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졸속ㆍ마구잡이식 3ㆍ29 대책, 문제 모르면 그게 문제다

  • 등록 2021-04-01 오전 6:00:00

    수정 2021-04-01 오전 6:00:00

부동산 투기를 뿌리뽑는다는 명분 아래 정부가 지난 29일 내놓은 대책의 허점이 곳곳에서 드러나면서 학계와 공무원 사회의 반발이 거세지고 있다. 정부는 부동산거래신고법과 주택법 등 관련법을 개정해 투기로 얻은 부당이익의 3~5배를 환수하겠다고 밝혔고, 여당은 범죄수익은닉규제법을 소급적용하겠다고 했지만 법조계는 위헌 소지와 함께 법치주의 파괴 위험이 크다며 우려를 감추지 않고 있다. 재산등록 범위를 모든 공무원으로 확대하고 재산 변동과 형성 과정을 상시 점검받는 시스템을 마련하기로 한 데 대해 공무원들은 “160만 공무원을 잠재적 투기꾼으로 간주하는 졸속 결정”이라며 강력 반발하고 있어 후유증이 계속될 전망이다.

3.29 대책의 배경은 LH 사태로 드러난 우리 사회의 망국적 부동산 투기와 이를 이용한 공직자, 정치인들의 불·탈법 행위가 국민적 분노를 증폭시키고 민심 이반을 부채질한 데 있음을 부인할 수 없다. 4·7 재·보선 선거를 코앞에 둔 시점에서 비판 여론이 들끓고 정부 정책에 대한 원성이 높아지자 서둘러 짜낸 ‘불 끄기용 처방’이라고 봐도 틀리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아무리 그럴싸한 명분을 갖다 대더라도 논란 소지가 큰 내용을 처음부터 담고 나왔다면 그런 대책은 추진 과정과 앞으로의 효과가 보나마나다. 헌법에 명시된 불소급원칙과 기본권 과잉금지 원칙을 무시한 이번 대책이 아무 탈없이 실행될 수 있다고 생각했다면 정책 입안자들이 너무 현실과 민심을 몰랐거나 아니면 밀어붙이면 그만이라는 식의 ‘불통’이었거나 둘 중 하나다. 재산 등록을 현재의 4급 이상 공무원과 공공기관 임원에서 모든 공직자로 확대하는 내용만 해도 개발 정보나 투기와 거리가 먼 읍면동 사무소 직원과 벽지 학교 교사 등 음지에서 묵묵히 일하는 사람들이 어떻게 받아들일지 결과는 뻔하다.

정부는 졸속투성이 이번 대책을 재검토하고 현실에 맞게 조정하는 게 옳다. 정말로 부동산 투기를 근절하고 공직 사회를 맑게 만들고 싶다면 정부 핵심인사들과 유력 정치인들부터 솔선수범해야 한다. 이해찬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윗물은 맑은데 바닥에 가면 잘못된 관행이 많다”고 했다지만 고개를 끄덕일 국민이 얼마나 될지 먼저 따져 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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