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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계에 부는 ‘직급 파괴 바람’…왜?

[조직문화 바꾸는 기업]④
CJ·삼성전자 등 올해 임원 직급 체계 단순화
한화·현대중·SK그룹 등 일찌감치 직급 통합
직원 간 호칭도 ‘님’·‘프로’·‘매니저’로 간소화
업무효율 높이고 수평적 조직문화 조성 목적
  • 등록 2022-01-17 오전 6:45:00

    수정 2022-01-17 오후 9:16:36

[이데일리 박순엽 기자] 새해를 맞아 인사와 조직 개편을 단행한 기업들 사이에서 직급을 파괴·통합하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직급·연차가 아닌 개인 능력·성과를 중심으로 업무를 부여하고, 인력을 유연하게 활용할 수 있는 인사 제도를 통해 직원들의 역량을 끌어내겠다는 전략이다. 기업들은 수평적인 조직 문화를 위해 직급과 함께 호칭 통합에도 나서고 있다.

이재현 CJ그룹 회장이 지난해 11월 3일 동영상을 통해 중기 비전을 밝히고 있다. (사진=CJ)
17일 재계에 따르면 CJ그룹은 올해부터 사장·총괄부사장·부사장·부사장대우·상무·상무대우로 나뉘었던 6개 임원 직급을 ‘경영리더’라는 하나의 직급으로 통합했다. 그동안 대기업에서 임원 직급을 2~3단계로 축소한 적은 있지만, 사장급 이하 임원을 단일 직급으로 운용하는 사례는 CJ가 처음이다.

이에 앞서 삼성전자도 지난해 발표한 2022년도 정기 인사부터 부사장·전무 직급을 통합해 사장 이전의 임원 직급 체계를 부사장·상무 등 2단계로 단순화했다. 한화그룹과 현대중공업그룹은 지난해 8월과 11월 각각 상무보 직급을 폐지해 사장 이하 임원 단계를 사장·부사장·전무·상무 등 4단계로 줄였다.

이 같은 임원의 직급 파괴·통합 움직임은 SK그룹에서 시작됐다. SK그룹은 2019년 8월 상무·전무·부사장 등의 구분을 없애고 사장 아래 임원 직급을 부사장으로 일원화했다. 현대자동차그룹도 같은 해 이사대우·이사·상무 직급을 상무로 합쳤다. LG그룹은 2017년부터 주요 계열사 직원들의 직급 체계를 기존 5단계에서 사원·선임·책임 등 3단계로 통합했다.

직급을 통합하는 만큼 호칭도 점차 간소화되는 분위기다. CJ그룹은 2000년부터 모든 직원을 ‘님’이라고 부르기 시작했고, 삼성전자는 2017년부터 임직원 간 호칭을 ‘님’으로 통일하되 업무 성격에 따라 ‘프로’, ‘선후배님’ 등 수평적 호칭을 쓰도록 했다. 현대자동차그룹도 사원·대리를 ‘매니저’, 과장급 이상을 ‘책임 매니저’로 부르도록 단순화했다.

또 올해부턴 LG경영연구원과 LG에너지솔루션이 ‘님’이라는 단일 호칭 체계를 사용한다. 롯데쇼핑 이커머스 사업부도 최근 팀장 이하 직원들의 호칭을 직급이 아닌 ‘님’으로 통합했다. 포스코ICT는 기존 사원·대리·과장·차장·부장 등 직급 호칭을 폐지하고 모두 ‘프로’라는 단일 호칭으로 통일하기로 했다.

(사진=이미지투데이)
이처럼 주요 기업들이 직급을 파괴·통합하고 호칭을 간소화하는 데에는 기업 조직이 변하지 않고선 살아남기 어려울 것이란 두려움이 자리하고 있다. 전례 없는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사태, 글로벌 시장 경쟁 격화 등에 대처하려면 의사 결정 속도가 중요한데, 직급이 줄어들면 그만큼 거쳐야 하는 사람이 줄어들면서 사업 속도를 높일 수 있다.

아울러 직원 간 호칭을 간소화하는 방법으로 위계적인 조직 문화를 수평적으로 바꿔 젊은 인재를 유치하려는 전략도 담겨 있다. 호칭의 격을 없애 수직적 권위와 위계서열에 대한 MZ세대(밀레니얼+Z세대)들의 거부감을 줄이겠다는 의도다. 기업들은 임직원 간 자유롭게 의견을 교환하는 과정에서 업무 효율성과 창의성 등이 높아지리라고 기대하고 있다.

이 때문에 앞으로도 직급을 파괴·통합하거나 임직원 간 호칭을 단순화하는 인사 제도가 재계 전반에 퍼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30~40대 젊은 총수의 등장으로 재계 분위기가 일부 달라진 건 사실”이라며 “기업으로선 직급을 파괴·통합하는 인사 체계는 인사 적체와 연공서열에 따른 급여 지출을 줄이는 효과도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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