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광재 “文 종전선언 시의적절…베이징올림픽 분수령될 것”[만났습니다]①

이광재 외교통일위원장 인터뷰
北불안감 해소하고 경제적 부흥 약속해야 비핵화 협상 가능
베트남, 싱가포르는 북미, 미중이 합의할 수 있는 선
  • 등록 2021-09-28 오전 6:00:00

    수정 2021-09-28 오전 7:25:56

이광재 국회 외교통일위원장이 23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이데일리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사진=이데일리 노진환 기자]
[대담 = 이데일리 김성곤 부장 글 = 정다슬 기자] 이광재 국회 외교통일위원장은 문재인 대통령이 최근 유엔총회 연설에서 제안한 3자 또는 4자 종전선언 제안에 대해 정권교체기와 상관없이 진행돼야 할 필수불가결한 과정이라고 설명했다. 북한의 비핵화 협상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먼저 북한의 불안감을 해소하기 위한 노력을 이뤄져야 하고, 종전선언은 이같은 평화 체계를 구축하기 위한 계기가 될 수 있다는 주장이다.

이광재 위원장은 과거 참여정부 시절 노무현 대통령 핵심 참모로 청와대 국정상황실장 등을 역임하며 국정 전반에 참여한 인물이다. 2007년 10월에는 노 대통령과 함께 방북해 ‘남북관계 발전과 평화번영을 위한 선언’ 현장을 직접 지켜보기도 했다. 이후 강원도지사를 거쳐 민간 싱크탱크인 여시재 원장직을 역임하며 대한민국 국가미래전략 연구에 집중했다. 지난해 4월 21대 총선을 통해 여의도에 입성한 뒤 지난 8월 국회 외통위원장에 선출됐다.

미중 패권 경쟁이 격화하고, 북한의 핵 역량이 완성 단계에 접어들면서 외교의 중요성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해진 시점이다. 그는 ‘김정일의 숨소리마저 클린턴에게 들리게 하라’는 김대중 전 대통령의 말을 인용하며 우리 정부가 북미 대화의 중재역으로서 적극적으로 움직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음은 이 위원장과의 일문일답 전문.

- 임기말 종전선언 제안이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있다.

△오히려 시의적절하다고 본다. 일단 내년도 베이징 올림픽이 하나의 분수령이 될 것으로 보인다. 평창올림픽처럼 국제적 정상들이 아시아에 올 가능성이 있는 만큼, 새로운 만남을 배제할 수 없다. 또 교황께서도 방북 의사를 밝힌 상황이다. 임기말의 의미있는 성과와 새로운 정권을 위한 의미있는 아젠다 만들기라는 점에서 종전선언은 괜찮은 카드다.

북한 사람들이 이렇게 얘기하더라. 핵을 만들기 전에는 비상식량을 챙겼는데, 핵을 가지고 난 뒤에는 잠을 잘 수 있다고. 비핵화를 하려면 그런 불안감을 없애줘야 한다고 했다. 평화협정은 먼 이야기이지만 종전선언은 선언적 장치다. 베트남만 하더라도 (미국과) 수교까지 10년 걸렸다. 선언은 평화협정의 프로세스로 진입하겠다는 화두를 던지는 것이고 이는 새로운 정부가 들어섰을 때도 피할 수 없다.

- 베이징 올림픽에서 남북·남북미 정상회담이 가능할까.

△미국이 베이징 올림픽에 참여할지가 현재로서는 이슈이다. 그러나 올림픽은 비정치적인 것이다. 핑퐁외교라는 말도 있지 않는가. 스포츠나 문화를 통해서 딱딱한 외교를 풀어낸 역사적 경험을 주목하고 노력해볼만한 시점이다.

- 차기 대선 한달 전이라 정치적 논란이 있을 수 있다.

△어떤 새로운 정부가 들어서더라도 남북 문제가 어려운 쪽으로 가기보다는 좋은 쪽으로 가는 것이 편안하다. 정치인들은 비판의 목소리를 낼 수 있지만, 직접적 협상의 당사자는 신중해야 한다. 또 국제사회가 납득가능한 부분에 한해 일관된 목소리를 내는 것이 필요하다. 김대중 대통령은 “김정일의 숨소리까지 클린턴 대통령에게 들리게 하고, 백악관의 작은 소리도 김정일에게 들리게 하게 하라”고 했다. 한미, 남북간 겉으로 뜨는 이야기와 별개로 한미간, 남북간 물밑 대화를 할 수 있는 대화채널을 가지고 있는 것이 중요하다. 다만 북한도 한국 국민과 국제사회가 납득할 만한 언어와 대화 방식을 꾀할때 더 협상과 화해가 가능할 것이라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 바이든 행정부가 전략적 인내로 회귀한다는 우려도 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외교참모 출신인) 프랭크 자누치 맨스필드재단 대표 등과 얘기를 많이 해봤는데 바이든 대통령은 3가지 원칙을 가지고 있다. △바텀업 방식으로 차분히 가자 △단계적으로 비핵화한다 △비핵화 협상과 인도적 지원은 분리한다. 긍정적인 요소는 싱가포르 회담에서 큰 줄기는 합의됐다는 것이다. 이제 북미가 약속을 이행하는 방안을 찾아야 하는데 백신과 식량 문제는 북한의 문을 여는 첫번째 관문이 될 것이고, 종전선언이 체제 위화감을 해소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그 다음은 무엇을 주고받느냐는 단계적 협상이다. 무엇을 주고받을 지에 대한 로드맵은 미국도 가지고 있는 것 같다.

-과연 북한이 핵을 포기할 수 있을까.

△북미대화에 대한 북한의 의지는 강렬하다고 본다. 북미 정상회담이 이뤄진 장소가 왜 싱가포르와 하노이인가. 나는 미국과 북한이 서로 합의할 수 있는 선을 의미한다고 본다. 베트남은 중국과도, 미국과도 싸웠지만 두 나라와 함께 잘 지내고 있다. 싱가포르 역시 미·중 모두 좋은 사이를 유지하고 있지만 약간의 긴장도 있다. 북한이 비핵화를 이루면 베트남처럼, 싱가포르처럼 될 수 있다는 미국의 메시지다. 김정은도 일부러 베트남 야경을 구경했다.

비핵화의 프로세스도 필요하지만 북한판 마셜플랜이 필요하다. 과거 크리스토퍼 힐 대사가 왔을 때 우리가 북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논의하던 것은 두 가지다. 첫번째는 한국인 유엔 사무총장을 만드는 것, 유엔을 통해 남북문제를 해결하려는 노력이 이뤄졌다. 두번째는 북한 경제재건 프로그램이 있어야 하는데, 정권이 바뀔 때마다 흔들리면 안 된다고 생각해 6자 회담 당사국들이 참여하는 북한개발 전문금융기관을 만들려고 했다. 힐 대사가 좋은 생각이라면서, 다만 한국이 아닌 미국이 제안하는 것이 좋다고 했다. 이처럼 안전문제와 경제부흥에 대한 트랙이 함께 준비돼야 한다.

-비핵화 전제 없는 대북지원에 대한 반대로 적잖은데.

△교황께서 북한을 방문해주셨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는 것은 백신도, 식량 위기 문제도 국제사회가 풀어줘야 하기 때문이다. 남한의 쌀이 남아돌아도 직접 지원에 대해서는 국민 정서상 부담이 상당하다. 유엔인권헌장이 기아와 질병으로부터 인류를 지키는 것이다. 또 바이든 대통령이 기후변화라는 아젠다를 가지고 있다. 북한이야말로 기후변화를 논하기에 좋은 나라다. 교황을 통해서 백신이 지원되지는 않겠지만, 인류 사회에 대한 마지막 남은 군사적 위협이 상존한 이곳에서 평화를 만들기 위해서 국제적 컨센서스를 만들어주실 수 있는 분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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