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업계 52시간]②통신업계 이미 시행..혁신의 기회로 삼는다

업무에 고정 관념 깬 SK텔레콤..허례보다는 실용
최다 고용 KT, 조직문화도 효율적으로 바꾼다
즐거운직장팀 2년 전부터..LG유플러스, 사람이 재산
  • 등록 2018-06-04 오전 5:32:00

    수정 2018-06-04 오전 8:56:43

[이데일리 김현아 기자]7월부터 300인 이상 회사들은 주당 52시간 근로제를 시작하지만 통신 3사는 이미 하고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두 번째로 긴 근로시간을 줄여 ‘워라밸’(work & life balance·일과 개인 생활의 균형)을 이루기 위해서다.

하지만 줄어든 근로시간 때문에 생산성이 급격히 저하되거나, 인건비가 과도하게 늘거나 하지 않을까 하는 걱정도 있다.

지난 3월 KT를 시작으로 근로시간 단축과 근로시간 선택제를 시행한 통신사들은 어떨까.

빠른 시간 내에 정착됐다. 통신사들은 주 52시간이 아닌 주40시간을 기준으로 제도를 설계하고 운영 중이다. 제도를 40시간에 맞춰야 급변하는 IT 시장에서 예상 못한 일들이 발생했을 때 법 테두리 안에서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 근로시간만 줄이는 게 아니라 업무 지시와 회의 문화도 효율적으로 바꾸고 있다. 근로시간 단축으로 직원들의 자발성과 창의성을 높여 생산성이 높아지는 효과를 기대한다.

업무에 고정 관념 깬 SK텔레콤.. 허례보다는 실용적으로

지난 1일 오후 SK텔레콤 홍보 1팀에는 12명의 직원 중 6명만 사무실을 지켰다. 금요일 오후 2시 부터 가족과 2박3일로 여유 있게 여행을 가는 B매니저 등 직원들이 직접 근무시간을 설계하기 때문이다. B매니저는 월~목 오전 9시부터 오후 7시까지, 금요일에는 9시부터 오후 1시까지만 일한다. C매니저는 월, 수, 금에 몰입 근무하고 화, 목은 일찍 퇴근해 여유롭게 대학원에 다닌다.

재무팀 A매니저는 결산으로 바쁜 월말에 몰아 일한다. 셋째 주는 주 30시간(주 4일), 마지막 주는 주 50시간으로 자신의 근무시간을 설계했다.

SK텔레콤은 지난 4월 1일부터 직원 개개인이 근무시간을 직접 설계하는 자율적 선택근무제 ‘디자인 유어 워크 앤 타임(Design Your Work & Time)’ 시행 중이다. 2주 단위로 총 80시간(1주 40시간~52시간) 범위 안에서 업무 상황을 고려해 근무 계획을 세운다. 회사 관계자는 “1개월 단위는 사전 수립한 계획이 여러 변수로 지켜지기 어렵고, 1주일 단위는 유연한 근무계획 수립이 힘들다는 점에서 2주 단위로 했다”고 설명했다.

평일에도 휴무를 신청할 수 있고, 근무 시간 설계 시 2주 80시간 이상 등록하려면 PC에 경고 문구를 띄워 차단한다. 2주 근무시간이 80시간을 넘으려면 명확한 이유가 있어야 한다. 회사는 사유를 모아 근무 초과가 발생하지 않게 개선한다.

‘슈퍼 프라이데이’를 도입해 매월 세번 째 금요일은 전 직원이 오후 3시에 조기 퇴근할 수 있게 한다.

SK텔레콤은 직장인 익명앱 블라인드에서 직원들 투표 결과 ‘주 52시간 제의 현장 적용이 가능하다’고 응답한 비율이 가장 높은 회사로 꼽히기도 했다.

최다 고용 KT, 조직문화도 함께 바꾼다

KT는 2017년 기준 2만 3817명을 고용한 국내 최대 IT 고용기업이다. 사람이 많은 만큼 52시간 도입이 쉽지 않은 측면이 있다. 하지만, 작년부터 수요일 6시 정시 퇴근 캠페인을 하더니 올해 3월부터 유연근로제를 전면 시행했다.

평일에도 6시 30분 이후 근무하려면 근로시간 연장(1주 40시간을 기준으로 최대 12시간 연장근로 가능)을 신청해야 하고, 신청 안 하면 인트라넷을 못쓴다. 홍보실 A상무는 6시 30분이 되면 종을 ‘땡땡땡’ 울린다.

생일인 직원이 연차·반차 등을 쓸 수 있도록 1주 전에 담당 팀장에게 문자가 오고, 직원이 한 달 내 연차휴가를 쓰지 않으면 팀장에게 문자가 자동으로 간다.

유연근로제 덕분에 맞벌이를 하는 B 차장은 아이를 유치원에 보낸 뒤 10시에 출근해 7시에 퇴근할 수 있다. 다만, 고객접점 영업·개통·AS 등에 종사하는 직원들은 특성상 ‘9시~6시’ 근무가 불가피해 고객서비스에 지장이 없는 수준에서 한다.

KT의 52시간 근로제 시행이 더 관심인 것은 워낙 사업 부서가 많고 사람도 많아서다. 조직이 커지면 아무래도 의사 결정을 위한 회의가 많을 수밖에 없는데 근로시간이 주는데 회의 시간은 그대로이면 생산성이 줄어든다.

이에따라 KT는 ‘9ood jo6’라는 조직문화 캠페인도 병행한다. 1시간 안에 결론 있는 회의, 핵심 위주의 간결한 보고, 명확한 업무 지시, 업무집중, 리더변화 등 5대 불필요 업무 줄이기(work diet) 캠페인을 하고 있다.

즐거운직장팀 2년 전부터 가동..LG유플러스, 사람이 재산이다

2016년 초 권영수 부회장이 대표이사로 취임한 뒤 LG유플러스에는 ‘즐거운 직장팀’이 생겼다. “전 직원이 아침에 눈을 뜨면 출근하고 싶은 회사를 만들겠다”던 권 부회장의 아이디어였다.

주52시간 근무제때문이 아니라 ‘시차출근제도’는 2017년 8월에 이미 시작됐고, 지난해 도입한 ‘PC-OFF’제도도 큰 호응을 얻고 있다.

불필요한 야근이나 주말 근무를 없애자는 취지로 도입됐는데, 각자 정해진 근무시간 이후 컴퓨터를 강제로 종료시켜 눈치 보지 않고 퇴근하는 문화를 만들었다.

‘시차출근제도’는 처음에는 만 8세 이하 자녀를 둔 여직원 및 임산부를 대상으로 했지만 지금은 전 직원이 대상이다. 유형은 총 7가지(A~G)로 본인의 근무형태에 따라 출근 시간을 오전 7시부터 오전 10시까지 30분 단위로 정할 수 있다.

직원들은 ‘시간에 쫓겨 아침에 아이 유치원 준비물 챙기기도 힘들었는데 부담을 덜 수 있어 좋다’, ‘나만의 개인 시간표를 짜서 시간을 효율적으로 사 용할수 있어 유용하다’ 등의 반응이다.

임직원 본인 및 가족의 생일이나 결혼기념일 등에는 퇴근 시간을 2시간 앞당길 수 있는 ‘배려 프로그램’도 운영 중이다.

양효석 LG유플러스 인사담당 상무는 “주 40시간이 시행되더라도 퇴근 이후에 삶을 풍족하게 하는 환경이 조성되지 않으면 근로시간 단축의 의미가 퇴색하는 만큼, 퇴근 이후의 삶의 여건을 만들어주는 것이 사회적으로나 정부 차원에서 필요한 것 같다”고 말했다.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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