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강원 산불, 제2의 ‘낙산사’는 없었다

  • 등록 2019-04-08 오전 6:00:00

    수정 2019-04-08 오전 6:00:00

[이데일리 이정현 기자] 2005년 4월6일, 낙산사가 불탔다. 당시 양양에서 일어난 산불이 강풍으로 타고 번지면서 관음보살 신앙의 본향으로 옮겨 붙었다. 화마는 사찰의 입구인 홍예문부터 진입해 일주문과 대웅전 등 주요 시설을 집어삼켰다. 조선 초기에 만든 낙산사 동종도 이때 불에 휩싸여 소실했다. 천년을 버틴 고찰이 반나절 만에 쓰러진 사건이다.

14년이 지났다. 강원 고성·속초·강릉·인제에서 역대 여섯번째로 규모가 큰 ‘재난성 산불’이 다시 번졌다. 불길은 이번에도 무섭게 달렸다. 1명이 숨지고 가구 4011세대가 대피했으며 산림 약 250ha와 주택 125여채가 소실되는 국가재난사태. 발화지점 인근에 신라 진덕여왕 때 세웠다는 신흥사와 조양동 청동기 유적, 건봉사와 천연기념물 등이 있어 걱정을 키웠다. ‘제2의 낙산사’가 나오면 어쩌나 우려의 목소리가 컸다.

“문화재 피해 0건.” 문화재청은 이번 강원도 산불과 관련해 보고된 문화재 피해는 없다고 밝혔다. 속초 보광사의 일부 건물이 피해를 입었으나 문화재는 아니라고 설명했다. 보광사에서 보관 중이던 문화재자료 제408호 속초 보광사 현왕도는 화재 발생 즉시 안전한 장소로 이전 조치해 산불피해를 입지 않았다.

문화재청은 산불 발생 이후 문화재 안전상황실을 가동했으며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의 지휘에 따라 문화재청 담당자를 파견하는 등 방재 시스템을 갖춰 대응했다. 우리 문화재가 맹렬했던 이번 산불을 피할 수 있었던건 불길에 비껴있던 덕도 있으나 산불대비 문화재 방재 시스템이 어느정도 자리를 잡았다는 방증이다. 산불이 사찰 근처로 번졌을 때를 가정해 실시한 재난대응체계 훈련도 효과를 봤다.

성숙한 문화재 방재시스템을 확인했으나 여기서 만족해서는 안된다는 지적이다. 문화재청이 나서 산림청과 각 지자체와 협의해 문화재별 소방설비를 점검하고 안전경비원 및 사회복무요원 배치 및 스마트 원격가동이 가능한 소화시설을 확충해 재난 사각지대를 줄이려 노력해야한다. 낙산사와 서울 숭례문 등 화재로 소중한 우리 문화재를 잃는 일이 다시 일어나서는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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