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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김기덕 기자] “확진자가 1명이라도 나온 다음 날에는 평소보다 5~6배 이상 많은 인원이 검사를 받으려고 한꺼번에 몰리는데 인력이 부족한 탓에 쪽잠을 자면서 일하고 있습니다. 의심환자가 급증하는 상황에서 24시간 풀로 운영하면 과연 견딜 수 있을지 모르겠습니다.”(A자치구 보건소 관계자)
코로나19의 지역사회 전파가 본격적으로 나타나면서 각 지방자치단체 보건소 내 선별진료소가 몸살을 앓고 있다. 특히 유동인구나 인구밀도가 가장 높은 서울에서는 감염 경로가 파악되지 않은 원인 불명 환자가 점차 늘면서 선별진료소가 마비될 지경이다. 서울시는 보건소 진료기능 중단 및 선별진료소 24시간 운영이라는 특단의 대책을 내놨지만 부족한 의료인력과 자치구와 엇갈린 이해관계로 벌써부터 효과엔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선별진료소 인력 태부족…만성질환자 접촉도 우려
서울시와 각 25개 자치구에 따르면 지난 23일 코로나19 위기경보가 최고 수준인 심각 단계로 격상된 직후 시는 25개 자치구에 기존 보건소 진료기능을 중단하고, 보건소 선별진료소를 24시간 운영하라는 공문을 보냈다.
문제는 코로나19를 대응할 의료인력이 턱없이 부족한데다 방문자가 늘면서 면역력이 떨어진 만성질환자와 접촉 등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다는 점이다.
이에 코로나19 환자가 발생한 종로구나 서대문구 등은 오전에만 보건소를 운영하고 오후에는 만성질환자 방문을 자제시키고 코로나19 검사에 집중하기도 했다. B자치구 관계자는 “보통 1명당 검체 채취를 하는데 30~35분 가량 소요되는데 의료인력이 6명에 불과해 방문자가 몰리면 전화를 받지 못할 정도로 바쁘다”고 말했다.
또 다른 C자치구 관계자는 “사실 보건소와 선별진료소 인력을 구분하는 것은 간단한 문진 작성과 열 감시 외에는 별다른 게 없다”며 “만성질환자의 방문을 자제시키고 있지만 고령의 노인들이 항의를 하는 경우도 많아 어쩔 수 없이 환자를 받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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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市는 인력 늘리다지만…척박한 근무조건에 난항
서울시는 인력 부족에 대응하고 선별진료소 강화를 위해 25개 보건소에 대한 기존 1차 진료 기능을 중단하고 선별진료소를 24시간 운영하기로 했다. 나백주 서울시 시민건강국장은 “기존 1차진료 기능을 하는 보건소 기능을 중단시켜 이들 환자는 가격이 조금 더 비싸지만 민간 의료기관에서 진료를 받아야 할 수 밖에 없게 됐다”며 “추가 감염과 보건소 인력을 활용하기 위해서는 어쩔 수 선택이었다”고 말했다.
다만 일부 자치구는 여전히 보건소 운영을 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예를 들어 용산구는 원효로 보건분소에서 기존 만성질환 진료기능을 수행하고 이태원동 용산구청 보건소는 코로나19 선별진료소를 운영 중이다. 종로구도 창신동 보건소에서 일반 진료를, 청운효자동 선별진료소에서 코로나19 의심환자를 받고 있다.
시가 각 자치구에 인력 채용을 위한 보조금을 전달했지만 이 마저도 여의치 않은 상황이다. Y자치구 관계자는 “의사의 경우 한 달을 넘게 24시간 동안 풀로 일하면서 새벽에 쪽잠을 자거나 하루 단위로 교대를 하는 상황이라 피로가 상당히 누적돼 있다”면서 “근무환경이 너무 열악한데다 위험을 감수하고 하는 것이라 지원자가 나오기도 쉽지 않다”고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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