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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SPN 장서윤 기자] 배우 엄기준은 뮤지컬계에서 몇 손가락 안에 꼽힐 정도로 많은 팬들을 몰고 다니는 스타다. 카리스마 넘치는 연기와 힘있는 목소리는 특히 여성팬들 사이에서 큰 호응을 받아 그는 수년 째 뮤지컬계의 왕자로 자리하고 있다.
그런 그가 2006년 KBS 드라마시티 '누가 사랑했을까'로 TV 활동을 시작한 후 MBC 시트콤 '김치 치즈 스마일' KBS 드라마 '그들의 사는 세상' MBC '히어로' 등 꾸준히 TV에 도전하더니 이번에는 첫 영화로 관객들과 만난다. 그것도 8년만에 유괴한 아이를 데리고 나타나는 살인범이라는 범상치않은 캐릭터를 통해서다.
오는 7월 초 개봉하는 영화 '파괴된 사나이'(감독 우민호)에 등장하는 사이코패스적인 성향의 살인마가 바로 엄기준이 데뷔 영화에서 맡은 역할이다.
"2년 전 시나리오 초고를 처음 받았을 때 살인범 역할에 무척 끌려 꼭 하고 싶었다"는 엄기준은 "배우로서 과연 사람을 죽이는 이들의 감정은 어떤 걸지에 대한 궁금증이 일었기 때문"이라고 이유를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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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나온 엄기준 표 사이코 패스 최병철은 꽤나 침착하고 일상적인 인물이다. 평소에는 묵묵히 제 일을 하는 순박한 분위기의 청년이지만 자신이 원하는 고가의 앰프를 구입하기 위해 거리낌없이 살인을 저지르기도 한다.
엄기준은 "연기하면서 김명민 선배를 비롯, 까마득한 선배 연기자들을 때려야 하는 장면이 가장 미안하고 죄스러웠다"라며 "그러나 살인범의 감정은 일반적인 사람들의 감정이 아닌, 그야말로 영화에서만 느낄 수 있는 부분이라는 점이 큰 매력으로 다가왔다"고 전했다.
그러나 "좀더 광기를 드러내도록 표현할 수 있지 않았나하는 욕심은 남아있다"며 아쉬움을 드러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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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실제로 연기에 대한 열정은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는 그다. 그는 '지킬 박사와 하이드' '몬테 크리스토 백작' '그리스' 등 다양한 공연에 이어 정극 드라마, 시트콤 등 다양한 작품에서 180도 다른 모습을 선보여 영화·드라마 관계자들 사이에서는 이미 높은 평가를 받고 있는 배우다.
실생활에서 공연 때 목이 쉴까봐 시끄러운 곳에는 가지도 않고 최근 월드컵 응원에서도 입만 벙긋거리며 환호를 보내는 시늉만 했다는 그는 "평소 말도 잘 못하지만 그저 연기로 나를 보여주고 싶은 마음이 있다"고 전했다.
그래서 2년 남짓한 시간 만에 드디어 완성된 영화를 세상에 내놓는 감회도 남다르다.
"앞으로도 뮤지컬 무대는 놓지 않고 계속 오르고 싶다"는 그는 "영화에서도 무난함보다는 색다르고 독특한 색깔을 지닌 역할로 관객들과 만나고 싶다"고 바람을 들려주었다.
(사진=한대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