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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의 기업대출은 중소기업 부문이 이끌고 있지만 최근 들어 대기업 여신도 크게 증가했다. 대기업 대출 잔액은 지난해 말부터 올해 7월까지 78조원대를 유지했으나, 8월 80조2064억원을 기록한 데 이어 지난달 81조6911억원으로 늘었다.
은행의 기업대출 확대는 7월 본격화한 가계대출 규제와 시중금리 상승이 겹친 결과로 분석된다. 가계부채 급증세가 꺾이지 않자 금융당국은 올해 가계대출 증가율을 전년 대비 6%대로 관리하라고 주문했고, 이를 위해 은행권은 지난 8~9월 일부 가계대출을 잇따라 중단했다. 반면 기업대출에는 이러한 ‘대출 총량 규제’가 적용되지 않아 은행들의 수익 확대 창구로 떠올랐다.
회사채 금리의 기준이 되는 국고채 10년물 금리는 지난달 말일 2.575%를 기록하며 연고점을 경신했다. 지난해 말일(1.713%)과 비교하면 86.2bp(1bp=0.01%포인트) 올랐으며, 7월 말일(1.874%) 대비로는 3개월 만에 70.1bp 치솟았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시장에서는 올해 회사채 발행 시장이 사실상 마무리됐다는 분석까지 나온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채권금리 추가 상승이 예상돼 대기업을 중심으로 채권을 미리 발행하려는 움직임이 큰 것 같다”며 “중견기업의 경우 금리 차이가 크지 않는 은행 대출을 받으려는 수요가 예년에 비해 늘었다”고 말했다.
정부가 급등하는 국채금리를 진정시키기 위해 이날 2조원 규모의 긴급 바이백(Buyback·매입을 통한 조기상환)을 시행하겠다고 발표했지만, 기업대출 증가세가 꺾이긴 어려울 것이란 전망이다. 금융당국이 내년 가계대출 총량관리 목표치를 4~5%로 올해(5~6%)보다 낮추면서 은행들이 이자부문 수익 만회를 위해 중견 이상의 우량 기업을 대상으로 대출 공략을 집중하고 있어서다.
시중은행 또 다른 관계자는 “기업대출 지표 금리격인 1년물 MOR(시장금리)이 현재 1.68%여서 기업 신용도가 좋으면 2%대 대출도 가능하다”며 “모든 은행이 우량 기업 발굴에 공을 들이고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다만 시중은행들이 기업대출을 늘린다는 소식은 지방은행들에게는 반갑지 않다. 지방은행 한 관계자는 “시중은행들이 지방에 있는 기업 고객까지 뺏고 있는 상황”이라면서 “각 지역 기업들과의 유대 관계가 있어 그나마 버티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