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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 희생 없는 탄소중립 불가능…증세·전기료 인상 불가피"

[만났습니다] 박상인 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 ②
탄소중립은 현실…진지한 고민 필요
NDC 목표 제시했지만 급격…"현실성 부족" 지적
예산 R&D 지원 비효율적…민간 주도 인프라 확산해야
증세와 전기요금 인상 불가피…신기술 유인 요인 필요
  • 등록 2021-11-19 오전 7:07:00

    수정 2021-11-19 오전 7:07:00

[이데일리 임애신 기자] “탄소중립을 위해서는 증세를 해야 하고 전기요금도 올려야 합니다. 국민의 희생과 고통 없이는 불가능한 일입니다.”

박상인 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는 최근 이데일리와 서울 관악구 서울대학교에서 한 인터뷰에서 “탄소중립은 국민 생활에 광범위하게 영향을 줄 것”이라며 “미래세대들은 현재 진지한 토론과 정책적 대안이 없는 것에 분노를 해야 한다”고 안타까움을 내비쳤다.



우리나라는 전 세계 탄소중립 흐름에 맞춰 2050년 탄소배출 ‘제로(0)’를 목표로 하고 있다. 그 중간 목표로 오는 2030년까지 2018년과 비교해 국가 온실가스 배출량을 40% 감축하는 2030년 중장기 국가 온실가스 감축 목표(NDC)를 세웠다.

제조업 중심인 우리나라는 탄소 다배출 업종인 철강·석유·화학 등의 비중이 높다. 정부는 철강산업의 공정 전환과 석유화학 원료 전환 등을 통해 2018년 대비 2030년 배출량을 14.5% 감축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박 교수는 “정부안에 따르면 9년 동안 줄여야 할 탄소가 14.5%이고, 나머지 19년 동안 66%를 줄이는 구조”라며 “첫 9년 동안 14.5% 밖에 못 줄이고 나머지 19년간 66%를 감축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지금 14.5%를 줄인다는 것만 해도 재벌을 필두로 반대가 심하다”며 “중화학 공업을 중심으로 재벌들의 소유 지배구조가 짜여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박 교수는 이어 “중화학 공업을 탄소가 나오지 않는 방향으로 구조를 전환하다 보면 재벌의 소유지배 구조가 흔들릴 수밖에 없다”며 “대기업들이 탄소중립 관련해서 우는 소리를 많이 하는 이유”라고 분석했다.

정부의 탄소중립 예산도 문제로 지목했다. 그는 “내년에 관련 예산이 12조원 있다고 하는데 자세히 들어다 보면 탄소중립을 할 의지가 보이지 않는다”고 진단했다.

박 교수는 “예산 대부분이 연구개발(R&D)과 모빌리티 지원 등에 배정됐다”며 “이는 정부가 할 일이 아니다”라고 판단했다. 이는 과거 개도기식 산업 정책에서 벗어나지 못한 처사라는 지적이다. 그는 “탄소중립 기술을 가진 기업들이 제품을 제대로 해서 팔아서 성공할 수 있는 인프라를 구축해 주면 시장이 자연스럽게 돌아간다”며 정부 정책에 아쉬움을 전했다.

탄소중립이 공언(空言)에 그치지 않으려면 다음 정부 역할이 중요하다. 박 교수는 “탄소중립은 누가 대통령이 되더라도 하기 싫은 일이고 욕을 먹을 수밖에 없다”며 “5년 임기를 마치고 4년 후에야 결과가 나오기 때문에 적극적으로 임하기도 어렵다”고 봤다.

현재 대선 후보들은 탄소중립의 중요성에 깊게 동의하면서도 구체적인 정책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와 정의당 심상정 후보 등이 기후에너지부 신설과 같은 정부 조직개편안을 내세웠지만 충분하지 않다는 판단이다. 그는 “탄소중립 이행은 정부 부처를 신설한다고 해서 가능한 일이 아니다”면서 “대통령이 책임을 지고 명운을 걸고 해야만 할 수 있는 일”이라고 언급했다.

박 교수는 그러면서 “대선 과정에서 탄소중립을 심도 있게 논의해야 한다”며 “누가 해도 어렵고, 해야만 하지만 책임지기 싫은 이 일을 누군가는 해야 한다는 것을 국민이 알아야만 차기 정부가 의지를 가지고 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탄소중립 실현을 위해서는 증세와 전기요금 인상 등 정책 변화도 불가피하다. 박 교수는 “고령화 때문에 재정 지출이 늘어나는 가운데 증세 없이 탄소중립을 이행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며 “또 전기요금을 인위적으로 낮춘 상태에서 에너지 전환을 한다는 것도 모순되는 이야기”라고 지적했다.

물가 안정을 이유로 전기요금을 인위적으로 억누르면 과소비를 조장할 뿐 아니라 새로운 공급자와 신기술이 유입할 유인이 적어져서다. 그는 “정부가 전기 가격을 규제하는 목적은 방치하면 자연 독점이 되기 때문이지 이를 원가 밑으로 조정하라는 의미가 아니다”라고 현재의 정책을 비판했다. 박 교수는 “정부가 가격 조정 기능에 대한 이해 없이 단순히 가격을 누르는 것이 물가 안정을 위한 관리라고 생각한다”며 “이 역시 개도기적 사고 방식”이라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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