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멱칼럼]기준·시장금리 엇박자

‘불확실성 극복을 위한 금융투자’ 저자
  • 등록 2023-02-23 오전 6:15:00

    수정 2023-02-23 오후 3:30:19

[신세철 경제칼럼니스트]지난해부터 기준금리를 7연속 올렸는데도 2023년 1월에 또 0.25%p를 올려 3.50%가 되었지만 국고채(3년) 금리는 기준금리보다 낮은 3.10%대로 하락하다가 조금 반등했다. 금리를 올려 물가상승을 멈추게 하거나, 내리게 하겠다는 금통위의 정책의지와 배치되는 ‘시장의 역습’이 벌어진 셈이다. 인플레이션에 대해 금통위는 비관적, 시장은 낙관적 전망을 가진 셈이다. 이 같은 비정상 상황은 2012년 8~9월과 2013년 2~3월에도 벌어져 시장금리인 국고채(3년) 금리가 기준금리 아래로 떨어졌다. 물가하락 조짐이 어른거렸었는데 물가안정목표(inflation targeting)를 2.00%에서 2.50%로 상향조정해 기준금리를 올리겠다는 암묵적 신호를 시장에 보냈었다.

당시 금통위 고위관계자는 기준금리와 시장금리의 비정상적 역전 원인을 시장에 설명하기보다 “금리의 수수께끼“라고 얼버무렸다. 어떤 저명 언론인은 시장이 마음대로 움직이지 않는다며 ”미친 금리“라고 푸념했다. 24시간 쉬지 않고 경제흐름을 겨냥하며 변동하는 금융시장이 수수께끼가 되거나 미쳐버린다면 나라경제가 어떻게 될까? 사회에 영향력이 큰 인사들이 자기 확신’을 넘어 확증편향에 기울다가 ‘시장의 힘’을 하찮게 여기지는 않았는지? 경기와 물가가 하향 안정될 가능성에 대해 선제대응하지 않다가 기준금리와 시장금리의 역전을 초래한 셈이다.

시장경제체제에서 언제 어디서나 변하지 않는 바람직한 적정금리 수준은 경제성장률에 물가상승률을 합한 값이다. 여기에 지불불능위험 부담비용 즉 리스크 프리미엄이 합해져 시장금리가 정해진다. 덧붙여 말하면, 효율적 채권시장 지표는 어느 경제지표보다도 현재와 미래의 경제상황변화를 비교적 정확하게 그리고 신속하게 예측하는 기능을 한다. 이 같은 이치를 염두에 두고 기준금리와 시장금리 역전은 한국경제에 어떤 메시지를 보내고 있을까? 돈이 제대로 돌지 않고 있어 무위험채권금리는 기준금리보다 더 떨어져 돈 홍수 사태가 진행되고 위험채권금리는 반대로 올라가는 돈 가뭄 현상이 혼재되고 있다.

2023년 1분기 현재, 자금시장 상황을 개관하면 주택담보대출금리는 7%대에 이르고 서민가계와 한계기업은 법정최고금리인 20%에도 돈을 빌리기 어려운 상황이다. 저성장시대에 그 높은 고금리를 어찌 감당하겠는가? 반대로 부도날 염려가 전혀 없고 언제든 환금이 가능하여 사실상 ‘대기성자금 성격’을 가진 국고채금리는 기준금리보다도 오히려 낮은 수준에서 결정되고 있다. 한쪽에서는 리스크 프리미엄이 상승하여 저신용등급 금리가 천장을 쳤다. 다른 쪽에서는 무위험 금리가 적정수준보다 크게 낮더라도 안전자산을 추구하는 경향이 짙다. 이 같은 현상은 과다한 위험회피성향으로 돈이 뭉쳐 있어 필요한 곳으로 돌지 못하는 신용경색이 벌어지고 있음을 의미한다.

채권시장을 관찰할 때, 경기침체 그림자가 짙어가면서 한국경제가 위험과 불확실성에서 벗어나기 만만치 않음을 시사하고 있다. 2023년 경제성장률은 1% 남짓, 상반기 물가는 5% 정도로 예상되는데 2023년 현재 무위험채권인 국고채(3년) 금리가 3% 초중반이다. 이는 2~3년 후에도 성장률이 높아질 가능성이 희박하다고 예고하는 동시에 물가상승폭은 상당히 둔화될 가능성을 의미한다. 동시에 신용도가 상대적으로 낮은 회사채(3년, bbb-)금리가 무려 10.6%를 넘어섰음을 볼 때 시장에서 한국경제 위험을 상당히 높게 평가하고 있다. 부동산시장 경착륙 위험까지 어른거리는 상황에서 금리가 엇박자를 내다가는 시장을 혼란에 빠트릴 가능성을 배제하지 못한다.

급격한 재정적자 확대로 말미암아 국채발행 잔액이 2022말 현재 무려 1,000조원을 훌쩍 넘어섰다. 채권시장에서 이처럼 거액의 국채를 낮은 금리로 소화하고도 금리가 하락하는 조짐을 볼 때, 대기성 자금이 그만큼 넘치고 있다는 뜻이다. 한국경제 규모가 커지지 않는다면 통화가치 하락 위험이 도사리고 있다. 향후 국제수지 적자와 재정적자가 지속되어 원화가치 하락이 전개될 경우, 한국경제는 어떤 방향으로 나아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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