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저임금 1만원]최저임금으로 산다는 것은…'빈곤의 악순환'

주7일 알바에도 통장엔 단돈 몇 만원 '빈손'
시급 인상폭보다 주거비·물가 인상폭 더 커
  • 등록 2017-05-02 오전 5:00:00

    수정 2017-05-02 오전 5:00:00

지난달 29일 오후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열린 ‘중소·영세·비정규 노동자 권리보장 입법쟁취’ 기자회견에서 전국금속노동조합 회원들이 연차휴가 강제사용 금지 등 4대 요구안을 밝히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데일리 김성훈 김정현 권오석 기자] 6년 전인 2011년. 대학 새내기였던 이윤서(가명·26·여)씨는 대학 캠퍼스 내 파릇파릇한 잔디처럼 싱그러운 꿈에 부풀어 있었다. 입시 지옥에서 벗어나 원하던 대학에 입학한 순간, 세상을 다 가진 듯한 기분이었다. 하지만 캠퍼스의 낭만은 채 1년이 가지 않았다.

“윤서야 어떡하니….”

수화기 너머 울음 섞인 엄마의 목소리. 예기치 않은 사고로 아버지 사업 부도 후 가세(家勢)는 급격히 기울었다. 대구에 있는 부모님에게 매달 받던 월세와 용돈이 뚝 끊겼다. 몇 만원이라도 아껴야겠단 생각에 보증금 500만원·월세 45만원에서 월세 37만원 짜리 집으로 옮겼다.

주중에는 시급 4300원짜리 학교 인근 프렌차이즈 제과점에서 매일 7시간씩 일했다.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쉬지 않고 일해 한 달에 60만원 정도를 벌었다. 주말에는 한 달에 15만원을 받는 교내 근로 장학생 아르바이트를 했다. 이렇게 번 75만원으로 월세 40만원과 공과금 5만원, 교통비 6만원, 통신비 6만원 등을 내고 나면 남은 15만~20만원이 한 달 생활비였다.

연애는 사치였다. 집 앞에서 파는 1500원짜리 김밥이 주식이 됐다. 친구들의 연락에 이런저런 핑계를 대다보니 자연스럽게 멀어졌다. 무엇보다 공부할 시간이 없었다. 휴학하고 아르바이트에만 매달려야겠다 생각한 것도 그때쯤이다.

2013년 초 월세 30만원짜리 옥탑방으로 옮겼다. 운 좋게 룸메이트를 구해 월세를 절반으로 줄였다. 여름은 그래도 견딜만 했지만 겨울이 고통스러웠다. 잠시라도 보일러를 틀지 않으면 방 안 화장품이 모조리 얼어버릴 정도였다. ‘15만원으로 살 수 있는 게 어디야’며 스스로를 달랬다.

밤낮 가리지 않고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시력이 나빠졌다. 시도 때도 없이 눈물이 나왔다. 병원을 찾으니 안압에 이상이 생겨 치료가 필요하다는 진단을 받았다. 일주일에 두 번 병원에서 진료를 받고 약을 타야 했다. 한 달 진료비와 약값 6만원이 더해졌다. 아픈 건 둘째치고 당장 생활비 픈 마음에 눈물이 났다. 친구들한테 화장품 샘플을 얻어 쓰며 약값을 메웠다.

그렇게 6년이 흘렀지만 상황은 더 안 좋아졌다. 아르바이트 시급이 오르는 속도보다 물가와 주거비용은 더 빠르게 올랐다. 지금은 주 4일 하루에 7시간씩 편의점에서 일하며 한 달에 75만원 정도를 번다. 보증금 100만원·월세 30만원을 내고 33평 아파트를 7명이 나눠 쓰는 셰어하우스에 산다.

졸업이 눈 앞이지만 취업 걱정으로 밤에 잠도 잘 안 온다. 아르바이트 하느라 취업 준비도 늦었는데 먹고 살려면 아르바이트를 그만둘 수가 없다. 가난의 악순환, 나에게 다시 꿈꿀 수 있는 시절이 찾아올까.

알바노조 회원들이 지난 8일 오전 서울 중구 명동 거리에서 ‘동일노동 동일임금 동일민낯’을 주제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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