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수출 규제 맞선 소부장 육성…전문인력 양성이 첫걸음"

[이데일리가 만났습니다] 이성기 한국기술교육대 총장
실무 중심형 반도체 전문 인력 양성 집중
5G기반 국내대학 최대규모 스마트러닝팩토리 개관
  • 등록 2019-10-15 오전 5:00:00

    수정 2019-10-15 오전 5:00:00

이성기 한국기술교육대 총장. 한국기술교육대 제공
[이데일리 김소연 기자] “반도체 소재·부품·장비 산업을 육성하기 위해서는 ‘인재 양성’이 가장 중요합니다. 일본정부의 수출 규제 조치에 맞서 한국기술교육대(코리아텍)는 반도체 소재 부품 산업에서 실무형 반도체 전문 인력 양성에 매진할 계획입니다.”

이성기 코리아텍 총장은 충남 천안시 코리아텍 제2캠퍼스에서 가진 이데일리와의 인터뷰에서 중소·중견기업의 수요와 연계해 실무형 반도체 전문 인력을 양성할 계획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일본의 수출 규제조치에 맞서 반도체 소재·부품 산업 인재 양성의 필요성을 강조하는 목소리가 높다. 특히 업계에서는 바로 현장에 투입해 활용할 수 있는 인력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이 총장은 “반도체 소재부품 산업에서도 연구를 중심으로 하는 전문인력이 있고, 실제로 업무를 담당하는 실무 인력이 있다”며 “코리아텍이 독보적인 경쟁력을 갖춘 직업훈련 차원에서 실무 인재를 길러낼 수 있다”고 강조했다.

코리아텍은 산업통상자원부의 ‘소재부품장비 기술인력 양성사업’ 지원대상 선정돼 연간 4억원씩 총 20억원을 배정받았다. 이 사업을 통해 대학과 기업이 협업해 현장에서 즉시 필요한 전문인력을 길러내기 위한 교육프로그램을 운영할 계획이다. 대기업 협력사인 중견·중소기업 산업체 재직자를 교육할 수 있다.

이 총장은 “코리아텍에서는 기계공학과·메카트로닉스공학과·에너지신소재화학공학과(신소재 전공)가 참여한다”며 “학위과정에서 반도체소재부품장비 석 박사급 연구개발(R&D) 인력을 양성하고 비학위과정을 운영해 산업 수요를 반영한 교육프로그램을 통해 실무 인력을 길러내고자 한다”고 말했다.

이 총장은 1988년 행정고시 32회로 공직을 시작해 고용노동부에서 혁신기획관·국제노동정책팀장·국제협력관·노사협력정책국 공공노사정책관 등을 거쳐 한국산업인력공단 능력개발이사, 코리아텍 교양학부 특임교수를 지냈다. 그러다 지난 2017년 6월 고용부 차관을맡아 지난해 10월까지 일했다.

아래는 이 총장과의 일문일답이다.

- 취임 6개월이 지났다. 소회는

△공직에 있을 때와 대학 총장으로 있을 때 아무래도 차이가 있다. 대학은 교수와 학생, 교직원 등 다양한 계층이 존재하기 때문에 정부 기관과는 문화와 풍토 면에서 다르다. 훌륭한 전통은 이어가되 새로운 시대에 맞는 대학의 역할 재정립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4차산업혁명을 선도하는 실천공학기술자 양성이 목표다. 우리 대학은 현장에서 실천할 수 있는 교육을 해야 하고, 기술자를 만들어야 한다. 취임이후 교수·직원들과 머리를 맞대고 코리아텍이 나갈 방향 고민하고 있다. 우리 대학은 산업현장에 있는 기술자를 가르치는 교육자를 양성해야 한다. 세상이 바뀌고, 최첨단 기술을 도입할수록 직업 교육이 큰 과제다.

- 어떤 변화를 준비하고 있나.

△대학교육이 현장에서 바로 접목돼 실천할 수 있는 기술자를 만들어야 한다. 이를 위해 지난 3월 스마트러닝팩토리를 개관했다. 코리아텍 스마트러닝팩토리는 국내 대학 최대 규모이자 최초의 5G 기반을 둔 점이 특징이다. 산업현장에 있는 기술자를 교육해야 하는 역할을 하기 때문에 ‘러닝(Learning)’요소를 넣었다. 4차 산업혁명에 필요한 핵심 기술들을 모듈화시켜 학생들이 모듈별로 공부하고 연구할 수 있고, 발생하는 문제를 해결하는 학습 기능을 추가했다.

예를 들면 목에 카메라를 거는 넥밴드 한 학생이 스마트러닝팩토리에서 실습을 하다 문제가 생기면 교수에게 바로 물어볼 수 있다. 넥밴드 카메라로 현장을 같이 공유하는 형태다. 전 생산공정이 자동화돼 있는 것은 물론 가상현실(VR)·증강현실(AR) 기술을 활용했다. 특수안경을 쓰면 스마트팩토리 설비를 작업하는 방법이 눈앞에 나온다. 초보자들도 순서대로 따라 할 수 있다. 올해 상반기에만 삼성디스플레이를 비롯한 대기업과 공공기관, 민간기업체 등에서 1000여 명이 스마트러닝팩토리를 벤치마킹하기 위해 방문했다. 인도네시아 직업훈련교사 30여명이 스마트러닝팩토리를 방문해 4차산업 기술연수를 받기도 했다.

- 최근 산업현장 일학습병행 지원에 관한 법률(일학습병행법)이 통과됐다.

△일학습병행제는 기업이 먼저 청년을 채용해 학습근로자가 산업현장에서 훈련을 받고 학교에서 이론교육을 배워 국가자격을 취득하는 제도다. 독일과 스위스의 듀얼시스템을 가져온 형태다. 산업인력공단에서 능력개발이사로 재직할 당시 학교에서 학생을 가르쳐도 현장에서 처음부터 다시 배워야 하는 게 문제라고 봤다. 산인공에 있을 때 일학습병행제 법률 초안을 만들었다. 일학습병행제가 시행되기 전에 가산디지털단지에 있는 C&M 로보틱스라는 기업에 먼저 적용해봤다. 이 기업 대표는 기능공 출신으로 기능경기대회 메달을 받았고, 대학 박사 학위 받아 이론과 실기를 겸비했다. 기술력을 갖춘 사장이 전문성을 가지고 학생을 가르치고, 실습해보자 했다. 국가직무능력표준(NCS) 토대로 이론 교육과 현장 실무를 병행했는데 작동이 됐다. 일학습병행제 초기에 C&M 로보틱스가 중요 사례로 작용했다.

-독일 듀얼시스템을 국내에 적용하기 쉽지 않다.

△직업훈련을 비용으로 생각하고, 투자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지 않기 때문이다. 독일은 중학교를 졸업하고 고등학교 레벨 단계에서 직장 내 훈련을 통해 현장을 배우고 학교 가서 이론을 배운다. 독일은 3년 과정으로 첫해는 임금수준이 기존 근로자들의 3분의 1, 현장에서 노동에 종사하는 시간도 3분의 1 정도다. 나머지 3분의 2는 학교에 가서 수업을 듣는다. 2년 차, 3년 차에는 현장에서 일을 더 많이 한다. 숙련도가 높아지면 그만큼 임금도 오른다. 기업이 듀얼시스템을 운영할 경제적 유인이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에선 고교 졸업생이라고 해서 월급을 3분의 1만 주는 건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최저임금은 무조건 줘야 해서다. 대신 기업이 직무훈련을 시킬 때정부가 훈련비를 일부 지원하기도 하지만 기업 입장에선 큰 인센티브는 아니다.

-향후 일학습병행제 어떻게 나가야 할까.

△앞으로는 고숙련 과정(석사과정)이 활성화돼야 할 것으로 보인다. 중소기업에서 일학습병행제를 도입해 근로자를 교육시켜도 이직을 하는 경우가 생긴다. 이제는 자질을 갖춘 근로자(대학 졸업생)가 중소회사에 들어와서 실무를 배우고 이론은 대학원이나 연구단지·연구기관과 연계해 심화 과정을 배우는, 고숙련 인재 육성으로 가야 한다. 회사에서 OJT를 받고 연구단지에서 Off-JT(현장 외 훈련) 심화과정으로 산업별 핵심 인재를 키우는 고숙련 과정이 활성화해야 한다.

코리아텍은 2015년부터 대학 인근의 산업수요에 맞추어 기계전기융합공학과 1개로 출발, 현재는 학부 3개 전공(기전융합공학과·기계설계공학과·강소기업경영학과)과 고숙련마이스터과정 2개 전공(기계설비제어공학과·IT융합소프트웨어공학과) 등 5개 특성화 과정으로 운영하고 있다. 단과대학인 ‘일학습병행대학’에서 현재 450여명의 재학생이 공부 중이다. 올해 기전융합공학과 졸업생 19명을 배출하는 첫 결실을 거뒀다. 코리아텍이 기업과 학교에서 신뢰를 받고 있으니 둘을 이어주고 문제가 발생하면 해결하는 역할을 할 수 있다.

-총장 임기 동안 꼭 이루고 싶은 성과는

△코리아텍에 총장으로 오면서 현장에서 실제로 사용할 수 있는 실천·실기중심의 선도 기술자를 만들겠다는 목표를 가지고 왔다. 앞으로 학생들의 학습방법도 점차 바뀔 것이다. ‘미래 학습관’을 짓고자 한다. 미래학습관에서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최첨단 통신기법을 활용해 교육을 진행하고, 원격 제어도 할 수 있다. 그 이후에는 개도국이나 북한까지도 교육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 남북관계가 좋아진다는 전제 아래 북한이 경제 성장을 이루기 위해 반드시 경제성장을 주도할 산업인력, 인재를 키워야 한다. 직업훈련이 필수다. 직업훈련을 하려면 그에 앞서 직업훈련 교사를 양성하는 게 최선의 과제다.

코리아텍은 원격훈련을 통해 온라인 기술공학 콘텐츠를 가지고 이들을 교육할 수 있다. 개발도상국 근로자나 북한 근로자는 VR·AR콘텐츠를 활용해 온라인교육을 받으면 된다. 온라인으로 최대한 공부하고, 오프라인으로 모여 직접 교육도 받아 직업훈련 교사로 성장할 수 있다. 북한의 경우에서 코리아텍까지 오기 어려우니 개성공단에서 단기간 오프라인 교육을 받을 수 있다. 개도국 전문가가 우리나라 직업훈련 교사 자격증을 취득하도록 하고, 이 자격증을 상호 인증 형태로 자국에서도 활용할 수 있도록 추진할 계획이다. 많은 나라의 경제 성장은 직업훈련을 통해 이뤄졌다. 교육이 경제성장의 기저였다는 걸 다른 나라도 잘 알기 때문에 직업훈련에 대한 수요가 높다. 이 수요를 감당하려면 온라인 콘텐츠도 활용해야 한다. 미래학습관이 만들어지면 효율적으로 직업훈련 교사를 배출할 것으로 예상한다.

유정열(가운데) 산업통상자원부 산업정책실장을 비롯한 관계자가 27일 더케이호텔서울에서 열린 반도체 소재·부품·장비 기술 인력양성 사업 출범식에서 기념촬영하고 있다. 정부는 6개 대학, 41개 중견·중소기업과 손잡고 5년 동안 300명의 전문 연구인력 양성을 꾀한다. 산업부 제공
지난달 24일 오전 충남 천안시 한국기술교육대에서 기업과 고교 간 파트너십을 강화하는 일학습병행 평생학습 포럼과 다자간 프리미엄 협약식이 열렸다. 고교와 기업 참석자들이 일학습병행제 안정적 정착을 위해 토론하고 있다. 한국기술교육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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