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격 진료에 대한 최근 여론은 이러한 세태를 반영하듯 대체로 긍정적으로 기우는 것 같다. 병원 감염에 대한 우려와 함께 무엇보다 바쁜 현대 생활에서 병원에 내원하지 않고 처방을 받을 수 있는 편리함을 부정하기는 어렵기 때문일 것이다. 정부도 지난 6월부터 원격 의료에 관한 규제챌린지를 개시하여 격오지 등 의료 취약지역과 장애인 등 취약계층을 대상으로 원격진료를 시행하기 위해 박차를 가하고 있다.
반면 의료계는 여전히 반대가 심하다. 대형병원으로의 쏠림 현상 및 진료의 안전성, 그리고 의료 민영화에 대한 우려를 제기한다. 단순히 의사 집단의 밥그릇 싸움으로만 해석할 수는 없는 이유가 분명히 있다. 안전성의 문제 때문이다.
그렇다면 첨예한 갈등을 빚고 있는 원격의료문제를 어디에서부터 풀어야할까. 원격 진료가 우선적으로 통용될 수 있는 영역은 어디일까? 역사적으로는 전시상황이나 우주정거장에서 응급상황 발생시 이 같은 원격 진료가 효과를 발휘할 것으로 기대됐다. 하지만 전쟁이나 우주탐사 등은 극히 예외적인 상황인 만큼 현실적으로는 재외국민 혹은 외국인 대상의 원격의료에 관심을 가졌으면 한다. 현실성 뿐 아니라 의료업계의 수익성 면에서도 무리가 없기 때문이다. 여기에 전세계 의료시장에서 원격진료는 의사와 환자와의 진료행위 뿐 아니라 의사와 의사간 교육, 의사와 기관간 교류 등 실로 다양한 형태로 진화할 수 있다는 점도 염두에 둘만하다.
한 예로 2014년부터 사우디 보건국과 한국보건산업진흥원의 협약을 통해 치과에 도입한 사우디 전공의 수련사업은 국내 면허가 없는 외국인 의사에게 국내 수련 자격을 부여하는 특례를 적용하며 무리없이 잘 진행되고 있다. 국내 의료인들간 이해상충의 여지가 없음은 물론이다.
의료 플랫폼이 구축되면 국내 업체의 의료기기가 세계 시장에 진출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 실제 치과업계에선 수천억에서 1조원대의 매출을 바라보는 기업들이 다수 등장하고 있는데 해외시장에서만 매출의 80-90%를 올리고 있다. 어떤 플랫폼이라도 세계 시장을 석권할 수 있는 기반을 다지고 추진한다면 수익성 및 고용창출을 극대화할 수 있고 여기에 국내 소외계층에도 유사한 의료서비스를 통해 원격의료의 혜택을 제공할 수 있을 것이다. 원격 진료 정책은 단순히 밥그릇 싸움이 아니라 우리나라의 앞선 의료 기술을 해외에 전파하고 산업적 성장과 고용창출을 도모하는 의료계의 플랫폼이 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