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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팩트체크]차 팔수록 적자…쌍용차의 위기는 노조 때문일까

(종합)쌍용차, 매출원가율 100% 육박…"차 팔면 적자"
수출 부진에 인건비 등 고정비 부담 2배 커져
"강성 노조 때문은 아냐"…노사, 정상화 자구노력
  • 등록 2020-06-03 오전 1:30:00

    수정 2020-06-03 오전 1:30:00

쌍용차 티볼리 (사진=쌍용자동차)
[이데일리 박종오 기자] 쌍용자동차(003620)가 10여 년 만에 또 위기를 맞았습니다.

쌍용차의 회계 감사를 맡은 삼정회계법인은 최근 이 회사의 올해 1분기(1~3월) 보고서에 검토 의견을 내길 거절했습니다. 쌍용차가 정상적인 기업으로서 계속 영업할 수 있을지 불확실하다는 이유에서인데요. 삼정회계는 쌍용차의 지난해 사업 보고서도 같은 이유로 감사 의견 제시를 거절했습니다.

쌍용차의 이 같은 위기를 두고 일각에서는 “강성 노조 때문”이라고 목소리를 높입니다. 회사의 어려운 사정을 외면한 노동조합이 현재의 경영 위기를 불렀다는 건데요. 다른 한편에서는 “쌍용차가 만드는 차량이 인기가 없어서”라는 지적도 나옵니다. 회사의 경쟁력 상실이 위기의 진짜 이유라는 얘기인데요. 이런 주장들은 사실일까요?





올해 1분기 보고서를 보면 쌍용차가 위기인 것은 분명합니다. 쌍용차의 자동차 대출 자회사인 SY오토캐피탈 실적을 제외한 별도 재무제표를 살펴봤는데요.

1분기 매출액은 6422억원, 매출 원가는 6351억원입니다. 매출 원가는 자동차 부품·원재료 구매비, 생산 공장의 직원 인건비, 공장 설비 및 신차 연구·개발 투자액(감가상각비)을 모두 더한 전체 자동차 생산 비용을 말하는데요.

매출액에서 매출 원가가 차지하는 비율(매출 원가율)이 99%라는 것은 차 팔아서 회사에 들어온 돈으로 생산비를 부담하고 나면 남는 게 없다는 의미입니다. 차량을 시장에서 판매하려면 생산비뿐 아니라 대리점 딜러에게 지급하는 판매 수수료, 본사 직원 인건비, 홍보비 같은 판매 관리비도 추가로 써야 하지요.

쌍용차는 현재 2500만원짜리 차 한 대를 만들어서 팔면 판매 관리비까지 제하고 375만원 영업 적자가 나는 구조입니다. 차를 팔수록 적자액이 커지는 상황이라는 얘기입니다.





왜 이런 일이 발생했을까요?

두 개의 시점을 비교해 보겠습니다. 쌍용차가 인도 마힌드라그룹에 인수된 지난 2011년 이후 본업에서 흑자(영업이익)를 낸 것은 2016년 한 해입니다. 당시 매출액은 3조6263억원이었는데요.

쌍용차의 지난해 매출액도 3조6263억원이었습니다. 그런데 작년엔 2009년 이후 10년 만에 최대 규모의 영업손실(2752억원)이 발생했죠. 똑같은 매출을 올리고도 한 해엔 영업 흑자를, 한 해엔 대규모 적자를 낸 건데요.

이런 차이가 벌어진 원인은 비용 증가에 있습니다.

쌍용차의 지난 9년간 매출 원가율 추이를 보면요. 유일하게 흑자가 난 2016년에만 85%를 밑돌고 줄곧 85%를 넘어섰습니다. 특히 대규모 적자가 난 지난해엔 이 비율이 90%를 초과했는데요. 이를 보면 쌍용차의 영업 흑자와 적자 갈림길이 되는 손익 분기점(매출액이 전체 비용과 같아지는 지점)이 매출 원가율 85%라는 점을 짐작할 수 있습니다.

이는 다른 회사와 비교해도 추정할 수 있는데요. 지난해 영업이익을 달성한 현대차(005380)기아차(000270)의 매출 원가율은 각각 82%, 82.4%였습니다. 쌍용차보다 매출 규모가 약간 큰 르노삼성도 이 비율이 82.4%에 머물렀죠. 르노삼성은 지난해 영업이익 2112억원을 기록했습니다.

쌍용차는 2015년 출시한 소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인 티볼리가 큰 인기를 끌며 2016년 15만대가 넘는 마힌드라 인수 이후 최대 신차 판매 대수를 달성했습니다. 여기에 중국발 공급 과잉으로 자동차의 주요 원자재인 철판 가격이 내림세였던 것도 원가 절감에 도움이 됐습니다.

반면 지난해엔 사정이 정반대였습니다. 글로벌 공급 불안정으로 철판 가격이 7% 넘게 뛰었죠. 인건비와 생산 설비·신차 연구 개발 투자액 상각비도 2016년보다 2000억원 넘게 늘었습니다. 매출은 2016년과 같아도 각종 비용이 불어났으니 원가율이 치솟고 영업 적자 발생도 불가피했죠.



그럼 쌍용차의 원가 중 어느 것이 주로 늘어났을까요?

쌍용차 같은 제조업체의 매출 원가와 판매 관리비를 더한 전체 영업 비용은 다시 크게 원재료비, 인건비, 상각비로 구분할 수 있습니다. 상각비는 공장·사옥·기계설비 투자액과 회사의 연구·개발비 지출액을 일정 기간에 나눠서 비용으로 반영하는 건데요.

통상 생산량이 늘면 이에 비례해 증가하는 원재료비를 ‘변동비’, 인건비와 상각비 등 생산량과 상관없이 일정하게 발생하는 비용을 ‘고정비’라고 합니다.

눈에 띄는 점은 쌍용차 비용 구조의 변화입니다.

전체 매출액에서 인건비와 상각비 등 고정비가 차지하는 비율이 2011년 12%에서 지난해 22.3%로 2배 가까이 상승했기 때문인데요. 반면 변동비 비중은 매출액의 70% 안팎에서 큰 변동이 없었습니다. 현대차와 기아차의 매출액 대비 고정비 비율이 작년 기준 각각 18.3%, 15.7%인 걸 보면 쌍용차의 고정비 부담이 상대적으로 크다는 것을 알 수 있겠죠.

실제로 쌍용차의 변동비는 2011년 2조23억원에서 지난해 2조5467억원으로 27% 늘었습니다. 같은 기간 매출액은 31% 증가했으니 변동비가 회사의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오히려 소폭 작아졌죠. 반대로 고정비는 2011년 3317억원에서 작년 8086억원으로 144% 늘어났습니다. 8년 만에 2.5배 가까이 급증한 건데요.

이처럼 고정비 부담이 큰 회사는 이익을 내려면 생산 증가가 필수적입니다. 물건을 많이 만들어서 팔수록 제품 1개당 고정비용이 줄어드는 효과가 나타나기 때문인데요.



그러나 쌍용차의 현실은 그렇지 않았습니다.

쌍용차 신차 판매량은 반짝 흑자를 냈던 2016년 15만5844대(수출용 반제품 포함)로 정점을 찍고 줄곧 감소세를 보였는데요. 한때 연간 8만 대를 넘어서며 쌍용차 전체 신차 판매의 60%가량을 차지했던 수출 물량이 작년 20.3%로 3분의 1 토막 났기 때문입니다.

러시아, 이란 등 글로벌 틈새시장을 공략한 수출 전략이 현지 경제 여건 악화 및 정치적 상황 등에 발목을 잡힌 영향이 컸는데요. 그나마 티볼리와 G4 렉스턴 등을 앞세워 내수 시장 점유율을 과거 3% 미만에서 7%(수입차 포함 2019년 기준)까지 끌어올린 것이 쌍용차를 지탱하는 힘이 됐습니다.

그런데 이제는 경쟁사의 SUV 신차 출시와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인한 자동차 수요 감소 등으로 이마저도 위태로운 상황이 됐습니다. 2015~2016년 100%가 넘었던 쌍용차 평택 공장 가동률(공장의 차량 생산 실적을 생산 능력으로 나눈 값)은 지난해 80.8%까지 내려왔는데요. 공장을 돌리지 못하고 고정비를 계속 지출해야 하는 비용 압박이 커진 셈입니다.



이제 쌍용차의 고정비를 구성하는 세부 항목을 살펴보겠습니다.

고정비에는 직원 인건비와 공장·생산 설비 등 유형자산 감가상각비, 연구·개발비 등 무형자산 상각비가 포함되는데요.

이중 지난 9년간 가장 뚜렷한 증가세를 보인 것은 인건비입니다. 지난 2011년 2082억원에서 작년 5465억원으로 연평균 12.8% 증가했는데요. 같은 기간 직원 수는 4318명에서 5003명으로 큰 차이가 없었습니다. 직원 1명당 평균 연봉이 2011년 5400만원에서 지난해 8600만원까지 올라간 것이 인건비 증가의 주요 원인이 된 건데요.

쌍용차 직원의 평균 근속연수는 22년에 달할 정도로 깁니다. 다만 다른 완성차 업체와 연봉을 비교하면 현대차(1인당 9600만원)보다 약간 적고, 쌍용차 매출의 9배가 넘는 기아차(1인당 8600만원)와 같은 수준이니 회사 규모나 실적 대비 많은 편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물론 쌍용차의 유·무형 자산 상각비 부담도 만만치 않은데요. 한국GM, 르노삼성처럼 외국 본사가 신차 연구·개발을 담당해 주지 않고 이 비용을 쌍용차 스스로 부담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쌍용차가 지난 9년간 쏟아부은 연구·개발비는 약 1조5000억원에 달하는데요. 연간 매출액의 5%가량을 신차 개발 등에 투입하고 이를 5년에 걸쳐 비용에 나눠서 반영하다 보니 그 부담이 만만치 않은 셈입니다. 현대차와 기아차의 지난해 매출액 대비 연구·개발비 지출 비율은 쌍용차에 훨씬 못 미치는 2.9%, 3%에 그쳤죠. 이것만 봐도 쌍용차가 얼마나 고군분투하고 있는지 알 수 있습니다.



처음 질문으로 돌아가 보겠습니다. 쌍용차의 위기는 강성 노조 때문일까요?

결론을 말하자면 ‘그렇지 않습니다’.

쌍용차 노동조합은 구조조정 사태를 겪었던 지난 2009년 조합원 투표를 거쳐 당시 파업을 주도했던 민주노총(금속노조 쌍용차지부)을 탈퇴했습니다. 그리고 이듬해부터 올해까지 11년 연속으로 노사 분규 없이 사측과 임금 및 단체 협상을 타결했는데요.

하지만 수출·매출 부진 속 급증한 인건비가 회사의 지속 가능성을 낮추는 원인의 하나로 작용했다는 점은 부인하기 어려워 보입니다.

그렇다면 그동안 임금은 왜 큰 폭으로 올랐을까요?

쌍용차 측은 정책 영향이라고 설명합니다.

정기 상여금을 통상임금에 포함하는 등 통상임금의 인정 범위를 확대해온 법원 판결, 최저임금 인상 등이 임금 상승에 큰 영향을 미쳤다는 겁니다.

한 예로 쌍용차의 인건비는 2012년 2239억원에서 2013년 4100억원으로 1년 만에 거의 2배 가까이 급증했는데요. 당초 쌍용차 사측은 2013년 회계 장부에 인건비를 2845억원으로 적었다가 나중에 1255억원을 추가로 반영했습니다. 그해 12월 대법원의 통상임금 판결에 따라 직원에게 더 줘야 할 것으로 예상되는 금액을 기타 비용 항목에 잡아놨다가 실제 지급 후 인건비 항목으로 다시 옮긴 겁니다.

물론 이런 정책이 적용된 것은 다른 완성차 업체도 마찬가지인데요. 그러나 특히 수익 기반과 비용 구조가 취약한 쌍용차에 노동자의 권익을 위한 제도가 결과적으로 도움이 되지 않은 겁니다.

지난해부터 위기가 본격화하며 쌍용차 노조도 회사 정상화에 동참하고 있습니다. 작년 9월엔 각종 복지 축소를, 12월엔 임금 삭감을 수용하고 올해 4월에도 금년 임금을 동결하기로 사측과 합의한 건데요.

이 영향으로 올해 1분기 쌍용차 직원의 1명당 평균 임금은 1600만원 수준으로 내려왔습니다. 연봉으로 환산하면 6400만원으로 지난해보다 26% 감소한 건데요.

다만 코로나19 여파로 매출이 줄며 쌍용차의 인건비와 유·무형 자산 상각비 등 고정비가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올 1분기 26.6%로 역대 가장 높은 수준으로 올라갔습니다.

쌍용차는 내년에 첫 전기차와 중형 SUV 신차를 출시해 재도약의 발판을 마련하겠다는 계획인데요. 이를 위해 필요한 자금 규모가 적지 않습니다. 게다가 매출이 계속 둔화하면 고정비 절감 압력이 커지는 것은 불가피한데요. 쌍용차는 인건비 감축 외에 부산물류센터와 서울서비스센터를 매각하는 등 허리띠를 졸라매며 정부에 지원을 요청하고 있습니다.

쌍용차 직원들이 지난 4월 15일 인천에서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극복 길거리 응원 캠페인을 하고 있다. (사진=쌍용자동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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