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비로 수업장비 사는 교사들…온라인 개학에 학교들 `초비상`

온라인 수업 인프라 못 갖춘 학교들 “개학 걱정”
“인터넷 깔린 교실, 웹캠 설치 컴퓨터 1대도 없어”
“수업 질 떨어질라…편집프로그램·마이크 구입도”
“교육부·EBS, 수업 제공 후 평가는 학교가” 주장도
  • 등록 2020-03-31 오전 12:05:00

    수정 2020-03-31 오전 8:10:26

[이데일리 신하영·신중섭 기자] 경남 모 고교 A교사(38)는 다음달 6일 개학을 앞두고 걱정부터 앞선다. 온라인 개학 가능성이 높지만 수업이 제대로 될지 미지수이기 때문. 며칠 전에는 시험 삼아 온라인 학급 방 접속을 시도하다가 포기했다. 접속자 수가 워낙 많아 들어가기가 쉽지 않아서다.

30일 교육계에 따르면 코로나19 확산세가 좀처럼 수그러들지 않으면서 온라인 개학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특히 미성년 확진자가 지난 27일 기준 600명을 넘어서면서 4월 6일 개학이 어렵다는 의견에 힘이 실리고 있다.

초등학교와 중학교, 고등학교의 추가 개학 연기 여부가 31일 발표될 것으로 알려진 30일 세종시 다정동의 한 초등학교에서 선생님이 집에 있는 학생들과 온라인 원격수업을 테스트 하고 있다.(사진=뉴시스)


“등교 어렵다”…온라인 개학 가능성

정부는 다음달 6일 예정대로 개학을 하더라도 등교 개학은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올해 대입을 치러야 하는 고교 3학년부터 온라인 개학한 뒤 초·중학교와 고2까지는 개학을 한 번 더 늦추거나 개학하더라도 온라인으로 수업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교육부는 온라인 개학 여부 등을 오는 31일 확정, 발표한다.

온라인 개학 가능성이 커지면서 일선 학교에는 비상이 걸렸다. 특히 인터넷 인프라가 부족한 학교의 교사들은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A교사는 “교실에 와이파이(무선 인터넷망)도 설치돼 있지 않고 웹캠이 설치된 컴퓨터는 단 1대도 없다”며 “교사들은 이런 환경에서도 수업 질을 확보하기 위해 영상편집 프로그램과 마이크를 사비로 사는 실정”이라고 토로했다. A교사는 편집프로그램과 마이크 구입에 45만원이 들었다.

교육부가 지난 2일 발표한 2020년도 업무계획에 따르면 전체 초·중학교 9498개교 중 무선 인터넷망이 설치되지 않은 곳은 2956개교로 전체의 32%에 달한다. 교육부는 올해 안에 이들 학교를 대상으로 최소 4개 교실에 무선 인터넷망을 구축하겠다고 밝혔다.

교사 재택수업 허용하는 학교도

상황이 이렇다보니 인터넷망이 구축되지 않은 학교에선 교사들의 재택수업을 허용할 방침이다. 인터넷을 활용할 수 있는 집에서 온라인으로 수업토록 하겠다는 것. 서울의 B중학교 관계자는 “온라인 수업은 쌍방향 수업이 아니거나 과제형인 경우 학교에 무선망이 없어도 가능하다”며 “다만 실시간 쌍방향 수업을 진행하는 교사들은 재택수업을 허용할 방침”이라고 했다.

앞서 교육부는 지난 27일 온라인 수업 운영기준을 확정했다. 개학 이후에도 등교 수업이 어려울 수 있어 일종의 가이드라인을 제시한 것. 교육부는 온라인 수업도 수업일수로 인정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교육부는 온라인수업을 3가지 종류로 구분했다. 실시간 쌍방향 수업은 교사와 학생이 수업 중 실시간으로 토론·소통하는 방식이다. 콘텐츠 활용 수업은 지정된 녹화 강의나 학습콘텐츠로 공부한 뒤 교사는 학생 진행도를 확인하고 피드백을 주는 방식이다. 과제 수행 중심 수업은 교사가 학생의 자기주도 학습 내용을 확인하거나 온라인으로 과제를 제시한 뒤 피드백하도록 했다.

하지만 온라인 수업이 제대로 진행되려면 학생들도 노트북이나 스마트기기를 보유하고 있어야 한다. 하지만 저소득층의 경우 컴퓨터 보유율이 일반 가정보다 낮아 교육 소외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제기된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 따르면 지난해 저소득 가구의 컴퓨터 보유율은 66.7%로 국민 전체 평균(83.2%)보다 낮았다.

저소득층 컴퓨터 보유율도 낮아 걱정

교육부는 저소득층 대상으로 스마트기기 약 13만여 대를 지원한다는 방침이다. 하지만 이 수치는 저소득층 가정을 대상으로 가구당 1대 지원 기준이라 다자녀 가구의 경우 기기가 부족할 수 있다. 지방 소재 고교 3학년에 재학 중인 송모(18·여) 양은 “집에 고1, 중2 동생이 있는데 노트북 1개가 전부”라며 “스마트폰은 갖고 있지만 당장 학교에서 어떤 방식으로 수업할지 몰라 컴퓨터가 필요하지만 학교가 비축해 둔 노트북이나 태블릿PC는 없어 걱정”이라고 했다.

교사들 사이에서는 온라인 개학을 강행할 경우 수업만이라도 교육부가 교육방송(EBS)과 함께 일괄 제공해달라는 요구가 나온다. 서울의 C고교 교사는 “EBS의 경우 강의 인력풀, 스튜디오, 수업촬영 노하우가 모두 갖춰져 있다”며 “교육부가 EBS와 같이 동일한 질의 온라인 수업을 제공하고 일선학교는 과제 제시와 확인, 평가 등을 진행하면 좋을 것”이라고 했다. 충남의 D고교 교사도 “갑작스럽게 온라인 개학 가능성이 높다고 해 준비하고 있지만 워낙 시간이 촉박해 걱정”이라며 “일단 EBS강의로 수업을 대체한 뒤 추후 과제형 수업을 진행하는 것도 방법”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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