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멱칼럼]택시대란의 교훈...갈등 관리 없이는 혁신도 없다

  • 등록 2022-08-09 오전 6:15:00

    수정 2022-08-09 오전 6:56:13

[이성엽 고려대 기술경영전문대학원 교수] 최근 코로나19 엔데믹 시대로 접어들면서 거리로 나온 시민들이 밤이 되면 택시를 잡지 못해 발을 동동 구르는 귀가 전쟁이 한창이다. 택시 수요가 급증하고 있지만, 심야 시간대 택시운행이 절대 부족한 것이 그 이유이다. 만약 우버, 타다와 같이 택시 서비스를 대체, 보완하는 혁신 모빌리티 플랫폼의 도입을 허용했다면 택시 대란은 피할 수 있었을 것이다. 혁신의 흐름을 거부한 규제로 신산업의 등장을 막음으로써 애꿎은 소비자만 피해를 입고 있는 셈이다. 이 사례는 디지털 플랫폼을 둘러싼 여러 갈등 중 기존 산업, 즉 택시 산업과 디지털 플랫폼과의 갈등이라고 할 수 있다.

네이버, 카카오와 같은 디지털 플랫폼은 재화나 용역의 공급자와 수요자 등 다양한 이용자 집단 간에 이뤄지는 온라인 거래를 중개하거나 이를 촉진하는 기능을 한다. 당사자 간 정보의 비대칭성을 해소하는 것은 물론 거래에 안전장치를 제공함으로써 신뢰를 부여해주는 역할을 한다. 다만, 디지털 플랫폼을 둘러싼 사회경제적 갈등이라는 역기능도 문제가 되고 있다. 이들의 시장 영향력이 과도해지면서 독과점과 시장 쏠림, 전통산업과 골목상권 침해, 데이터의 집중, 비윤리적 알고리즘, 플랫폼 노동자의 부당한 처우 등이 이슈가 되고 있다.

이처럼 다양한 디지털 플랫폼을 둘러싼 갈등을 행위 주체 등을 기준으로 4가지 유형으로 구분할 수 있다. 첫째, 모빌리티와 택시 산업의 사례와 같이 디지털 플랫폼의 도입으로 신시장이 창출되어 기존 사업자와 디지털 플랫폼 간의 이해관계가 충돌하는 경우이다. 둘째, 디지털 플랫폼을 통해 재화·용역·콘텐츠 등을 거래하거나 소비하는 소비자와 디지털 플랫폼 간의 이해관계가 충돌하는 경우로 개인정보 침해, 안전성, 가격차별, 알고리즘 조작 등의 문제가 나타난다. 셋째, 디지털 플랫폼을 통해 재화·용역·콘텐츠 등을 제공하거나 판매하는 생산자와 디지털 플랫폼 간의 이해관계 충돌로 디지털 플랫폼의 거래상 지위 남용, 시장지배력 남용, 데이터 독점 등의 이슈가 있다. 넷째, 라이더와 같이 기존 노동법으로 규율하기 어려운 새 형태의 플랫폼 노동의 등장에 따른 갈등으로 고용불안, 안전망 미비 등의 문제가 있다.

이러한 4가지 갈등의 유형 각각에 적합한 해결책은 무엇일까. 우선 기존 산업과 플랫폼 간의 갈등 해결의 원칙은 소비자의 편익과 글로벌 시장에서 한국 플랫폼의 경쟁력을 동시에 고려하면서, 기존 산업에 대해서도 규제완화와 유연성을 높일 수 있는 정책이 필요하다. 노동과 디지털 플랫폼의 갈등 해결을 위해서는 플랫폼 노동자에 대한 최소한의 교육·노동·소득·사회보장의 체계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

생산자, 소비자와 디지털 플랫폼 간의 갈등에 대해 새 정부는 지난 정부에서부터 진행 중인 온라인플랫폼공정화법, 온라인플랫폼이용자보호법 제정 추진을 중단하고 자율규제를 추진하기로 했다. 자율규제를 통해 플랫폼은 알고리즘의 공정성과 투명성을 높이고 개인정보가 안전하게 활용될 수 있는 만반의 조치를 취하는 한편, 플랫폼 참여자들과의 거래 원칙도 보다 공정하고 투명하게 정립하기 위해 노력해야 할 것이다.

사실 기술혁신으로 인한 경제산업의 변화과정에는 언제나 갈등이 존재했기 때문에 갈등의 완전한 해소는 불가능하다고 봐야 한다. 오히려 갈등의 존재를 인정하고 이를 적절히 관리하는 것이 필요하다. 갈등관리에 실패하는 경우 사회통합을 저해하는 것은 물론 국가의 디지털 경쟁력 퇴보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갈등관리의 핵심은 이해관계자들 간 참여적 거버넌스를 구성해 파트너십과 신뢰를 형성하는 것이다. 신기술의 도입으로 인해 이해관계자, 국민에게 미치는 사회적 비용과 편익에 대한 분석을 통해 대안을 제시할 수 있는 중재자로서 정부의 역할도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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