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뿌리 중견, 본사 수도권 있어도 외국인 근무 허용한다

작년 지방 뿌리 중견기업에 E-9 외국인 허용
본사 수도권 있을땐 제한 '그림의 떡'
중견기업 본사 절반이 수도권 입지
정부, 현질 고려해 불합리 요건 완화
  • 등록 2024-06-14 오전 5:00:00

    수정 2024-06-14 오전 5:00:00

[세종=이데일리 김은비 기자] 금속 제조 기업을 운영하는 중견기업 대표 A씨는 최근 인력난 때문에 회사가 문을 닫을 판이다. 경북 지역에 있는 공장 인력이 충원이 안 되면서다. A씨는 “주변에 대기업이 많으니 고졸 기준 초봉 4000만원을 줘도 지원자가 없다”며 “올해부터 비전문 외국인력(E-9) 고용이 가능해진다고 해서 그나마 숨통이 트이나 했는데, 본사가 경기도에 있다는 이유로 지방에 있는 공장에도 이용을 못한다고 하니 황당하다”고 하소연했다.

자동차부품 회사를 운영하는 중견기업 대표 B씨는 외국인을 고용하기 위해 최근 아예 본사를 충남에 위치한 공장 인근으로 이전했다. B씨는 “청년들이 유입이 안되니 외국인을 쓰지 않으면 당장 공장을 멈춰야 하는 수준이다. 공장 근로자들 평균 연령이 50대다”며 “제도를 활용하기 위해 올해 불가피하게 본사까지 옮겼다”고 토로했다.

[이데일리 문승용 기자]
지난해 정부가 지방의 뿌리산업 중견기업에도 외국인 고용허가제를 활용할 수 있도록 했지만, 막상 현장에서는 활용을 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쏟아지고 있다. 본사가 지방에 있어야 한다는 제한 규정 때문이다. 정부에서는 뒤늦게 문제점을 인지하고 제도 손질에 나서겠다는 계획이다.

13일 정부 부처에 따르면 기획재정부 및 고용노동부는 본사가 수도권에 있는 뿌리 중견기업도 지방에 있는 사업장에 대해서는 E-9 외국인 근무를 허용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현실과 맞지 않는 요건 때문에 제도 활용이 어렵다는 지적에 따라 실태조사를 바탕으로 이를 완화하는 방안을 검토중”이라고 밝혔다.

뿌리산업은 △주조 △금형 △용접 △표면처리 등 기초 공정 기술을 활용해 사업을 영위하는 업종을 뜻한다. 자동차·조선·정보기술(IT) 등에 활용되는 장비를 제조하기 때문에 국가적으로 꼭 필요하지만, 위험하고, 힘들고, 주변 환경이 열악한 업종으로 여겨져 기피하는 업종으로 꼽힌다. 이에 정부는 지난해 지방에 소재한 뿌리기업에 한해서 E-9 근무를 허용했다.

하지만 직원이 300명이 넘는 중견기업의 경우, 본사가 수도권에 있는 곳이 절반에 달해 현장에서는 활용을 하지 못한다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중견기업연합회에 지난해 기준 본사가 수도권에 있는 제조업 중견기업은 전체의 49.4%나 됐다.

정흥준 서울과기대 경영학과 교수는 “제도를 만들었는데 불구하고 활용을 하지 못하고 있는 건 문제가 있다고 본다”며 “핵심 뿌리기업의 인력난 해소를 위해 제도를 현실화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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