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산·정책조정 다 쥔 기재부…예산은 대통령실로 넘겨야"

[만났습니다] 박상인 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 ①
"예산·정책 조정 한손에…투명성·책임성 약화"
"금융위 폐지하고 금융감독위원회 신설해야"
"공무원 중립성 위해 장관은 외부에서 임명해야"
  • 등록 2021-11-19 오전 7:03:00

    수정 2021-11-19 오전 7:03:00

[이데일리 임애신 기자] “기획재정부가 예산과 정책 조정 권한을 모두 가진 후 투명성과 책임성이 모두 약화했습니다. 기재부의 예산 기능을 떼어내 대통령실로 넘기고 기재부는 재무부로 재편해야 합니다.”

박상인 서울대학교 행정대학원 교수는 최근 이데일리와 서울 관악구 서울대학교에서 한 인터뷰에서 기재부가 ‘정부 안의 정부’ 역할을 하는 점을 문제로 지목했다. 박 교수는 대표적인 진보 경제학자 중 한 명이다. 모교인 서울대 행정대학원에서 교육자이자 연구자로서의 역할을 하면서도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등의 단체에서 활동하고 있다.

박상인 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재벌개혁운동본부장)가 최근 이데일리와 인터뷰를 했다. △1965년생 △동인고 △서울대 경제학과 △미국 예일대 경제학 박사 △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 △시장과정부연구센터 소장 △대통령직속 국민경제자문회의 거시경제분과 자문위원 △법무부 정책위원회 시민사회분야 위원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정책위원장 (사진=이데일리 이영훈 기자)


그는“기재부가 경제정책 총괄과 조종, 예산 편성, 공공기관 평가 등의 기능을 수행하면서 ‘기재부 정부’ 현상이 발생했다”며 “관료에게 정책 권한이 지나치게 위임되며 대통령 권한의 투명성과 책무성이 저하됐다”고 지적했다.

박 교수는 “예산 편성은 국정 운영의 핵심 수단”이라며 “국정 운영의 궁극적인 책임을 지도록 대통령 직속으로 편제해 정책 운영의 실효성을 높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음은 인터뷰 주요 내용이다.

-기재부 조직이 비대해져서 예산과 정책을 분리해야 한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기재부가 경제 정책을 총괄하는 부총리가 있는 부처이기는 하지만 정책 총괄권뿐 아니라 예산권도 쥐고 있다. 최근에는 사회 정책까지 포함해 전반적인 정책까지 책임진다. 기재부 역할이 많아져야 다른 부처로 자리가 생기고 영향력이 커지기 때문에 기재부가 마다하지 않고 일을 하는 유인이다. 기재부에 집중된 의사 결정은 청와대나 정치권에서 기재부에 책임을 전가하는 수단이 되기도 한다. 기재부 중심의 정책은 다른 정부부처의 위축을 야기하는 원인으로도 작용한다. 부처별 업무 책임성을 분명히 해야 권리와 책임의 불일치가 없어질 것이다. 기본적으로 투명성과 책임성이 중요한데 기재부가 예산과 정책 조정을 해 두 가지 모두 약화했다.

-그렇다면 예산과 정책을 어떻게 구성하는 것이 이상적인가.

△경제부총리는 폐지하고 대통령정책실 정책실장이 경제·재정정책 수립 및 총괄, 조정 기능을 수행해야 한다. 정부의 정책 집행은 조직과 예산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불가능하다. 조직은 한 번 구성되면 장기적으로 가는 반면 예산은 매년 만들어지기 때문에 미국처럼 대통령실에서 예산을 편성하는 것이 맞다. 우리나라와 같은 대통령 중심제 국가에서는 대통령이 정책에 궁극적인 책임을 지겠다는 자세가 필요하다. 그러기 위해서는 정책에 필요한 예산 편성권을 대통령이 책임지고 해야 한다. 지금의 기재부는 재무부로 재편하고 예산 기능은 대통령실이 기본적으로 가져가는 안을 제시한다. 기재부에 있는 나머지 정책 조정 기능도 청와대 정책 실장이 하는 게 맞다고 생각한다.

-금융정책 역시 한 부처 안에 감독과 산업 육성이라는 정책이 충돌한다는 지적이 있다

△금융위원회는 폐지하고 금융감독위원회를 신설하면 된다. 이렇게 하면 현재 발생하는 금융감독과 금융산업정책의 이해 상충을 방지할 수 있다. 예를 들어, 라임과 같은 금융사고가 발생했을 때 강하게 처벌을 해야 다음에 사고를 방지할 수 있다. 그런데 금융기관이 소비자에 돈을 많이 물어주면 금융회사의 건전성이 약화하게 되는 문제가 발생한다. 내부적으로 소비자보호보다는 건전성 확보가 더 세기 때문에 금융 소비자보호라는 기능이 약해지는 것이다. 금융감독위원회가 금융감독을 전담하고, 국내외 금융정책 총괄 기능과 금융공기업은 재무부로 이관하면 거시건전성 감독은 재무부가 주무부처가 된다. 또 지금의 금융감독원은 폐지하는 대신 기능을 분리해 금융건전성감독원과 금융시장감독원을 신설하는 방안을 제시한다.

-장·차관이 향후 정치권으로 진출하는 것에 대한 논란도 끊임없이 제기된다.

△공무원이 정치적 중립성을 지키기 위해 장관은 공무원이 아닌 외부에서 임명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장·차관을 하고 퇴임한 공무원과 그렇지 못한 공무원은 퇴임 이후 여생이 다르다. 경제적 수익부터 사회적 지위까지 차이가 커서 승진에 목을 매게 된다. 국장급부터는 자리 담보를 위해 정치적 관계가 중요해진다. 이 때문에 정권이 바뀌면 줄을 서고 눈치 보는 일이 발생하게 된다. 미국 트럼프 행정부 때 대통령이 위법 행위를 했다고 판단해 공무원들이 사표를 내고 나갔다. 우리는 그런 공무원을 찾아볼 수 없는 게 현실이다.

-공무원의 정치적 중립을 구조적으로 보장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

△지금은 우직하게 자기 할 일을 하는 사람은 도태하고, 정치적인 사람들이 출세한다. 나중에 이런 사람들이 OB가 돼서 여전히 공무원 사회에 영향력을 행사한다. 기재부와 금융위원회 등의 모피아(재무부+마피아)가 대표적이다. 이런 악순환 고리를 끊기 위해서는 직업 공무원은 안전성을 보장해 주고, 장관은 정치인이든 전문가든 정치적인 임명을 하는 것이 맞다고 생각한다. 공무원들은 그런 집행을 돕되, 그것이 법적으로 문제가 있거나 무리하게 진행될 경우 견제하는 역할을 하도록 하는 것이 우리가 전문 공무원 제도를 운영하는 취지다.

-공무원 조직의 인사 적체도 문제다.

△인사 적체가 심한 데다 작년과 올해 추경을 여러 차례 하다 보니 일이 많다. 원래 기재부가 가장 인기 있는 부처 중 하나인데 지금은 인기가 떨어졌다. 이유가 있는 것이다. 기재부 과장급 밑의 공무원들 생각은 ‘내가 열심히 해서 윗사람이 몇 사람이 출세한다’는 생각을 한다. 충성도와 사기가 떨어질 수밖에 없다. 기재부에 승진에 대한 욕구는 훨씬 강하고, 자격이 있다고 생각하지만 실질적으로 공무원 조직에서 올라갈 수 있는 자리 경쟁이 더 심하다. 인사 적체 문제가 심한 부처 대부분이 인기 부처다. 성적 좋은 사람들이 모였는데 경쟁은 그만큼 치열하다 보니 불만이 나오는 것이다.

-인사 적체를 해결할 방안이 있나.

△직급과 직책을 분리하면 완화할 수 있다. 공무원 조직이 군대처럼 계급 정년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실제 계급 정년처럼 움직인다. 예를 들어 직급이 올라갔는데 직책을 제대로 못 받는다, 또는 후배가 승진하면 옷을 벗고 나가는 게 관행처럼 됐다. 이는 상명하복 문화다. 직급과 직책을 일치시키다 보니 인사 적체가 발생하는 것이다. 연공 서열로 임금이 오르듯이 연공서열 임금 체계는 완화하되, 직급 승진은 특정 조건이 되면 부처에 상관없이 올라가는 게 맞다고 생각한다. 급수 조정도 필요하다. 행정직은 5급 공무원으로 들어가는데 6급에서 시작하는 게 맞다고 생각한다. 20대 중반의 청년이 공무원이 되지마자 5급 사무관을 한다는 것은 업무의 책임성이나 전문성면에서 문제가 있다고 본다. 6급부터 시작을 하게 되면 인사 적체 문제나 공무원 정년 문제 등이 해결될 것이다. 공무원으로서 열심히 일을 하고 정년을 채워서 나올 수 있게, 이후 연금으로 대부분이 살 수 있는 방향으로 가는 게 맞다.

-외부 공채로 공무원 사회에 진입한 경우 상황이 어떤가.

△민간 경력채용을 통해 전문직을 뽑는다. 이들 나이가 보통 35~45세 정도인 상태에서 5급으로 들어간다. 고시를 보고 온 사람은 평균 30세인데 같은 선상에서 출발한다. 그러면 민경채에 들어간 분들은 결국은 서기관 정도에 그친다. 민경채에 좋은 사람이 갈 유인이 없어지는 것이다. 미국의 FTC나 DOJ는 행정직과 전문직을 분리해서 뽑는다. 전문직은 행정직 같이 직책이 빨리 올라가지 않고 높이 올라가는 경우도 드물다. 대신 다른 연구기관에 갔을 때보다 더 많은 월급을 준다. 전문가로서 충분히 연구를 하고 의견을 낼 수 있는 환경도 보장된다. 우리나라는 행정고시는 똑똑한 친구들이 공부를 해서 합격하지만 학력이 대졸이다. 전문성이 요구되는 시대에 반복적인 행정 일을 하다 보면 종합적인 판단 능력이 생기기 어렵다. 그래서 그런 것들을 서포트해 줄 수 있는 전문직 또는 전문직이 필요한 이유다. 공무원 임용 제도를 바꿀 때가 왔다고 본다. 공정거래위원회나 금융위원회, 환경부 등이 먼저 이 제도를 도입할 필요가 있다.

이데일리
추천 뉴스by Taboola

당신을 위한
맞춤 뉴스by Dable

소셜 댓글

많이 본 뉴스

바이오 투자 길라잡이 팜이데일리

왼쪽 오른쪽

스무살의 설레임 스냅타임

왼쪽 오른쪽

재미에 지식을 더하다 영상+

왼쪽 오른쪽

두근두근 핫포토

  • 돌발 상황
  • 2억 괴물
  • 아빠 최고!
  • 이엘 '파격 시스루 패션'
왼쪽 오른쪽

04517 서울시 중구 통일로 92 케이지타워 18F, 19F 이데일리

대표전화 02-3772-0114 I 이메일 webmaster@edaily.co.krI 사업자번호 107-81-75795

등록번호 서울 아 00090 I 등록일자 2005.10.25 I 회장 곽재선 I 발행·편집인 이익원

ⓒ 이데일리.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