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CP금리 급등, 자금시장 경색 `경고음`…한은·정부 시스템 구축해야

[전문가와 함께 쓰는 스페셜 리포트]
산업은행 등 채권 발행 지원…즉시성 떨어지고 구축효과
중앙은행 매입자금 지원하고 정부 신용위험 맡아야
가산금리·수수료 부과 등 전제로 증권사 CP, 매입대상 포함 검토해야
  • 등록 2020-04-09 오전 1:10:00

    수정 2020-04-09 오전 9:30:22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 이데일리 김재은 김혜미 기자] 코로나19 팬데믹에 금융시장에서의 공포가 치솟으며 가장 먼저 경색 신호가 나타난 곳이 바로 단기자금시장이다. 기업어음(CP)과 전자단기사채 금리가 뛰면서 위험 신호를 보냈다.

회사채보다 상대적으로 만기가 짧기 때문에 회사채 자금조달이 어려운 기업들이 단기자금시장을 찾는다. 그 때문에 부도도 먼저 나타나고 이후 회사채 시장으로 유동성 경색이 급속하게 퍼진다.

정부가 지난달 24일 발표한 금융시장 안정화 방안에는 단기자금시장 안정을 지원하기 위한 CP·전단채 매입 프로그램이 포함돼 있지만 보다 전향적으로 나설 필요가 있다. 한국은행이 나서 매입하고 정부가 신용보증을 제공하는 식의 지원에 나서야 한다. CP와 전단채 발행잔액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큰 증권사 발행 CP나 자산유동화기업어음(ABCP), 전단채를 매입 대상에 포함시키는 방안도 고민해야 한다.

[이데일리 김정훈 기자]
◇ 산업은행 등 시장 구축효과에 신속성 떨어져


현재 산업은행, 기업은행 등 정책금융기관의 부담으로 CP·전단채 매입이 이뤄지고 있다. 문제는 이들은 시장에서 채권 발행으로 자금을 조달해야 하기 때문에 지금같은 위기 상황에는 시장금리를 끌어올리는 요인이 될 가능성이 크다. 이 때문에 미국의 사례처럼 중앙은행이 발권력을 동원해 CP·전단채를 매입하는 재원을 공급하는 방식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 다만 이렇게 중앙은행이 매입자금을 지원한다면 신용위험을 떠안게 되는 문제가 발생한다. 신용위험 관리는 중앙은행의 영역이라기보다 정부 재정정책의 영역이다. 이에 따라 기획재정부 등 정부가 기금을 마련하고, 이를 통해 중앙은행이 매입하는 CP·전단채에 대한 신용보증을 제공하는 방식으로 보완해야 한다.

시장에서는 기획재정부가 2조~3조원 수준의 기금을 조성하고, 이를 통해 신용보증을 제공할 경우 한국은행은 최소 10배인 20조~30조원 규모의 유동성 공급이 가능할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이에 대해 한국은행 고위관계자는 “CP 매입 등 유동성 공급에 나서기 위해선 정부가 국회의 동의를 받아 손실을 최소화(신용보증)할 필요성이 있다”며 “결국 경제정책을 맡는 기획재정부가 국회와 논의하고 한은과 같이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도 일정부분 미국과 같은 모델을 적용할 수 있는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

기획재정부 고위관계자는 “시장에서도 일정부분 역할을 해야 한다”면서도 “좋은 방안이 있다면 충분히 검토해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금융위원회 고위관계자 역시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 재무부와 같은 역할 분담은 현재 한은법 80조를 근거로 얼마든지 가능하다”며 “한국은행과 기재부간 협의를 통해 방안이 마련되는 게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기획재정부의 재원 마련은 재난지원금 등과 함께 국회의 동의를 얻어 집행 가능하다는 설명이다.

이같은 시스템이 구축될 경우 또 다른 위기가 발생하더라도 시장 유동성 경색에 빠르게 대처할 수 있는 탄탄한 안전망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한계기업 아닌 유동성 위험 방지 초점

여기서 문제는 CP·전단채 시장의 과반이상을 차지하는 증권사들의 도덕적 해이나 특혜성 지원이라는 비판이다. 상대적으로 일반기업에 비해 유리한 위치에 있는 금융사나 대기업을 지원하는 것에 대해 금융당국이나 정부는 주저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회사채 시장보다 기업 부도가 먼저 발생하는 단기자금시장 안정을 위해선 일정부분 유동성 공급이 필요하다.

이 역시 미국 연준과 재무부의 CP 매입 프로그램에서 힌트를 얻을 수 있다. 미국 연준은 기준금리를 0%로 인하했음에도 CP시장에서 유동성 경색이 발생할 조짐을 보이자 신속히 CP 매입 프로그램(CPFF2020)을 발표했다. 지난달 17일 뉴욕 연준은 특수목적회사(SPV)를 설립, 대출을 실행하고, SPV가 일정조건을 만족하는 3개월 만기 CP를 매입했다. 매입 대상에는 ABCP도 포함됐다. 매입한 CP는 신용공여자인 뉴욕 연준에 담보로 제공되며, SPV가 매입한 CP 신용위험은 뉴욕 연준이 아닌 미국 연방정부가 우선적으로 부담한다. 미국 재무부는 뉴욕 연준의 CPFF2020에 대해 거래안정기금을 활용, 100억달러(12조원)의 신용보증을 제공한다.

주목할 부분은 CP 매입가격이다. 우리나라의 콜금리 격인 OIS(Overnight Index Swap)의 3개월물 금리에 200bp(1bp=0.01%포인트)의 가산금리가 붙는다. 또 CPFF2020에 참여를 신청할 때 SPV가 매입하는 최대금액의 10bp를 수수료로 내야 한다. SPV가 매입할 수 있는 CP양엔 한도가 설정돼 있고, 3월 16일 기준 최근 1년간 발행잔량 최고치 이상 매입은 허용되지 않는다. SPV외 투자자 매입한 부분도 매입한도에 포함된다. CP평가등급은 최소 A-1/P-1/F-1 이상이어야 한다.

이는 유동성 공급을 통한 시장안정화에 목적이 있을 뿐 코로나19 사태 이전부터 어려움을 겪던 기업이 발행한 CP를 매입함으로써 한계기업에 대한 자금지원이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한 것이다.

국내 증권사들이 발행한 CP(ABCP 포함) 등급은 A1으로 금융당국 지원대상 기준에 부합한다. 자본시장 자금조달 비중이 높아 유동성 경색 우려가 제기되는 증권사들에 가산금리를 부과하는 것을 전제로 CP 매입 대상에 포함시키는 방안이나 증권관련 유관기관을 경유해 단기 유동성을 공급하는 방안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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