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30대의 추억 여행…'더 퍼스트 슬램덩크', 화려한 신고식

맨 앞자리 제외 가득 채운 객석…30대 관객들이 절반 이상
26년 만에 재탄생한 원작…강백호 대신 송태섭 시선으로
원작에 없던 가족 서사, 다시 구현된 명대사 퍼레이드
"잊고 살았던 '꺾이지 않는 마음', 영화로 다시 배워"
  • 등록 2023-01-05 오전 10:43:21

    수정 2023-01-05 오전 10:43:21

(사진=NEW)
[이데일리 스타in 김보영 기자] “포기하는 순간 그 경기는 끝나는 겁니다.”

‘슬램덩크’ 안 선생님의 명대사가 26년 만에 살아있는 음성으로 3040 관객들의 마음을 적셨다. 1990년대, 시간과 세대를 뛰어넘어 2023년 스크린으로 재탄생한 영화 ‘더 퍼스트 슬램덩크’(감독 이노우에 다케히코)가 일본 열도를 넘어 한국에서도 원작 만화의 영광을 재현할 수 있을까.

5일 오전 영화진흥위원회 영화관입장권 통합전산망 집계에 따르면, 전날 개봉한 ‘더 퍼스트 슬램덩크’(감독 이노우에 다케히코)는 6만 2095명의 관객 수를 동원하며 박스오피스 2위로 출발했다. 할리우드 대작 ‘아바타: 물의 길’이 22일째 변함없는 박스오피스 1위를 유지 중이지만, ‘슬램덩크’가 구매력이 높은 3040대 관객들을 중심으로 높은 팬덤력을 자랑하는 만큼, ‘더 퍼스트 슬램덩크’가 이를 위협할 강력한 대항마가 될 것이란 관측이다.

‘더 퍼스트 슬램덩크’의 개봉 첫날인 지난 4일 오후 8시 50분 신촌 아트레온 CGV. ‘더 퍼스트 슬램덩크’ 상영관은 수요일 평일 늦은 시간임에도 원작의 열기를 다시 느끼러 극장을 찾은 관객들로 붐볐다. 맨 앞줄을 제외하고 가득 채운 객석은 1990년대, 2000년대 ‘슬램덩크’ 만화와 함께한 학창 시절을 되새기러 온 3040 직장인들이 대부분이었다.

‘더 퍼스트 슬램덩크’는 전국 제패를 꿈꾸는 북산고 농구부 5인방(강백호, 서태웅, 채치수, 정대만, 송태섭)의 꿈과 열정, 멈추지 않는 도전을 그린 영화다. 원작자인 이노우에 다케히코가 직접 각본 및 감독에 참여해 연재 이후 26년 만에 새롭게 선보인 극장판으로, 개봉 전부터 원작 마니아들의 기대를 한몸에 받았다.

원작은 1990년부터 1996년까지 일본의 주간 소년 점프에서 연재됐다. 한 번도 농구를 해본 적 없는 풋내기 강백호가 짝사랑하는 소녀를 계기로 북산고 농구부에 들어가면서 겪는 성장 스토리를 그렸다. 누계 발행 부수 1억 2000만 부를 기록한 일본 역대 최고의 히트 만화로, 한국을 비롯한 전 세계에서 많은 사랑을 받았다. ‘왼손은 거들 뿐’, ‘포기를 모르는 남자지’, ‘바로...지금입니다!’ 등 각종 명대사, 명장면들이 연재 30년이 넘은 현재까지 각종 패러디, 밈을 낳으며 회자될 정도다.

‘더 퍼스트 슬램덩크’의 내용 역시 원작을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영화는 ‘슬램덩크’ 에피소드 중 가장 전설적 회차로 기록된 북산고와 산왕공고의 전국대회 1차전 경기를 애니로 재현했다. 다만 원작 주인공 강백호 대신 단신의 넘버원 가드 송태섭의 시선으로 이야기가 흘러간다.

특히 원작 ‘슬램덩크’는 주인공을 포함한 모든 등장인물이 가족사 등 학교 밖 스토리, 전사를 철저히 드러내지 않는 작품으로 유명했다. 반면 영화에선 원작에 없는 송태섭과 죽은 형에 얽힌 가슴 아픈 어린 시절과 가족사를 비중있게 조명했다. 방황했던 송태섭과 정대만의 비하인드 스토리도 엿볼 수 있다. 덕분에 철옹성이었던 ‘골리앗’ 산왕공고를 포기않고 맞선 ‘다윗’ 북산고의 투쟁, 단신으로 거대한 수비수들의 압박을 처절히 뚫는 송태섭의 간절함이 더욱 와닿았다. 원작 연재 당시 20대였던 감독이 약 30년의 세월을 거치며 우리와 똑같이 성장하고 넓어진 시야를 갖게 됐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송태섭이 중심에 있어서 5인방 다른 멤버들의 분량이 대폭 축소된 아쉬움은 있지만, 원작의 주인공인 강백호가 명실공히 신스틸러로 극이 루즈해질 순간 깨알같은 웃음을 선사한다. 강백호와 서태웅의 앙숙 케미, 안선생님과 강백호, 정대만의 추억의 명대사들도 빠지지 않고 등장한다.

절정으로 치닫는 극 후반부 경기 장면이 관객들에게 숨조차 쉬지 못할 긴장감과 박진감을 가져다주는 백미다. 원작의 추억을 떠올리게 하는 작화, 실제 경기의 움직임을 방불케하는 스텝, 슛 폼, 몸싸움 등 표현이 음소거와 경쾌한 록 사운드 OST의 적재적소 배치로 살아 움직인다.

관객들의 반응도 뜨겁다. 포털사이트 네이버 집계에 따르면, ‘더 퍼스트 슬램덩크’의 실관람객 평점은 10점 만점의 9.3점으로 만점에 가깝다. 나이대 별로는 30대 관람객이 53%로 절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으며, 40대가 26%, 20대가 17%로 그 뒤를 잇는다.

신촌 아트레온 CGV에서 만난 회사원 하인형(가명, 31) 씨는 “어린 시절 사랑한 캐릭터들이 30년 만에 스크린으로 살아나 움직이니 신기했다. 그리웠던 어린 시절 단짝 친구를 다시 만난 듯 울컥 눈물까지 났다”며 “원작 만화를 봤기에 이미 결말을 알고 보는데도 감동이 충만하다. 조만간 또 보러 갈 것”이라고 N차 관람을 기약했다.

남자친구와 극장을 찾은 박민지(35) 씨는 “슬램덩크 만화 전권을 보유하고 있을 정도로 팬인데, 남자친구와 영화 개봉 전 원작 만화를 다시 정주행했다”며 “직장에 치여 한동안 잊고 살았던 ‘포기하지 않는 열정’, ‘꺾이지 않는 마음’을 이 영화 덕분에 다시 한 번 되새겼다”고 감상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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