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장성 성추행 사건은 부사관 사망을 계기로 군이 대대적으로 벌이고 있는 성범죄 근절 분위기 속에 터져 더 충격적이다. 누구보다 모범을 보여야 할 장성이 범행 당사자란 점에서 군의 성범죄 근절 진정성을 의심받을 수밖에 없게 됐다.
군 수뇌부는 결국 또 반성문을 썼다. 7일 서욱 국방부 장관을 비롯한 전군 주요 지휘관들은 “폐쇄적이고 위계적인 조직 문화로 군 구성원의 성 인식이 부족했다”고 잘못을 인정했다. 그러면서도 사태 여파가 군 수뇌부에까지 미치는 걸 막으려는 듯 이례적으로 장성 성추행 사건 전 과정을 시간대별로 공개했다
그의 다섯 번째 사과에도 국방부가 군내 성폭력 근절을 위한 실효성 있는 대책을 내놓을지 회의적인 시각이 많다. 군은 그동안 공군 부사관 사망사건을 수사·조사하는 과정에서 “제 식구 감싸기”, “뒷북 처벌”이라는 비난을 받아왔다.
군이 분골쇄신하고 환골탈태하는 길은 한톨의 거짓이나 숨김없이 모든 걸 드러내놓는 것이다. 그리고 가해자와 피해자가 뒤바뀌는 비정상 악순환의 고리를 끊어야 한다. 무용지물 매뉴얼이 아니라 낡은 구조를 깨고 제대로 대처할 수 있도록 전군에 경종을 울려야 한다. 더이상 보여주기식으로 그쳐선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