터에서 비대면 화상통화 상봉을 하고 있다. (사진= 뉴시스)
유전자 등록으로 美 입양된 딸 찾아

그러던 중 이들의 만남이 성사될 수 있었던 건 우연한 계기였다. 윤씨가 지난 2016년 한국인 입양자를 대상으로 진행된 프로그램에 참여했는데, 당시 한국에 방문해 유전자를 등록할 수 있도록 도움을 받았다. 그리고 이듬해 유전자 채취 제도를 알게 된 이씨도 등록하면서 둘의 친자관계 가능성이 확인됐다.

하지만 정확한 확인을 위해 유전자를 다시 채취해야 했는데, 귀국한 윤씨와의 연락이 어려웠고 한국에 다시 입국해야 하는 번거로움 등 탓에 확인이 지연됐다. 하지만 올해부터 재외공관을 통해 해외에서도 유전자 채취가 가능해졌고, 윤씨가 이씨의 친자인 것을 확인할 수 있게 됐다.

윤씨는 “내가 어렸을 때 아파서 버려진줄 알고 있었고, 친 엄마가 살아있는지도 몰랐었다”며 “유전자가 일치한다는 소식도 사기인줄만 알았는데 진짜라니 너무 기쁘다”고 말했다. 이씨는 “이렇게 먼 곳에 있는줄도 모르고 서울에서만 찾았는데, 어찌됐건 잘 살고 있으니 너무 즐겁다”며 “비빔밥과 불고기를 좋아한다는데 한국에 들어오면 꼭 해주고 싶다”고 설렘 가득한 계획을 말했다.

한편 이날 이 가족의 상봉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국가별 출입국 절차가 어려워 화상통화로 진행됐다. 이들은 코로나19 상황이 진정되면 직접 상봉할 계획이다.

김창룡 경찰청장은 “장기실종자 발견은 실종자 가정만의 문제가 아닌 온 국민의 염원이 담긴 숙원과제”라며 “이번 상봉이 더 많은 실종아동을 찾게 되는 기폭제가 되길 기대하며, 앞으로도 경찰은 장기실종아동 발견을 위해 다양하고 효과적인 방법을 강구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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