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아이들의 점심이 또 볼모가 됐다

2일 급식·돌봄 등 학교 비정규직 2차 총파업 강행
전국 곳곳에서 급식·돌봄 파행, 맞벌이 부부 불편
“이렇게 추운 날 밥도 못 먹이니…부모 속만 탄다”
  • 등록 2021-12-03 오전 7:26:25

    수정 2021-12-03 오전 7:26:25

전국학교비정규직연대회의가 총파업에 돌입한 2일 서울 시내 한 초등학교 학생들이 교실에서 빵과 우유로 구성된 대체식을 배식받아 점심 식사를 하고 있다.(사진=뉴시스)
[이데일리 김의진 기자] “날도 추운데 빵과 우유를 급식으로 준다는데, 아이들 밥을 걸고 저렇게 억지를 부린다니 진짜 어이없네요. 파업하면 다 해결이 되니까 너도나도 저렇게 다 파업하나 봐요.” (서울 마포구 초등학생 학부모)

2일 서울 마포구의 한 초등학교 2층 급식실. 이 학교 1~3학년 학생 300여명이 급식실에 모여 카스테라와 딸기우유를 점심으로 먹었다. 급식실이 그렇게 큰 편은 아니라서 반별로 30명씩 학생들이 식사를 마치고 나가면, 다음 학생들이 차례를 기다렸다가 빵과 우유를 받았다. 4~6학년 학생들은 급식실 아닌 4층 각자 교실에서 빵·우유를 받아 이날 점심 끼니를 때웠다.

이 학교는 이날 점심 급식을 정상적으로 운영하지 못했다. 이곳에서 근무하는 급식조리사 전원이 전국학교비정규직연대회의(학비연대) 총파업에 참여했기 때문이다.

학비연대는 급식조리사·돌봄전담사 등 학교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모인 단체다. 전국학교비정규직노조·전국교육공무직본부·전국여성노조 등 10만여명의 조합원이 소속돼 있다. 이들은 시도교육청에 올해 기본급 2만9000원 인상 외에 근속수당·명절휴가비 인상을 함께 요구하고 있다.

학비연대의 총파업은 올해 두 번째다. 앞서 지난 10월 20일에 있었던 1차 총파업에서는 전국 1만2403개 학교 중 2899개교(23.4%)에서 급식을 우유·빵으로 대체했다. 또 초등 돌봄교실 1만2402곳 중 1696곳(13.7%)에서 돌봄 공백이 발생, 교사들이 대체 투입되는 등 혼란이 일었다.

전국 시도교육청은 급식·돌봄 부문에서 학생·학부모의 불편이 없도록 대책 마련에 분주했다. 교육청마다 긴급 상황실을 설치했고, 파업 비 참여 인력을 파악해 이들을 활용한 긴급 대응 체제를 가동했다.

학교 급식의 경우 정상 운영이 불가능한 학교에 대해서는 개인 도시락을 싸 오게 하거나, 우유·빵으로 대체 급식을 제공하게 했다. 돌봄교실은 학교 교직원을 최대한 활용해 공백을 최소화하고, 지역 기관과도 연계해 돌봄서비스를 제공했다.

당장 아이들을 먹일 급식이 중단되고, 돌봄교실이 운영되지 않자 학부모들은 불편을 호소하고 있다. 특히 일과 돌봄을 병행해야 하는 맞벌이 부부들은 이들의 집단행동을 이해할 수 없다며 강도 높게 비판하고 있다.

경기도 시흥에 사는 초등학생 학부모(41)는 “이렇게 추운 날에는 따뜻한 밥을 먹어야 할텐데, 오늘은 5교시까지 수업이 있다고 해 중간에 아이를 데리고 나오지도 못한다”며 “급식 파업이 반복되면 맞벌이로 일하는 부모들은 얼마나 속이 타는지 그들이 알기나 할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중학교 1학년을 자녀로 둔 경기도 안양에 사는 학부모(43)도 “떡과 빵, 우유를 오늘 점심으로 준다는데, 중학생이라 가뜩이나 아침도 제대로 못 먹고 학교에 가는데 걱정이다”며 “아이들을 볼모로 잡고 왜 이렇게 난리인지 정말 화가 난다”고 토로했다.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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