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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핀테크(Fin Tech) 강국, 중국에선 말이나 이론을 뜻하는 ‘핀테크’라는 말이 없다. 중국의 핀테크는 이미 사람들의 일상생활 속에 깊숙하게 스며들어 있었다. 한국에선 금융당국이 최우선 과제로 팔을 걷어붙였지만 정작 중국에선 핀테크라는 용어조차 낯설었다. 중국인들은 자연스럽게 QR 코드를 찍어 상품결제를 하고, 알리바바의 ‘위어바오(고금리 인터넷 예금상품)’에 투자를 했다.
사실‘금융 후진국’ 중국에서 핀테크의 발달은 이외다. 그렇다고 중국 정부가 강력한 의지로 밀어붙인 것도 아니다. 중국의 핀테크는 철저히 자생적으로 발전했다. 위로부터의 개혁이 아니라, 사람들의 필요에 따라 자연스럽게 생겨난 ‘금융 서비스’일 뿐이다. 김상민 평안보험 주임은 “중국에선 정책적으로 핀테크가 나온 적이 없다”며“정부가 핀테크를 만들어서 한 것이 아니라 오히려 금리 규제의 틈을 뚫고 자생적으로 발생했다”고 설명했다.한국의 핀테크 열풍이 정부주도로 이뤄지고 있다면 중국은 시장에서 자연스레 발생한 핀테크라는 것이다.
세계최대 상거래회사 알리바바, 금융사로 변신
중국 핀테크 중심에는 세계 최대 전자상거래 업체 알리바바가 있다. 하루 평균 1조7000억원씩 결제되는 거래 규모를 기반으로 전자결제시스템을 독점하고 있는 유니온페이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중국 최대 전자상거래 업체인 알리바바는 어떻게 핀테크의 핵심이 됐을까. 이를 위해선 신용카드 보급률이 낮은 중국의 전자 결제 시스템을 알아야 한다. 알리바바의 전자상거래 사이트인 타오바오에서 상품을 구매한 고객은 일주일 안에 상품을 받고 결제 여부를 결정한다. 알리바바의 전자결제 자회사인 알리페이 계좌 안에 미리 상품 대금을 넣어 놓지만, 물건을 받은 후에야 결제가 이뤄진다.
알리바바는 자금운용을 위해 중국내 70위권인 ‘천홍 자산운용사’를 사들였고, 단숨에 자산운용업계 1위로 올라섰다. 천홍은 알리바바의 대규모 자금을 단기로 운용해 연 7%의 고금리 상품인 ‘위어바오’를 탄생시켰다.
국내 한 증권사 관계자는 “보통 알리바바 계좌에 일주일 동안 쌓이는 유휴자금이 8000억 위안”이라며 “한국으로 비교하자면 네이버가 전자상거래를 하다 금융권에 진출했고 결국 자산운용사를 사들여 고금리 상품까지 만들어 낸 것과 같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금융산업분리법이 존재하는 한국에서는 사실상 불가능하다”며 “한국의 알리바바를 탄생시키기 위해서는 발상의 전환도 필요하지만 이를 가로막는 법개정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한국 정부가 핀테크 육성을 위해 인터넷전문은행에 한해 금산분리 적용을 4%에서 20%로 완화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현재의 금산분리 정책이 글로벌 핀테크 육성 흐름에 역행한다는 지적이 나오자 완화방안을 내놓은 것이다. 국내는 물론이고 중국·일본 등에서도 인터넷전문은행 설립이 구체화되고 있는 현실을 생각하면 과감한 정부의 결단이 필요하다는 게 중국경제를 담당하고 있는 국내 금융사 담당자들의 한 목소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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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대의 고금리 상품인 ‘위어바오’의 등장은 중국 내 은행들의 반발을 샀다.사회주의 국가인 중국 정부가 예금금리를 3.3% 이상 지급할 수 없도록 규제하고 있는 상황에서 고금리 위어바오는 자본주의 색채가 강한데다 은행간 형평성에서도 위배된다는 게 중국 내은행들의 주장이다.
결국 알리바바는 여윳돈을 굴려 고객에게 돌려줄 새로운 방법을 고민했고, 그 결과 인터넷 전문은행인 ‘개미금융(ANT FINANCAIL)’을 탄생시켰다.
국내에서 인터넷전문은행 도입을 놓고 정부와 금융권, 정치권까지 ‘갑론을박’을 펼치고 있는 동안 중국은 이미 인터넷전문은행을 출범해 경쟁력을 키워가고 있다.
서명기 중국 상하이사회과학원 교수 “분배를 강조하는 시진핑 정부가 은행의 주머닛돈을 민중들에게 돌려주는 개미금융의 명분을 막을 수 없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