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갤러리] 선유도에 초록은 없다…강홍구 '녹색연구-서울-공터-선유도'

2019년 작
촬영한 흑백사진에 아크릴물감 채색
잘 포장된 자본주의사회 이면 들추고
도시화·재개발에 사라지는 동네 기록
"녹색, 상처 가려낸 일시적 유토피아"
  • 등록 2020-05-22 오전 12:15:00

    수정 2020-06-21 오후 2:09:13

강홍구 ‘녹색연구-서울-공터-선유도’(사진=원앤제이갤러리)


[이데일리 오현주 문화전문기자] 다른 어떤 세상으로 빠져드는 지점, ‘이곳’과 ‘저곳’을 가르는 그 접점이 있다면 아마 이런 모습일 거다. 평면이면서 울퉁불퉁한, 매끈하면서 균열을 품은, 흐르면서 거스르는. 녹색나무에 걸친 바람이 시원해 보이고 노랗고 빨간 풍선이 상쾌한 외관이지만 왠지 스산한 기운을 뿜어내고 있지 않나. 어쨌든 여기는 작가 강홍구(64)가 눈에 담은 서울 선유도 ‘공터’란다.

작가는 사진도 찍고 그림도 그린다. 이 두 매체가 한 공간에서 만나고 연결된다는 소리다. 어떻게? 촬영한 사진 위에 그림을 올리는 거다. 바로 ‘녹색연구-서울-공터-선유도’(2019)처럼 말이다. 풍경을 카메라에 담아 캔버스에 흑백으로 출력한 뒤 아크릴로 색감을 덧입히며 그려낸, 한마디로 물감으로 사진 이미지를 덮었다고 할까.

이 작업의 ‘히스토리’가 있다. 미대에서 서양화를 전공하고 여러 장르를 기웃거리다가 ‘사진이다!’로 결론을 낸 뒤 줄곧 사진작가로 살아왔다. 하지만 유전자는 어쩔 수 없었는지 ‘그리기’가 당기더란 거다. 결국 타협한 것이 ‘사진에 채색 작업.’ 10년 전부터다.

주제는 한 줄기였다. ‘녹색연구’다. 도시화나 재개발로 사라지는 동네를 기록하는 일, 말끔히 포장된 자본주의 사회의 이면을 들추는 일 말이다. 굳이 화면에 금을 내 분할을 시도하고, 유독 초록을 옮겨내는 붓질이 섬세한 것은 그 상처를 더 드러내기 위한 방편일 거다. “서울에 아직 녹색으로 남아 있는 장소들은 상처를 겨우 가리고 있거나 운 좋게 상처를 입지 않은 장소”란다. 언젠가 없어질, 세련되고 정교한, 일시적인 유토피아일 뿐이라고.

31일까지 서울 종로구 북촌로 원앤제이갤러리서 여는 개인전 ‘녹색연구-서울-공터’에서 볼 수 있다. 캔버스에 피그먼트 프린트·아크릴채색. 140×200㎝. 작가 소장. 원앤제이갤러리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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