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궁 덕 칼럼]‘폐교’ 은혜초가 말해주는 ‘저출산 재앙’

학령인구 감소로 첫 폐교절차 진행
저출산 재앙 사회 곳곳서 ‘악’소리 내
이민문호 대폭 개방하지 않으면
더 이상 ‘코리아 성공시대’는 기대난망
  • 등록 2018-09-07 오전 5:00:00

    수정 2018-09-07 오전 5:00:00

[남궁 덕 콘텐츠전략실장]서울 은평구 북한산 자락에 있는 은혜초등학교가 문을 닫았다. 연초 학교 측이 폐교를 신청한 뒤 폐교 적정성 논란이 일었으나 결국 남은 학생 40명이 모두 전학을 마쳤다. 서울교육청은 학교 측을 무단폐교 및 학사 파행 운영의 책임을 물어 사법당국에 고발조치했다. 역사적인 사건이다. 은혜초등학교는 지난 1966년 설립된 사립학교다. 학교 측은 학생 감소에 따른 재정 적자를 이유로 폐교를 선택했다고 한다.

저출산 발 인구재앙이 시작했다. 출산율 감소가 직격탄이 돼 교육 분야에도 ‘저출산 쇼크’가 나타난 것이다. 서울시교육청에 따르면 2018학년도 서울 초등학교 입학 대상자는 7만7252명으로 지난해(7만8867명) 보다 2.05%(1615명) 줄었다. 2014년 8만6184명, 2015년 8만116명, 2016년 7만6423명 등으로 감소 추세다. 은혜초 같은 폐교 사례가 추가로 나올 수 있다는 관측이다.

문제는 개선 가능성이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올 6월 출생아는 2만6400명으로 작년 6월보다 2500명(8.7%) 감소했다. 같은 달끼리 출생아 수를 비교해보면 27개월 연속 최저신기록이다. 상반기 출생아수는 17만1600명으로 8.8% 감소했다. 1981년 이후 가장 적다.

저출산은 육아부담 탓이라는 게 정설이다. 결혼해 애를 낳고 행복한 가정을 꾸려나갈 수 있는 소득과 사회 안전망이 갖춰지지 않아서다. 이미 한국에선 취직하면 결혼하고 아기를 낳는다는 상식이 깨졌다. 취직 못 한 젊은이에게 결혼은 사치로 여겨지는 판에 아기 낳기를 기대하기란 더 어려워졌다. 저출산은 경제·안보를 위협하는 재앙수준이다. 인구구조 변화를 일으켜 국가 성장 잠재력을 떨어뜨리기 때문이다. 인구재앙은 단기간에 해결하기 어려운 점 때문에 해결책을 내놓기 쉽지 않다. 골치 아픈 이슈라서 “우리 정부서는 그냥 넘어가자”며 시간을 낭비한 측면도 있다.

한국의 성장기엔 결혼해 애 낳고 가정을 꾸리고, 2세가 성장해 또 다른 가정을 꾸리는 선순환이 이뤄지면서 울창한 생태계를 만들어 왔는데, 불과 50여 년 만에 저출산이 국가 발전의 발목을 잡는 쪽으로 바뀌고 있다. 안타까운 일이다.

어디서 어떻게 손대야 할지 막막한 게 현실이지만, 지금이라도 방향을 트는 노력을 하지 않으면 더 걷잡을 수 없는 상황에 봉착할 가능성이 크다. 극약 처방으로 방향을 트는 게 필요하다.

우선 출산 가구에 대한 쇼킹한 지원 대책이 필요하다. 신혼부부에게 10~20년 무이자 전제자금 대출을 해주고 이자는 정부가 제공하는 방식이다. 과천시는 이미 주택전세자금 대출이자를 지원해주고 있다. 이를 중앙정부 어젠다(의제)로 바꾸는 것이다. 출산 가정에 대해선 아이가 성인이 될 때까지 정부가 월급 형태로 보조금을 줘야한다는 의견도 있다. 호주 정부는 부모의 소득 정도에 따라 자녀 한명 당 출생 후 만 19세까지 해마다 최대 6938호주 달러(약 600만원)를 지급한다고 한다.

이런 노력이 첫 번째 극약 처방이라면 두 번째 처방전은 이민문호를 확 열어젖히는 것이다.

순혈주의 단일민족이라는 도그마를 깨고 이민문호 개방이 국가경쟁력을 높인다는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 북한도 합계출산율이 2명 내외로 낮아 지금 당장 통일하더라도 2034년부터는 우리 인구감소와 북한의 저출산 고령화 여파로 ‘통일한국’의 인구가 줄어들 것이란 분석도 있다(한국조세재정연구원 선임 연구위원)

이민정책은 선진국이 가장 심혈을 기울이는 전략이다. 개방적 이민정책을 펴지 않은 선진국은 일본뿐이다. 그 일본도 최근 전문직 종사 외국인 영주권 발급기간을 1년으로 줄이고 10년간 일한 외국인에게 거주제한을 없애는 등 외국인에게 러브콜을 보내고 있다.

인구 쇼크는 후손이 짊어질 짐이다. 지금이라도 정부조직법을 개편, 이민청(가칭)을 만들라. 개방적인 이민정책은 저출산 쇼크를 살릴 묘수다.

이데일리
추천 뉴스by Taboola

당신을 위한
맞춤 뉴스by Dable

소셜 댓글

많이 본 뉴스

바이오 투자 길라잡이 팜이데일리

왼쪽 오른쪽

스무살의 설레임 스냅타임

왼쪽 오른쪽

재미에 지식을 더하다 영상+

왼쪽 오른쪽

두근두근 핫포토

  • 돌발 상황
  • 이조의 만남
  • 2억 괴물
  • 아빠 최고!
왼쪽 오른쪽

04517 서울시 중구 통일로 92 케이지타워 18F, 19F 이데일리

대표전화 02-3772-0114 I 이메일 webmaster@edaily.co.krI 사업자번호 107-81-75795

등록번호 서울 아 00090 I 등록일자 2005.10.25 I 회장 곽재선 I 발행·편집인 이익원

ⓒ 이데일리.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