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멱칼럼]외교라인, 이대로는 안 된다

  • 등록 2022-09-26 오전 6:15:00

    수정 2022-09-26 오전 6:15:00

[신율 명지대 정외과 교수]윤석열 대통령은 얼마 전 대통령실을 대폭 개편했다. 그런데 유감스럽게도 대통령실 개편이 지지율 오름세를 견인했다고 보기는 힘든 것이 사실이었다. 그럼에도 의미는 부여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지지율을 위해서 대통령실을 개편해야 한다기보다는, 일을 잘하기 위해서 개편하는 것이라면 당장의 지지율 상승보다 더욱 큰 의미를 부여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번 윤 대통령의 영국과 유엔 그리고 캐나다 방문을 보면, 대통령실의 인적 개편이 무엇을 위한 것이었는지 의구심이 들 수밖에 없다. 이번 윤 대통령의 순방은 여러모로 구설수가 많았기 때문이다. 영국에서는, 조문을 제대로 하지 못했다는 야당의 공격이 있었고, 한일 정상회담은 우리 측의 주장대로 ‘약식 회담’인지, 일본의 주장대로 ‘간담회’였는지 설이 분분할 뿐 아니라, 바이든 대통령과의 ‘만남’은 48초 동안 이뤄졌다는 차원에서 말들이 많을 수밖에 없다. 순방 막판에는 윤 대통령의 비속어 논란마저 불거졌다. 흔히 외교는 말과 의전이라고 하는데, 의전도 문제였고, 말도 화근이 되는 순방이었던 것이다. 상황이 이렇게 돌아가니 대통령 지지율은 다시금 20%대로 떨어졌다. 한국갤럽의 9월 4주 차 정례 여론조사(9월 20일부터 22일까지 전국 만 18세 이상 1,000명을 대상으로 조사, 응답률은 10.4%, 표본오차는 95% 신뢰 수준에 ±3.1%p)를 보면, 윤 대통령의 지지율은 지난주 대비 5%p 떨어진 28%를 기록했다.

이런 지지율 하락에 대해 한국갤럽은 영빈관 신축 논란과 조문·외교 관련 논란이 복합적으로 영향을 끼친 결과라는 분석을 내놓았는데, 여기서 외교 관련 사안이 지지율 하락의 원인 중 하나라는 분석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원래는 대통령이 외국을 순방할 경우, 지지율이 오르는 게 정상이다. 정권을 초월해서 대부분의 경우가 그랬다. 그런데 윤 대통령의 경우, 해외 순방이 지지율에 부정적 영향을 끼치고 있다. 그 이유는, 여러 가지 있을 수 있다. 지난번 외국 순방 때는, 김건희 여사의 액세서리 문제가 불거져 지지율에 긍정적인 영향을 끼치지 못했고, 이번엔 의전과 대통령 본인의 말이 문제가 됐다. 영부인의 문제는, 영부인 본인이 앞으로 더욱 조심하면 해결될 것이겠지만, 문제는 ‘의전의 미흡’과 ‘외교적 실수’다.

한일 정상회담과 한미 정상회담이 이뤄질 것이라고 성급히 발표한 것은 외교상의 중대한 실수다. 지금의 한일관계를 고려하고, 또한 상대국의 현재 상황을 고려하며 회담 성사를 밝혔어야 했다는 것이다. 현재 일본 정부의 상황은 우리만큼 힘들다. 기시다 정권의 지지율이 20%대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기시다 정권에게 한일 정상회담은 적지 않은 부담일 수밖에 없다. 이런 일본의 상황을 감안했다면, 섣부른 회담 성사 발표는 없었을 것이다. 한미 정상회담도 마찬가지다. 일반적으로 유엔을 방문하는 외국 국가 원수들은 두 사람을 꼭 만나고 싶어 한다. 한 사람은 유엔 사무총장, 다른 한 사람은 미국 대통령이다. 유엔 사무총장은 웬만하면 유엔 본부를 방문한 외국 국가 원수를 만난다. 유엔의 수장으로써 회원국 국가 원수를 만나는 것은, 업무의 일환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미국 대통령의 경우는 유엔을 방문하는 국가 원수들을 현실적으로 모두 만나기 어렵다.

이런 점을 생각해 보면, 대통령실은 도대체 어떤 이유에서 한미 정상회담을 그토록 자신했는지 궁금하다. 한마디로 대통령실의 외교라인의 상황 판단과 현실 감각에 의구심을 가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현재와 같은 상황을 방치할 경우, 외교적 문제는 더욱 심각해질 수 있다. 현재 대통령실의 외교라인이 설정한 외교의 방향성이 아무리 옳다고 해도, 그 추진 과정에서 지금처럼 문제들이 노출된다면, 우리나라 외교는 상당한 어려움에 빠질 수 있다. 윤 대통령 본인의 리스크도 관리해야겠지만, 대통령실의 외교라인에 대해서도 윤 대통령이 심사숙고할 때가 됐다. 정치는 타이밍임을 명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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