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담담하면서도 슬픈 뮤지컬 '비아 에어 메일'

생텍쥐페리 '야간 비행' 무대화
4인 배우가 만드는 소극장 뮤지컬
아기자기한 무대·음악 인상적
극적인 감정 변화 부족 아쉬움도
  • 등록 2020-03-12 오전 12:30:00

    수정 2020-03-12 오전 12:30:00

[이데일리 장병호 기자] ‘어린 왕자’로 잘 알려진 프랑스 소설가 앙투안 드 생텍쥐페리는 소설가 이전에 뛰어난 실력을 지닌 비행기 조종사였다. 그가 ‘어린 왕자’를 쓰게 된 배경에는 비행 도중 리비아 사막에 불시착해 5일 만에 구조됐던 경험이 있다는 사실은 유명하다. ‘야간 비행’ ‘인간의 대지’ 등 그가 남긴 다른 소설에서도 비행기 조종사로서 그의 삶의 궤적을 확인할 수 있다.

뮤지컬 ‘비아 에어 메일’의 한 장면(사진=한국문화예술위원회).


지난 7일 서울 종로구 대학로예술극장 소극장 무대에서 개막한 창작뮤지컬 ‘비아 에어 메일’은 생텍쥐페리의 ‘야간 비행’을 무대로 옮긴 작품이다. 1차 세계대전이 끝나고 항공 우편기들이 하늘의 항로를 개척하기 시작한 1920년대를 배경으로 우편비행사 파비앙(송원근 분)과 그의 아내이자 작곡가인 로즈(나하나 분), 그리고 우편국장 리비에르(황만익 분)와 파비앙을 동경하는 메일보이(김유정 분)의 이야기를 그린다.

생텍쥐페리가 살아 있던 당시 비행은 미지의 세계를 향한 용기와 도전이자 홀로 고독과 불안을 감내해야 하는 시련이었다. 앞을 볼 수 없는 야간 비행은 더더욱 그랬다. 그래서 원작 소설은 파비앙과 리비에르를 중심으로 비행이라는 행위의 복잡미묘한 심리를 담는데 초점을 맞췄다.

‘비아 에어 메일’에서도 이러한 원작의 정서를 느낄 수 있다. 다른 점이 있다면 파비앙의 아내 로즈의 비중이 커졌다는 점이다. 예술가인 로즈는 늘 위험에 놓여 있는 남편을 걱정하면서도 그의 꿈을 응원한다. 알 수 없는 세계를 찾아가는 비행처럼 예술도 완성되지 않은 무언가를 만들어가는 과정이기 때문이다. 그렇게 뮤지컬은 무언가를 꿈꾸는 이들을 향한 응원을 전한다.

소극장 뮤지컬다운 아기자기한 무대가 눈길을 끈다. 무대 왼편에는 파비앙과 로즈의 집, 오른편에는 리비에르가 일하는 우편국을 배치하고 가운데는 복엽기 형태의 비행기 세트를 마련해 좁은 공간을 효과적으로 활용하고 있다. 등장하는 배우는 단 4명. 자칫 무대가 비어 보일 수도 있지만 쉼 없이 움직이는 배우들과 조명의 활용이 무대를 풍성하게 만든다.

뮤지컬 ‘비아 에어 메일’의 한 장면(사진=한국문화예술위원회).


음악도 작품 정서에 걸맞은 사랑스러운 분위기를 자아낸다. 탱고 풍의 음악에 맞춰 춤을 추는 파비앙과 로즈의 모습이 그렇다. 비행기 조종사들이 쓰는 음성 신호(포네틱 코드)와 모스부호 등을 활용한 넘버도 인상적이다.

예상 가능한 결말 속에서 작품은 담담하면서도 슬프게 흘러간다. 그러나 끝내 웃음을 잃지 않는 로즈의 모습에서 따뜻한 위로와 용기를 얻게 된다. 공연 시간이 100분이다 보니 인물들의 극적인 감정 변화가 잘 와닿지 않는 느낌도 있다. 재공연을 하게 된다면 좀 더 극적인 요소가 필요하지 않을까 싶다.

한국문화예술위원회 ‘2019 공연예술창작산실-올해의 신작’ 선정작이다. 작가 한지안, 작곡가 채한울이 창작진으로 참여했다. 뮤지컬 ‘어쩌면 해피엔딩’ ‘신흥무관학교’, 연극 ‘환상동화’ 등을 만든 대학로 대표 연출가 김동연이 연출했다. 공연은 15일까지.

뮤지컬 ‘비아 에어 메일’의 한 장면(사진=한국문화예술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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