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저축은행과 여신전문금융사, 보험사, 상호금융사 등 비은행권 가계대출은 지난해 상반기 3조1000억원 줄었지만 올해 상반기에는 22조6000억원 증가했다. 코로나19 사태 이전인 2017~2019년 각 상반기 기준 비은행권의 평균 가계대출액인 8조1000억원에 비해 3배 가까이 된다.
전반적인 대출수요 증가에 더해 ‘풍선효과’가 더해졌기 때문으로 해석된다. 한은 관계자는 “금융권 전반의 대출규제가 강화되는 상황에서 강도가 상대적으로 약한 비은행권으로 수요가 이동했다”고 설명했다.
특히 비은행권 중 저축은행의 대출 증가세가 눈에 띈다. 6월 말 기준 저축은행 대출은 전년 동월 대비 27.1% 증가했다. 9%대인 은행에 비해 3배 정도 높다.
1금융권에서 연쇄적으로 대출이 중단되면 그 여파는 2금융권으로 향한다. 당국은 그러나 두고 보지만은 않겠다는 방침이다. 최근 들어 가계대출이 많이 늘어난 일부 카드사와 저축은행 등을 불러 대출 증가율 관리를 주문하고 있다. 다음달 발표할 가계부채 추가대책에 현재 60%인 2금융권의 차주별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한도를 은행(40%) 수준으로 낮추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규제 차이에 따른 풍선효과를 막기 위한 것이다.
현재 25조원대에 달하는 증권사 신용거래융자도 감축 대상이다. 금융감독원은 이날 영상회의를 열어 증권사들에 개인 투자자 신용공여한도 관리 강화를 주문했다. 당국은 구두경고가 효과가 없으면 구체적인 감축방안을 가계부채 대책에 포함시킬 가능성이 있다.
문제는 출구 없는 대출죄기로 일관하면 취약계층에게 대출절벽 등 피해가 간다는 점이다. 한은에 따르면 올해 3월 말 기준 비은행 금융사의 신용대출 잔액에서 중·저신용자의 비중은 72%에 달한다. 저신용자 등 취약계층은 당장 지난 7월 법정최고금리 인하(연 24→20%) 충격도 맞고 있다. 당국은 최고금리 인하에 따라 약 31만명의 민간 금융사 이용이 어려워지고, 약 3만9000명은 불법 사금융으로 내몰릴 수 있다고 예측했다. 대출 한도는 줄이면서 법정최고금리를 낮추면 수요가 늘어 저신용자 이용은 제한 할 수밖에 없다.
김태기 단국대 경제학과 교수는 “신용불량자가 속출할 수 있다”며 “서민금융 등 정책자금 상품 확대를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 “인터넷 은행이나 핀테크 업체 등이 중금리 대출을 확대하는 것을 잘 활용해 (취약차주가) 고금리에 손 벌리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양준모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소상공인을 위한 정책자금 공급을 늘려야 한다”면서 “다만 옥석은 구분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