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 부동산 정책, 인내심이 없다

  • 등록 2017-11-06 오전 5:35:00

    수정 2017-11-06 오전 5:35:00

[이데일리 조철현 건설부동산부장] 정권이 바뀌면 과거 정부 정책은 찬밥 신세가 되기 일쑤다. 어떤 정책은 하루 아침에 헌신짝처럼 내팽개쳐지고, 어떤 것은 전혀 다른 방향으로 바뀌기 십상이다. 한두 번 겪은 게 아니니 새삼스럽지도 않다. 부동산 정책이라고 예외일 리 없다. 정권마다 추구하는 이념과 노선이 다르다 보니 그럴 수도 있겠다 싶다.

그러나 목표가 다르지 않는데도 과거 정권의 정책이라는 이유로 폐기 처분되는 것도 적지 않다. 대표 사례가 서민 주거 안정 정책이다.

노태우 정부가 추진했던 저소득층을 위한 영구임대주택 25만 가구 공급 정책은 문민정부 들어 사라졌다. 김영삼 정부는 대신 50년 공공임대주택을 선보였다. 김대중 정부와 노무현 정부는 국민임대주택이라는 새로운 이름의 주택 공급 정책을 폈다. 이명박 정부는 보금자리주택 카드를 꺼내들었다. 이른바 ‘반값 아파트’ 공급 정책으로 당시 인기를 끌었지만 지금은 이름조차 사라진지 오래다. 젊은층의 주거 안정을 위해 박근혜 정부가 도입한 행복주택도 비슷한 처지에 놓였다.

비싼 주거비 때문에 고통받는 서민에게 값싸고 질 좋은 임대주택을 공급하겠다는 정책 목표야 어느 정부라고 다르겠는가. 그런데도 국토부는 공공임대주택 담당 조직을 전면 개편하고 행복주택이라는 명칭도 없앨 태세다. 대신 도시재생 뉴딜사업이 문재인 정부의 핵심 부동산 정책으로 자리잡았다. 매년 10조원, 임기 내 50조원을 들여 낙후한 도심 환경을 개선하고 세입자 주거 안정도 꾀하면서 일자리도 창출하겠다는 게 정부 복안이다.

문제는 재원 마련이다. 매년 10조원의 재원 중 정부 재정부담은 2조원인 20%에 불과하다. 나머지는 주택도시기금 5조 원, LH 등 공기업을 통해 3조원을 마련한다는 계획이다. 그렇잖아도 부채에 허덕이는 공기업에 엄청난 빚만 떠안기는 구조여서 매년 10조원 마련은 무리라는 게 많은 전문가들의 평가다.

전국의 낙후지역 500곳을 5년 재임 동안 재생하겠다는 목표도 공허하기 짝이 없다. 박근혜 정부도 3년 전 도심재생 특별법을 만들어 재생 대상지 436곳을 정했지만 지금까지 40여곳만이 사업에 착수한 상태다. 전 정부의 경제팀이 무능해서가 아니다. 재원 마련과 주민 갈등 문제 등이 발목을 잡았기 때문이다. 물론 좀 더 강한 드라이브를 건다면 사업에 속도가 붙겠지만 계획대로 500곳에서 사업이 안정적으로 추진될 가능성은 제로에 가깝다.

현 정부의 대표 부동산 정책 역시 다음 정부에 바통을 넘겨야 할지도 모른다. 그런데 5년 뒤 정권이 바뀌지 않는다는 보장은 없다. 정권이 바뀌면 도시재생 정책은 동력을 잃고 흐지부지될 운명에 처할 수 있다. 역대 정부의 핵심 부동산 정책처럼 말이다.

이런 사정으로 임기 안에 열매를 따겠다는 과욕을 부려선 안된다. 선진국 사례를 봐도 도시재생은 지자체와 지역 주민이 충분한 합의를 거쳐 추진해야 성공한다는 것이 정설이다. 속도전을 벌일 성격의 정책이 아니다. 씨를 뿌린 뒤 물도 주고 약도 뿌려 다음 정권에서 결실을 맺게 한다는 생각으로 정책을 펴는 인내심과 관대함이 필요한 때이다.

차기 대권을 누가 잡든 전 정권에서 효과를 봤던 정책은 과감하게 받아들여 더 발전시키겠다는 자신감 또한 필요하다. 정책은 한결같음에서 빛나기 때문이다.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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