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미가 전하는 아트테크]소더비·크리스티도 뛰어든 NFT 미술시장

세계 경매회사 1, 2위 소더비와 크리스티까지 합류
1분기 20억 달러 거래, 전년동기 대비 131배 폭증
  • 등록 2021-08-21 오전 8:06:41

    수정 2021-09-03 오전 10:25:05

2020년 10월 뉴욕에서 진행한 크리스티는 경매에서 13만 1,250달러(약 1억 5,000만 원)에 낙찰된 영국 예술가 벤저민 젠틸리(Benjamin Gentilli)의 NFT 작품 ‘로버트 앨리스의 블록 21’(Robert Alice’s Block 21) (사진=www.christies.com)


[이상미 이상아트 대표] 소더비와 크리스티는 전 세계 경매에서 거래되는 미술품의 70% 이상을 차지하는 미술품 경매 기업이다.

경매업계에서 거대 공룡이자 양대 산맥으로 불리는 두 기업의 시작은 18세기 영국 런던을 배경으로 한다. 1744년 3월 11일 영국 런던에서 서점 주인이었던 사무엘 베이커(1711~1778)는 457권의 오래된 서적을 중심으로 경매를 시작했다. 이때를 소더비의 탄생으로 본다. 1778년 창업주인 베이커가 사망하고 나서 경영권이 그의 조카 존 소더비에 넘어갔다. 존 소더비는 조지 레이그와 손잡고 경매 품목을 서적 이외에 메달, 동전을 비롯해 진귀한 유물 등으로 넓혀갔다. 1815년 워털루 전쟁에서 패하면서 영국의 식민지인 남대서양의 외딴 섬 세인트 헬레나로 유배됐던 나폴레옹의 책 소장품 일체도 그의 사후 소더비에서 경매됐을 정도다.

현대적인 의미의 미술품 경매는 네덜란드에서 이미 16세기 후반 시작됐지만, 소더비는 당시 미술품 경매를 하지 않았다. 소더비에서 미술품 경매는 17세기 네덜란드 미술사에서 최초의 거장이라 불리는 프란스 할스(1582~1666)의 그림을 1913년 9000기니(옛날의 영국 화폐 단위)에 판매한 것이 첫 시작이다. 소더비는 1955년 뉴욕 사무실을 열고, 그 후부터 몰락한 유럽 귀족들의 소장품 경매를 진행하면서 세계적인 경매 회사로 발돋움했다.

크리스티는 소더비보다 22년 뒤인 1766년 12월 5일 영국 런던에서 제임스 크리스티(1730~1803)가 문을 열었다. 후발주자였던 크리스티는 프랑스혁명이 일어난 1789년 이후 국제적 예술 거래의 중심이라는 지위를 획득하게 되면서 크게 성장했다. 특히 와인을 경매에 처음 올린 경매 회사가 크리스티였다. 크리스티는 근현대 미술품을 비롯해 매년 80개 부문 450회 이상의 경매를 진행한다. 런던·파리·밀라노·뉴욕·홍콩·도쿄·상하이·서울 등 전 세계 32개국에 53개 사무소를 두고 있다.

소더비와 크리스티도 NFT미술시장에 뛰어들어

올해로 설립된 지 277년 역사를 가진 소더비와 255년 역사를 지닌 크리스티가 NFT 미술시장에 진출하며 미술계를 뜨겁게 달구고 있다. 시작은 크리스티이다. 크리스티는 2020년 10월 뉴욕에서 진행한 경매에서 영국 예술가 벤저민 젠틸리(Benjamin Gentilli)의 NFT 작품 ‘로버트 앨리스의 블록 21’(Robert Alice’s Block 21’)을 13만 1250달러(약 1억 5000만 원)에 낙찰시켰다. 무엇보다 크리스티 경매에서 2021년 3월 13일 디지털 예술가 비플(Beeple)이 만든 NFT 작품 ‘매일: 첫 5000일’(Everydays : The First 5000 Days)이 6,934만 달러(약 785억 원)에 낙찰되며 전 세계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소더비의 ‘네이티블리 디지털 : 큐레이션 된 NFT’(Natively Digital: A Curated NFT Sale’) 온라인 경매에서 52만 8,200달러(약 6억 294만원)에 판매된 디지털 아티스트 팍(Pak)의 NFT 작품 ‘페이드’(Fade). (사진=sothebys.com)


소더비는 경쟁사의 활약을 보고 가만히 있을 수 없었다. 소더비 또한 2021년 4월 디지털 아티스트 팍(Pak)의 NFT 작품 ‘더 펀저블’(The Fungible) 컬렉션을 경매하며 NFT 미술시장에 진출했다. 큐브 형태의 이 컬렉션은 오픈 에디션(Open Editions), 경매(Auction), 예약(Reserved)으로 구분됐으며, 총 1682만 5999달러(한화 약 188억 원)에 판매됐다. 소더비는 이어 ‘네이티블리 디지털 : 큐레이션 된 NFT’(Natively Digital: A Curated NFT Sale’) 온라인 경매를 6월 10일까지 개최했다. 소더비는 NFT마켓인 니프티게이트웨이와 협업한 형태로 신용카드뿐 아니라 가상 화폐를 이용해 작품을 구매할 수 있도록 했다. 27명 작가의 작품이 1700만 달러(189억 원)에 낙찰됐다.

출품작 중에는 NFT아트의 원형이라고 불리는 ‘퀀텀’(Quantum)과 암호화 시대를 상징하는 ‘크립토펑크’(CryptoPunk)도 포함됐다. 퀀텀은 2014년에 만들어진 최초의 NFT이다. 블록체인 시스템을 처음 구축했을 때 만들어졌다. 이를 개발한 대쉬는 디지털 예술가들에게 더 많은 통제권을 주기 위해 시스템을 구축했다고 알려져 있다.

크립토펑크는 NFT 미술품의 시초라고 불린다. 2017년 6월 미국 소프트웨어 개발업체 라바랩스(Larva Labs)가 24 × 24 픽셀 크기의 이미지 파일을 만들어 대중에게 무료로 공개했다. 이 작품은 1만 개의 서로 다른 아바타로 구성돼 있다. 이 중 3100번째 파일은 올해 3월 약 758만 달러(약 85억 원)에 거래될 만큼 가치가 급등한 상태였다. 이미 앞선 5월 크리스티가 진행한 경매에서 9개의 크립토펑크 컬렉션이 1700만 달러(약 189억 원)에 팔린 바 있다.

필립스까지 가세하며 NFT 미술시장의 판은 더욱 커졌다. 필립스는 올해 4월 첫 NFT 미술품 경매를 진행했다. ‘매드 도그 존스’(Mad Dog Jones)라는 예명으로 활동하는 캐나다 디지털 예술가 미카 도우박(Michah Dowbak)의 ‘리플리케이터’(Replicator)를 출품했다. 50초 길이의 이 영상 작품은 414만 4000달러(한화 약 46억 원)에 낙찰됐다.

미술시장은 그 어떤 분야보다도 보수적이다. 그중에서도 경매회사는 더하다. 화랑은 1차 시장이다. 경매는 2차 시장이다. 미술품 경매는 단순한 상업성만 중시하는 게 아니다. 단지 ‘돈’이 전부가 아니라는 거다. 무엇보다 미술사적인 가치가 중요하게 작용한다. 그러한 가치를 중시하는 소더비와 크리스티에 이어 필립스까지 NFT 미술시장에 진출한 것인 만큼 미술계가 술렁이었다. 세계적인 경매회사들이 먼저 나서 NFT 미술시장의 미래를 미리 내다봤다고 할 수 있다.

NFT 미술품의 시초라고 불리는 크립토펑크. 2017년 6월 미국 소프트웨어 개발업체 라바랩스(Larva Labs)가 24 × 24 픽셀 크기의 이미지 파일을 만들어 대중에게 무료로 공개했다. 이 작품은 1만 개의 서로 다른 아바타로 구성돼 있다. (사진=www.larvalabs.com/cryptopunks)


2020년부터 커지기 시작한 NFT 미술시장

국내외 주요 NFT 거래소 현황으로는 12개나 된다. 국내는 코빗, NFT매니아 2개가 있다. 국외는 오픈씨(OpenSea), 니프티게이트웨이(Nifty Gateway), 파운데이션(Foundation), 메이커스플레이스(MakersPlace), 슈퍼레어(SuperRare), 라리블(Rarible), NBA 탑 샷(NBA Top Shot), MLB 톱스(MLB Topps), 민터블(Mintable, 바이낸스 NFT(Binance NFT) 등 10개가 있다. NFT에 관심이 커지며 NFT 거래소는 점점 더 늘어날 전망이다.

오프라인 시장과 마찬가지로 디지털 시장에서도 등급이 나뉘어 있다. 사람들이 가장 많이 이용하는 오픈씨는 누구나 NFT작품을 올려 판매가 가능하다. 누구나 참여 가능한 만큼 대중성은 높지만, 작품성이 떨어지는 경우도 그만큼 많다. 파운데이션은 클럽하우스와 같이 초대를 받아야지만 작품 판매가 가능해 오픈씨보다 등급이 조금 더 높다. 슈퍼레어는 큐레이팅이 까다로워 아무나 들어갈 수 없다. 현재 슈퍼레어에 진입한 한국 작가는 10명 이내라고 알려져 있다. 하지만 이렇게 진입 장벽이 높기 때문에 작품을 고가에 판매할 수 있으며, 좋은 작품을 찾으려는 컬렉터들도 많이 모여 있다.

NFT 시장은 2020년부터 본격적으로 커지기 시작해 계속 급성장하고 있다. NFT 정보사이트 논펀저블(NonFungible)에 따르면, NFT 거래액은 2019년 약 6200만 달러(약 702억 880만원)에서 2020년 약 2억 5000만 달러(2,830억원)로 4배나 증가했다.

NFT를 통한 미술품 거래량 또한 최근 급격히 증가했다. 가상 미술시장 데이터 분석 플랫폼 크립토아트(Cryptoart)에 따르면, 올해 3월 니프티게이트웨이·슈퍼레어 등 5개 거래소에서 집계된 NFT 미술품 거래 금액은 총 2억 515만 달러(약 2,307억원)였다. 2018년부터 올해 4월 14일까지 거래된 NFT 미술품의 누적 총액은 5억 3700만 달러(약 6,000억 원)에 달한다. NFT가 예술작품과 결합해 판매와 유통이 쉬워진 특성 덕에 NFT 미술시장이 급성장하고 있다.

2021년은 NFT 시장의 성장세가 더욱 가팔라지는 분위기이다. 2021년 1분기 거래량은 20억 달러(2조 2640억 원)로, 전년 같은 분기 대비 131배나 증가했다. 같은 기간 NFT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수집품(48%)과 예술품(43%)이 가장 높았다. 이어 스포츠(4%), 메타버스(3%), 게임(2%) 순이다. 여기서 수집품은 NFT화된 예술품, 스포츠, 메터버스, 게임을 제외한 나머지 모든 걸 뜻한다.

‘억‘ 소리 나오는 NFT 고가 거래가 화제가 되면서 대중적인 관심도 늘어나는 모양새이다. 글로벌 디앱(Dapp)의 정보 제공 서비스인 댑레이더에 따르면 NFT 플랫폼 주간 이용자 수는 지난 2월 14일 약 20만 3000명에서 한 달 후인 3월 14일에는 약 45만 1000명으로 2배가량 증가했다. 디앱 또는 댑은 이더리움, 큐텀, 이오스 같은 플랫폼 코인 위에서 작동하는 탈중앙화 분산 애플리케이션을 말한다. 간략히 분산 앱이라고도 한다. 구글 트렌드에 따르면 NFT 구글 검색량은 2월 14일 15에서 3월 15일 100으로 한 달 만에 6.6배 늘어났다.

◇ NFT 관련 국내 거래소 현황은?

세계를 이끌어가는 글로벌 경매회사들의 NFT 미술시장 진입이 활발해지면서 국내에서도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국내 가상자산 거래소 코빗은 올해 5월 31일 국내 업계 최초로 NFT 마켓을 개설했다. 국내 가상화폐 거래소 업비트를 운영하는 두나무는 미술품 경매사 서울옥션의 관계사인 서울옥션블루와 올해 5월 28일 NFT 사업 파트너십에 대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카카오의 블록체인 계열사 그라운드X는 ‘클립드롭스’라는 명칭의 NFT 마켓플레이스를 개발하면서 NFT 유통 서비스를 선보였다.

미술품 NFT경매 플랫폼 아액스는 우리나라를 비롯해 중국, 일본, 베트남, 몽골, 필리핀, 대만 등 7개국 진출을 위해 아시아 아트 연맹(이사장 김나라)과 협약을 체결하며 아시아 시장 진출에 나섰다. 국내 거래소의 움직임이 활발하기에 앞으로 한국의 NFT 미술시장 또한 커질 것이라고 본다. NFT가 미술시장을 이끄는 이유에 대해선 다음 편에서 살펴보기로 하자.

이상미 이상아트 대표는...

2010년 프랑스 정부 산하 문화통신부에서 프랑스 문화재 감정과 문화재 서비스 전문가 자격증을 취득했다. 전시기획사인 이상아트(주)의 대표이사이자 유럽 문화예술콘텐츠 연구소 소장으로 예술감독, 전시기획자, 칼럼니스트, 강연자 등 활발한 대외 활동을 펼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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