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건축 발목잡는 '상가 알박기'에 분리 사업장 속속 등장

조합 "시세 2.7배"vs 상가 "3.5배"…과천주공 7-1, 합의 못해 상가 제외
용산 한강맨션도 아파트 건축만 진행
개발 속도내니 전용 102㎡ 집값 2억↑
전문가 "무상지분율 가이드라인 필요"
  • 등록 2016-09-26 오전 6:00:00

    수정 2016-09-26 오전 6:00:00

△경기도 과천시 부림동에 있는 과천주공7-1단지는 재건축조합과 단지 내 상가주들 간의 보상금 마찰로 인해 아파트와 상가를 따로 재건축하는 방안이 추진되고 있다. 상가 건물 외벽에는 상가와 아파트를 따로 재건축하는 것을 비난하는 문구의 현수막이 걸려 있다.[사진=박태진 기자]
[이데일리 박태진 기자] 지난 23일 오후 경기도 과천시 부림동에 있는 과천주공7-1단지 내 상가. 상가 건물 곳곳에는 ‘기존 상가 놓아두고 새 상가 지어 분양 웬 말이냐’, ‘끝까지 투쟁’이라는 내용의 현수막이 걸려 있었다. 과천주공7-1단지는 현재 상가를 제외하고 재건축을 추진 중이다. 재건축 단지 8만 421.79㎡ 부지 중 단지 한가운데 있는 상가 1245㎡(전체면적의 1.54%)를 제외하고 새 단지를 짓는다는 계획이다. 외지인들(18명)이 포함된 상가 소유주 29명과의 보상금을 둘러싼 마찰이 불거지자 조합이 지난해 1월 상가를 제외하는 토지분할 소송을 제기해 승소한 뒤 사업시행인가를 받았기 때문이다. 윤규갑 재건축정비사업 조합장은 “상가를 과천역 쪽으로 옮겨주고 현 시세보다 가격을 2.7배 높여줄 테니 재건축에 합의하자고 제안했다”며 “하지만 알박기에 들어간 상가주들은 현 시세의 3.5배를 높여줄 것을 요구하며 재건축에 동의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벌써 20개월 넘게 사업을 질질 끌고 있다”며 “최소 100억원 이상의 피해를 보고 있고 주민들의 정신적 고통은 이루 말할 수 없다”고 하소연했다.

상가 소유주 보상금 노리고 사업 발목 잡아

서울·수도권의 아파트 재건축 사업장에서 과도한 보상금을 노리고 ‘알박기’를 하는 상가주들로 인해 사업이 지연되는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 일부 사업장은 아예 아파트와 상가 건물을 따로 분리해 재건축을 추진하고 있다. 상가부지를 제외한 채 사업을 추진하면 아파트 전체 가구 계획 수정이 불가피해 사업성 확보에 지장을 초래하지만 상가에 발목잡혀 사업 추진을 아예 못하는 것보다는 낫다는 판단에서다.

25일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과천주공7-1단지와 함께 서울 용산구 ‘한강맨션’·서초구 ‘신반포 한신4차’ 아파트 등이 아파트와 상가를 분리해 재건축을 추진하고 있다. 단지와 상가가 물리적으로 분리돼 있는 강남구 대치동 ‘은마아파트’에서도 아파트를 단독으로 재건축하자는 의견이 나왔다.

재건축 사업장에서 아파트와 상가 소유주간 갈등을 빚는 것은 비일비재한 일이다. 아파트의 경우 재건축 사업 시 가구 당 개발이익을 산정하기가 쉽지만 상가는 점포 수가 많지 않은데다 면적도 다 다르고 개발이익도 표준화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대부분 사업장에서 상가 소유주들이 보다 많은 이익을 챙기기 위해 사업 추진을 방해하면서 사업 추진을 발목을 잡고 있다.

한강맨션의 경우도 한강변을 끼고 있어 상가주들은 더 많은 보상금을 노리고 있다는 게 단지 주민들의 얘기다. 이 단지 재건축추진위원회는 지난달 상가를 떼어내고 재건축하는 내용의 정비구역 변경(분할)안이 용산구청으로부터 승인 받아 현재 서울시 심의를 받고 있다. 심의가 통과되면 이 단지는 상가건물을 제외하고 재건축을 진행하게 된다. 송업용 재건축추진위원장은 “상가주들이 재건축을 계속 지연시키고 있어 할 수 없이 상가동을 제외한 채 재건축을 추진하기로 주민들과 의견을 모았다”고 말했다.

조합 비용 피해 눈덩이..상가 무상지분율 가이드라인 만들어야

신반포 한신4차도 지분율을 놓고 상가와 조합이 대립하고 있다. 관리처분계획 최종 인가가 나지 않아 조합원 분담금은 밝혀지지 않았지만 단지 주민들은 생활불편 및 정신적인 고통에, 조합은 늘어나는 사회적 비용에 곤혹을 치르고 있다. 특히 과천주공7-1단지의 경우 80가구가 사업진행이 더뎌지자 현금청산 후 다른 곳으로 떠났다. 이 단지 조합 측은 “소송 관련 비용들이 발생하면서 사업지연으로 인한 피해금액만 100억원을 넘어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고 푸념했다.

그나마 재건축조합들이 상가 분리 재건축으로 방향을 정하면서 집값은 오름세를 보이고 있다. 과천주공7-1단지의 전용면적 47㎡형은 지난 1월 6억원에 매매됐으나 지난달 7억 8000만원에 팔렸고, 한강맨션도 올 초보다 시세가 2억원 넘게 올라 전용 102㎡ 기준 16억원에 매물이 나와있다. 함영진 부동산114 리서치센터장은 “상가 분리 재건축으로 사업에 속도가 붙으면서 해당 단지들의 가격도 상승세에 있다”며 “다면 사업 기간이 길어지면 사업성이 떨어지게 돼 가격 오름세가 주춤해질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재건축 사업의 경우 조합과 상가주 간의 양보와 타협으로 사업을 빨리 진행시키는 게 좋다고 조언한다. 김규정 NH투자증권 부동산연구위원은 “재건축 사업의 수익성은 속도가 생명인 만큼 서로의 입장과 주장만 내세우면서 사업을 지연시키기 보다는 양보와 타협으로 합의점을 찾아 사업에 속도를 내는 게 전체의 이익을 보장할 수 있다”며 “국토교통부도 상가의 재건축 무상지분율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보다 명확히 제시하는 보완책 마련을 서둘러야 한다”고 말했다.

△서울시 용산구 이촌동에 있는 한강맨션 아파트는 재건축조합과 단지 내 상가주들 간의 보상금 마찰로 인해 아파트와 상가를 따로 재건축하는 방안이 추진되고 있다. 상가 건물 외벽에는 상가주를 비난하며 재건축 사업을 촉진하는 문구의 현수막이 걸려 있다.[사진=박태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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