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멱칼럼]원격의료, 글로벌 의료산업의 시각으로 보자

  • 등록 2021-11-16 오전 6:15:00

    수정 2021-11-16 오전 6:15:00

[이기준 연세대 치의학과 교수] 원격 의료 논의가 뜨겁다. 우리나라의 앞선 정보통신 기술이 방역에 적용되고 코로나로 인한 비대면 일상에 대중이 적응한 결과일 것이다. 원거리에 의료정보를 전달하고 처리하는 광의의 개념인 원격 의료는 1940년대 미국 펜실베이니아에서 약 24마일 떨어진 전자의무기록을 전송함으로써 시작되었다고 한다. 이후 1950년대를 거치며 선구자격인 의사들이 방사선 영상뿐 아니라 동영상의 형태로도 의료 자료를 전송하는 시도를 계속했다. 최근 영상의학과에서의 영상 원격 전송 및 판독은 기본적 술식으로 시행하고 있는 셈이니 전혀 낯선 개념은 아니다. 반면 요즘 논의 대상이 원격진료는 실제 진단 및 처방이 이뤄지는 차원, 즉 보다 협의의 의미라고 볼 수 있다. 코로나로 인해 한시적으로 허용된 올해 전화 처방 건수만 약 3개월만에 50만건 이상으로 급증했고 표면적으로는 큰 기술적인 문제 없이 진행되고 있는 듯하다.

원격 진료에 대한 최근 여론은 이러한 세태를 반영하듯 대체로 긍정적으로 기우는 것 같다. 병원 감염에 대한 우려와 함께 무엇보다 바쁜 현대 생활에서 병원에 내원하지 않고 처방을 받을 수 있는 편리함을 부정하기는 어렵기 때문일 것이다. 정부도 지난 6월부터 원격 의료에 관한 규제챌린지를 개시하여 격오지 등 의료 취약지역과 장애인 등 취약계층을 대상으로 원격진료를 시행하기 위해 박차를 가하고 있다.

반면 의료계는 여전히 반대가 심하다. 대형병원으로의 쏠림 현상 및 진료의 안전성, 그리고 의료 민영화에 대한 우려를 제기한다. 단순히 의사 집단의 밥그릇 싸움으로만 해석할 수는 없는 이유가 분명히 있다. 안전성의 문제 때문이다.

여론조사에서도 나타나듯 원격의료에 대해 찬성하는 쪽도 전제는 ‘안전성’을 바탕으로 하고 있다. 원격으로 진료받고 약을 처방받는 과정에서 필수적으로 체크해야 할 사항을 누락하여 문제가 생길때 원격진료라고 양해할 환자는 아무도 없을 것이다. 필자의 영역인 치과에서도 교정진료의 경우 생명과 직결되는 부분이 아니기에 원격진료를 통한 간이진단이 언뜻 가능할 듯 보인다. 하지만 실제 경험상 방사선 사진 등에 대한 정밀 분석 후 내린 가진단이 환자의 상태를 직접 눈으로 확인한 후 최종진단 과정에서 변경되는 경우가 허다하다. 격오지나 장애인이라 해도 의료의 질은 동일해야 하기에 제한적인 원격진료를 할때 의료분쟁이나 의료사고로 이어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그렇다면 첨예한 갈등을 빚고 있는 원격의료문제를 어디에서부터 풀어야할까. 원격 진료가 우선적으로 통용될 수 있는 영역은 어디일까? 역사적으로는 전시상황이나 우주정거장에서 응급상황 발생시 이 같은 원격 진료가 효과를 발휘할 것으로 기대됐다. 하지만 전쟁이나 우주탐사 등은 극히 예외적인 상황인 만큼 현실적으로는 재외국민 혹은 외국인 대상의 원격의료에 관심을 가졌으면 한다. 현실성 뿐 아니라 의료업계의 수익성 면에서도 무리가 없기 때문이다. 여기에 전세계 의료시장에서 원격진료는 의사와 환자와의 진료행위 뿐 아니라 의사와 의사간 교육, 의사와 기관간 교류 등 실로 다양한 형태로 진화할 수 있다는 점도 염두에 둘만하다.

한 예로 2014년부터 사우디 보건국과 한국보건산업진흥원의 협약을 통해 치과에 도입한 사우디 전공의 수련사업은 국내 면허가 없는 외국인 의사에게 국내 수련 자격을 부여하는 특례를 적용하며 무리없이 잘 진행되고 있다. 국내 의료인들간 이해상충의 여지가 없음은 물론이다.

또 많은 국가에서 고난도 환자의 진단을 위한 간이 자료를 국내 의료진에 보내 초기진단을 하는 것은 이미 외국인 환자 진료의 한 프로토콜로 자리 잡고 있다. 일부 스타트업이 인공지능을 이용한 의료 플랫폼을 구축하며 이를 뒷받침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앞선 의술을 인식하고 다양한 증례에 대해 자문을 구하는 외국 의사의 수요는 무한하다는 점에서 국내외 의사간 범국가적 의료 플랫폼 구축도 고려할만하다.

의료 플랫폼이 구축되면 국내 업체의 의료기기가 세계 시장에 진출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 실제 치과업계에선 수천억에서 1조원대의 매출을 바라보는 기업들이 다수 등장하고 있는데 해외시장에서만 매출의 80-90%를 올리고 있다. 어떤 플랫폼이라도 세계 시장을 석권할 수 있는 기반을 다지고 추진한다면 수익성 및 고용창출을 극대화할 수 있고 여기에 국내 소외계층에도 유사한 의료서비스를 통해 원격의료의 혜택을 제공할 수 있을 것이다. 원격 진료 정책은 단순히 밥그릇 싸움이 아니라 우리나라의 앞선 의료 기술을 해외에 전파하고 산업적 성장과 고용창출을 도모하는 의료계의 플랫폼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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