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가 만났습니다]"연금 사회주의는 과장된 표현…현실서 불가능"

신진영 한국기업지배구조원장 취임 1달 인터뷰
"국민연금 행동해도 기업 좌지우지 못해…한진은 특수 사례"
"국민연금 스튜어드십 도입 이후 기관 의결권 반대 늘어"
"재벌, 경영권 세습이 문제…투자가와 함께 고민해야"
  • 등록 2019-07-09 오전 5:10:00

    수정 2019-07-09 오전 5:10:00

신진영 한국기업지배구조원장이 지난 4일 서울 지배구조원장실에서 인터뷰를 하고 있다.(사진=이데일리 노진환 기자)
[이데일리 최정희 전재욱 기자] “연금 사회주의라는 말을 가장 싫어합니다. 국민연금이 지분율을 내세워 기업 경영을 좌우하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신진영 한국기업지배구조원장은 국민연금의 스튜어드십 코드(수탁자 책임에 관한 원칙) 시행을 두고 일각에서 연금 사회주의라는 지적이 일고 있는 것에 대해 강하게 반론을 제기했다. 연기금 영향력이 세지더라도 기업가를 손에 쥐고 주무를 것이라는 우려는 기우라는 것이다.

신 원장은 “기관이 행동주의 일환으로 주주권을 적극 행사하는 것은 투자가와 기업 양측에 바람직한 방향”이라며 “이런 맥락에서 국민연금이 스튜어드십코드를 도입한 것은 의미가 크고 대형 연기금도 도입을 고려하고 있어 고무적”이라고 평가했다. 신 원장과의 인터뷰는 이달 4일 서울 여의도 한국지배구조원장실에서 진행됐다. 지난달 3일 원장으로 취임한지 한 달 만이다.

진보·보수 정권 지켜본결과…“정부 간섭無”

신 원장은 `연금 사회주의`라는 우려에 대해 “과장된 표현”,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일”이라고 잘라 말했다. 그는 “국민연금이 지분율 5% 이상 기업이 300개 가까이, 10% 이상 기업이 80여개 되니 막연하게 그러는 것”이라며 “국민연금이 지분 5% 이상을 가진 기업 중에 절반은 지배주주와 특수관계인이 지분 40% 이상 갖고 있어서 큰 힘을 쓰지 못한다”고 말했다. 남양유업이 대표 사례다. 국민연금이 이 회사에 배당금을 늘리라고 요구했지만 지난 3월 정기주총에서 부결됐다. 남양유업은 홍원식 회장 지분율이 51.68%다.

한진그룹은 특수한 사례라고 평가했다. 앞서 대한항공 지난 3월 고 조양호 회장의 사내이사 선임안이 부결됐다. 국민연금이 반대한 대로 결과가 나왔다. 이를 두고 신 원장은 “대한항공 정관은 사내이사 선임은 참석 주주의 3분의 2가 찬성하게 돼 있다”며 “다른 데보다 한진만 조건이 이렇게 (엄격하게) 돼 있다”고 말했다. 이어 “한진이 안팎으로 이슈가 많은 곳이고, 지배주주 지분율도 낮으며, KCGI가 주목받았고, 국민연금이 원하던 결과가 나온 여러 경우의 수가 겹쳤다”며 “이로써 사례가 도드라진 것인데 다른 기업이었으면 결과가 달랐을 것”이라고 말했다.

우려가 나오는 배경에는 국민연금이 정치권의 간섭을 받는다는 전제가 있다. 앞서 국민연금은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건에 관여했기에 자유로울 수 없다. 신 원장은 “참여정부 때부터 원장으로 취임하기 직전까지 국민연금을 가까이서 지켜본 결과 정부가 지시해서 결과를 뒤집은 것은 삼성 합병사건 하나뿐”이라고 했다. 그는 이 기간에 의결권 자문위원, 평가보상위원 등 보직을 맡아 국민연금을 견제했다. 신 원장은 “진보와 보수 정권을 다 거쳐봤는데, 의사결정은 가이드라인에 따라 이뤄졌다”고 부연했다. 그러면서 “국민연금이 정부로부터 완전히 독립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며 “정부 관리감독을 받되, 의사 결정 과정을 투명하게 하면 된다”고 강조했다. 모범사례로 캐나다 연금투자위원회(CPPIB)와 일본 공적연금(GPIF)을 꼽았다.

행동주의 바람직…연기금 동참해 든든

신 원장은 “행동주의는 과거 적대적인 인수합병을 벗어나 현재 인게이지먼트(engagement·관여)가 주류로 자리잡았다”며 “경영진과 대화로 개선을 요구하는 것이고, 그렇지 않으면 임시 주총 소집을 요구하거나 의안을 올려 절차적으로 대응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렇게 한다고 기업의 경영권이 위협받지는 않는다”고 설명했다.

이런 관점에서 최근 KB자산운용과 KCGI가 적극적으로 주주관여 활동을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게 신 원장 판단이다. 그는 “어떤 형태든 직접 문제를 제기하고 공개해서 해결하려는 것은 새로운 시도”라며 “대상 기업에서 전향적인 태도를 보이는 것은 긍정적”이라고 평가했다. 신 원장은 KCGI와 한진그룹 대립에 대해 “양측이 공통으로 갖는 목표는 결국 기업 가치 제고일 것”이라며 “한진칼 지배구조에 바람직한 영향을 미치는 방향으로 상생하는 방안을 찾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행렬에 동참하는 기관이 늘어난 점도 고무적이다. 스튜어드십코드 가입사는 5일 현재 104곳이다. 특히 국민연금이 스튜어드십 코드를 도입한 게 컸다. 신 원장은 “국민연금이 움직인 이후 공무원연금과 사학연금도 도입을 고려하고 있다”며 “기관투자가가 수탁자로서 책임을 제대로 이행해야 한다는 인식이 정립하고 있는 것”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실제로 한국기업지배구조원 조사에 따르면 기관투자가는 지난 3월 주주총회에서 지배구조가 부실한 기업일수록 반대표를 많이 던진 것으로 조사됐다. 신 원장은 “기계적 찬성으로 의결권을 행사하던 기관이 다른 의견을 내기 시작했다”며 “기업이 지속 가능한 길을 찾도록 고민하는 것이 제도가 안착하는 방법일 것”이라고 말했다.

빌게이츠가 재벌 아닌 이유 생각해야

기업 지배구조 개선에서 재벌 문제는 짚고 넘어가야 했다. 이병철이나 정주영처럼 ‘나를 따르라’는 시대는 끝났다는 게 신 원장 생각이다. 신 원장은 “물론 창업주와 2세의 경영 능력은 인정해야 한다”며 “삼성전자는 이건희 회장, 현대차는 정몽구 회장, 대한항공은 조양호 회장이 있어서 탄생했다”고 말했다. 문제는 3세 이후라고 했다. 그는 “당사자도 회사를 어떻게 이끌어갈지 고민이 많을 것”이라며 “오너도 전향적으로 나설 필요가 있고, 결국 투자가와 함께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결국 초점은 지배구조 개선이었다. 재벌을 개혁하기 위해 지배구조 개선을 수단으로 삼는 게 아니라는 의미다. 신 원장은 “권한이 집중되면 견제와 감독이 안 돼 의사 결정이 잘못될 가능성이 크다”며 “이로써 기업 가치가 훼손하면 피해는 주주가 본다”고 말했다. 현재 가족 경영 체계가 굳어진 한국 재벌이 이 문제에서 자유로운지 생각할 문제다. 신 원장은 “미국 마이크로소프트는 빌 게이츠 가족 기업이지만 우리가 그를 재벌이라고 하지 않는다”며 “자녀에게 경영권을 물려준다고 한 적이 없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신진영 원장은

△1962년생 △서울대 경제학부(1985년) 및 대학원(1987년) △미국 카네기멜론대 대학원(1990년) 및 금융학박사(1993년) △홍콩과학기술대 조교수(1993~1999년) △아주대 경영대학 부교수(1999~2002년) △연세대 경영대학 교수(2002년~) △금융위원회 금융발전심의회 정책ㆍ글로벌금융분과 위원(2015년~) △한국증권학회 회장(2019년~) △한국기업지배구조원 원장(201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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