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 증시 주변자금은 급증했다. 아직 주식에 투자되진 않았으나 증권사 계좌에 예치돼 있는 ‘고객 예탁금’은 51조원(13일)으로 사상 최대 수준이다. 빚을 내 투자하는 ‘신용융자 잔액’도 15조7900억원대에 이르러 사상 최대다. 7월 코스피, 코스닥 일평균 거래대금도 25조8400억원으로 지난해 12월보다 무려 1.6배 급증했다. 어마무시한 유동성의 힘으로 코스피 지수는 연 고점을 연일 경신하며 2400선을 가볍게 돌파했다. 14일에는 30.04포인트, 1.23% 하락한 2407.49에 마감했지만 여전히 2400선을 유지하고 있다.
그럼에도 돈이 증시로 더 들어올 수 있단 얘기다. 정기예금 등 은행 저축성 예금, 현금 등 언제든 쉽게 뽑아 쓸 수 있는 총통화, M2는 평균잔액(계절조정) 기준으로 6월 3077조776억원에 달한다. 지난해 12월 대비 5.8% 증가했다. 그러나 코스피, 코스닥 합산 시가총액은 6월 기준 1692조1463억원으로 같은 기간 대비 1.5% 감소했다. M2 대비 시가총액 규모는 55.0% 수준이다. 작년 월별 평균치(58.3%)보다 낮다.
그러나 이들 자금이 실제 투자될지, 말지는 알 수 없다. 주가가 워낙 빠르게 오른 탓에 망설이다가 결국 투자되지 않을 가능성도 있기 때문이다.
반대로 유동성이 서서히 속도를 조절해가는 모습도 관찰된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코로나 사태 이후 매섭게 돈을 풀어대면서 연준의 자산이 급속도로 급증했으나 감소세로 돌아서고 있다. 세인트루이스 연방준비은행에 따르면 연준 자산 규모는 6월 10일 7조1689억달러로 고점을 기록, 연초 이후 72.1% 급증했다. 그러나 그 뒤로 서서히 감소, 8월 12일 현재 6조9573억달러로 줄어들었다. 두 달 새 3.0% 가량이 감소한 것이다.
미국 10년물 국채 금리가 상승하기 시작한 것도 기존과는 다른 신호다. 금리 상승이 단기에 그칠지라도 단순히 유동성만으로 오르던 시기는 저물어가고 있음을 의미할 지 모른다. 마켓포인트에 따르면 13일 미 10년물 금리는 중간값으로 0.7110%를 기록, 지난 달 말(0.5331%) 대비 33.4% 올랐다. 미국의 7월 생산자,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예상치를 상회한 데다 코로나19 확진자 수 증가폭이 둔화되면서 경기회복 기대감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유동성 장세 막바지 국면이란 얘기도 나온다. 이재선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저금리 환경, 풍부한 유동성에 증시가 반등하지만 실적 개선의 뚜렷한 반등이 나타나지 않아 밸류에이션이 높아지는 경향이 있다. 과열이다 싶을 정도의 증시 상승이 전개된다”며 “현재 증시는 막바지 금융장세 국면에 있을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앞으론 기업 실적이 얼마나 받쳐주느냐, 경기가 얼마나 개선되느냐에 증시 향방이 달려 있다는 얘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