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고독을 즐기는 사람만이 가질 수 있는 ‘발가벗은 힘’

[발가벗은 힘: 이재형의 직장인을 위한 Plan B 전략]
  • 등록 2019-09-21 오전 4:08:37

    수정 2019-09-21 오전 8:37:28

[편집자주] ‘발가벗은 힘(Naked Strength)’은 회사를 떠나 야생에서도 홀로서기할 수 있는 힘을 말한다. 발가벗은 힘을 키워야 언제든 퇴사하고 싶을 때 퇴사할 수 있고, 야생에서 자신 있게 생존할 수 있으며, 자신이 원하는 삶을 자유롭게 살아갈 수 있다. 필자는 자신이 누렸던 대기업, 임원, 억대 연봉 등의 타이틀을 과감히 벗어 던지고, 40대 중반에 퇴사해 전문가의 길을 택했다. 그리고 야생에 소프트랜딩해 자신이 원하는 삶을 살아가고 있다. 이데일리는 필자가 ‘발가벗은 힘’을 구축하는 과정에서 터득한 경험과 노하우를 매주 소개한다. 이를 통해 비슷한 고민을 갖고 있는 직장인들이 시행착오를 줄이고, ‘자신만의 Plan B 전략’을 수립하는 데 도움이 되길 바란다.

(18) 고독을 즐기는 사람만이 가질 수 있는 ‘발가벗은 힘’

내 나이 30대엔 외로움을 자주 탔던 것 같다. 사람이 그리워서라기보다는 마음 한편에 항상 무언가 허전함이 있어서였다. 그런데 그때는 그 허전함의 실체를 정확히 알지 못했다. 하지만 40대가 되어 주체성을 가진 고독(solitude)에 익숙해지고 나니 그 정체가 무엇인지 알 수 있었다.

문제는 삶의 방향성이었다. 어떤 삶을 살아갈지 삶의 방향에 대해 알지 못했고, 또 원하는 삶이 무엇인지, 그리고 그것을 어떻게 실현해 나가야 할지 잘 모른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자기계발 과정을 통해 나 자신의 내면을 성찰하는 나만의 시간을 가지면서 야생에서도 홀로서기 할 수 있는 ‘발가벗은 힘’이 길러지고 스스로에게 가슴 뛰는 비전을 제시하면서 고민은 상당 부분 해소되었다. 그리고 허전함은 사라졌으며, 이제는 고독을 즐기는 경지에 이르게 되었다.

[사진 출처: Pixabay]
정도언 서울대 명예교수는《프로이트의 의자》에서 다음과 같이 말했다.

“현명한 사람들은 ‘고독’과 ‘외로움’을 구분해 말합니다. 고독이란 ‘혼자 있는 즐거움’이고 외로움은 ‘혼자 있는 고통’이라고 합니다. 외로움은 덜어내야 좋은 감정이지만 고독은 추구해야 할 이상일지도 모릅니다. 고독은 사람을 강하게 만듭니다. 그러나 대가는 치러야 합니다. ‘혼자 있을 수 있는 능력’이 없으면 정말 힘듭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내 안의 부모’가 아주 강해야 합니다. 남에게 매이지 않으면서 편안하기는 쉽지 않습니다.”

《프로이트의 의자》에서 언급한 “‘혼자 있을 수 있는 능력’이 없으면 정말 힘듭니다”라는 말은 “‘발가벗은 힘’이 없으면 정말 힘듭니다”라는 말로 대체할 수 있을 것이다. 고독을 즐기고 혼자 있을 수 있는 능력과 ‘발가벗은 힘’을 기르는 시간은 자기 자신을 응시할 용기와 내공을 축적하는 시간이다. 또한 내면의 소리에 귀 기울이는 시간이다.

직장생활 초년기를 돌아보면 허전함을 달래고자 피곤한 삶을 살았던 것 같다. 주변 상황에 이리저리 끌려다니며 많은 시간과 에너지를 낭비했다. 평일 저녁에는 물론 주말에도 이런저런 약속을 잡았다. 웬만한 모임에는 반드시 참석했고, 내가 주도하는 모임도 많았다.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는 것이 인생의 큰 자산같이 여겨졌다. 그러다 보니 술 마실 기회도 많았고, 몸은 자연스레 망가졌다. 삶은 복잡다단했고, 챙겨야 할 것은 너무 많았다. 그러다 30대 후반이 되어 깨달았다. 진정한 자산은 나 자신을 마주하는 시간 속에서 찾아진다는 걸. 술잔을 부딪치며 밤늦게까지 세상사와 우정을 논하던 그 많은 사람들은 지금 어디에서 무엇을 하고 있는지… 돌이켜보니 웃음이 나온다. 물론 지금까지 소중한 인연을 이어오고 있는 사람들도 있다. 하지만 돌아보면 부질없는 일에 많은 시간과 에너지를 쏟았던 것 같다. 그러다 30대 후반에 관계의 양보다 질이 중요하고, 남보다 나 그리고 내 가족이 더 중요하다는 사실을 깨달았는데, 그때나마 깨달을 수 있어서 무척 다행이다.

한 신문에 ‘지극정성 인맥 관리했지만 결국 남남. 남는 건 가족’이라는 제목의 기사가 실린 적이 있다. 지극정성으로 인맥을 관리했지만 대부분 소주 한잔 기울이기 힘든 남남으로 변했고, 남은 건 가족뿐이라는 내용이었는데, 한창때 학연(學緣)·업연(業緣)을 가꾸느라 가족을 등한시하다가 은퇴 후에야 그 노력이 덧없었음을 깨달은 사람들 이야기였다. 내가 15년간 몸담았던 회사를 떠났을 때도 마찬가지였다. 핸드폰에 저장된 전화번호는 수백 개였지만, 정작 기억에 남는 사람, 연락하고픈 사람은 소수에 불과했던 것이다.

윤평중 한신대 철학 교수에 따르면, 한국은 경제가 급속도로 발전하면서 개인의 정체성보다 집단의 성취가 우선시돼 집단주의의 경향이 다른 나라에 비해 강하다. 우리 사회에선 실력도 중요하지만 인맥을 잘 관리하는 것 자체가 능력으로 간주돼 왔다. 하지만 목적 중심으로 형성된 관계는 유통기한이 정해져 있기 마련이다.

《혼자 산다는 것에 대하여》의 저자인 노명우 아주대 사회학 교수는 “그동안 ‘인맥이 경쟁력’이라는 믿음으로 목적 중심의 관계를 맺어 왔다. 목적이 사라지면 희미해진다는 걸 깨닫는 순간 허탈해진다”고 말했다. SNS가 주는 ‘인맥 착시효과’도 피로를 가중시킨다. SNS 때문에 하루 종일 사람들과 연결돼 있는 것 같은 ‘SNS 인지 왜곡’이 생기기 때문이다.

지금 나의 일상은 전에 비해 아주 심플해졌다. 질적인 만남을 추구하고, 나 자신을 마주하는 시간, 가족과 함께하는 시간을 더 늘려가고 있기 때문이다. 이제 홀로 카페에 앉아 책을 읽고 글을 쓰며 강의자료를 만드는 시간은 나에게 혼자 있는 즐거움을 만끽할 수 있는 시간이다. ‘호모 루덴스(homo ludens)’라는 말이 있다. ‘즐기는 인간’, ‘유희적인 인간’이라는 뜻인데, 고독을 즐기고 심플한 삶을 즐기는 나는 ‘호모 루덴스’다.

삶이 심플해지면 행복해진다. 자신이 원하는 것에 더 많은 열정과 에너지를 쏟을 수 있다. 이런 습관은 우리를 독립적이고 자유로운 존재에 가까워지도록 한다. 자유도(degree of freedom)가 높아지는 것이다. 그러니 심플한 삶 속에서 고독을 즐기며, 자신을 마주하는 시간을 늘려보길 권한다. 그리고 만일 지금 외롭다고 느낀다면, 곰곰이 생각해보자. 그 외로움이 loneliness에 속하는지, solitude에 속하는지. 두 가지 외로움은 사전적 의미는 비슷해 보이지만 loneliness는 혼자 있는 ‘고통’을, solitude는 혼자 있는 ‘즐거움’을 표현한다. 즉, loneliness는 우리가 ‘외로움’ 하면 흔히 떠올리는 ‘쓸쓸함’을 의미한다. 이 외로움은 아노미(anomie), 즉 가치관이 붕괴되고 목적의식이나 이상이 상실됨에 따라 나타나는 불안정한 상태에서 비롯된다. 그에 반해 solitude는 발전과 자숙을 위한 마음의 안정을 의미한다. 능동적 자세와 열정으로 ‘하고 싶은 것’을 향해 나아가는 단계에서 일어나는 감정이다.

만일 loneliness에 빠져 있다면 자신을 마주하는 시간을 늘림으로써 그 외로움을 solitude로 바꿔나가자. 외로움을 고독으로 승화시키는 방법은 일찍 터득할수록 좋다.

이재형 비즈니스임팩트 대표

전략 및 조직변화와 혁신 분야의 비즈니스 교육·코칭·컨설팅 전문가로 활동하고 있다. KT 전략기획실 등을 거쳐 KT그룹사 CFO(최고재무책임자) 겸 경영기획총괄로 일했다. 미시간대 경영대학원에서 MBA학위를 취득했으며, 미국 CTI 인증 전문코치(CPCC), ICF(국제코치연맹) 인증 전문코치(ACC), (사)한국코치협회 인증 전문코치(KPC) 자격을 보유하고 있다. 저서로는 《발가벗은 힘》, 《스마트하게 경영하고 두려움 없이 실행하라》, 《전략을 혁신하라》, 《식당부자들의 성공전략》, 《인생은 전략이다》가 있고, 칼럼니스트로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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