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스볼 블로그]감독님, 불평등의 반대말을 아세요?

  • 등록 2012-07-16 오후 2:00:48

    수정 2012-07-16 오후 2:00:48

[이데일리 스타in 정철우 기자] 요즘 부쩍 유명(?)해진 황상민 연세대 심리학과 교수가 얼마 전 한 TV 프로그램에 나와 이런 말을 했다. “불평등의 반대는 평등이 아니라 공정이다. 우리 정치인들이 이걸 모르고 있다는 것이 큰 문제다.”

`공정`은 이 시대의 화두다. 제대로 경쟁할 수 있도록 공정한 기회를 갖게 해달라는 목소리가 높다. 그만큼 우리 사회는 불평등하거나 평등만 강요받고 있다.

즐거운 야구 이야기를 하며 무거운 정치 이야기를 꺼낸 이유도 여기에 있다. 우리 감독님들 역시 불평등의 반대말을 잘못 해석하고 있는 듯 보이기 때문이다.

한국 프로야구에서 감독의 힘은 절대적이다. 아직 성숙되지 못한 구단의 운영 시스템과 여전히 부족한 프로세스는 감독에게 많은 것을 의존하게 만들어 놓았다. 한국 프로야구에선 감독의 능력이 성적에 큰 영향을 미치는 이유이기도 하다.

때문에 한국 야구의 감독은 더욱 더 공정해야 한다. 선수들을 평등하게 대해주는 것이 아니라 공정하게 경쟁할 수 있게 만들어 주어야 한다.

평등한 기회 제공은 생각보다 어렵지 않다. 여기 똑같이 16타석에 들어선 선수 A와 B가 있다고 가정해 보자. 둘은 평등한 기회를 얻었다. 그러나 A는 4경기에 내리 출전하며 쌓은 기록이고 B는 10경기서 16타석을 들어갔다. 그들은 결코 공정한 경쟁을 하지 못했다.

투수도 마찬가지다. 0-8로 지고 있는 상황에서 던진 투수와 2-1로 앞선 상황에서 던진 투수의 기록을 1:1로 비교해선 안된다.

2군 기록도 마찬가지다. 베테랑 선수에게 2군에서의 빼어난 성적표를 원한다는 건 투혼을 보여달라는 의미 깊숙이 뭔가 다른 메시지가 담겨 있을 가능성이 높다. 반대로 형편없는 2군 성적을 갖고 있어도 `유망주`라는 이름으로 기회를 많이 얻는 선수가 많다면 팀 분위기가 좋아지긴 어렵다.

감독의 선수 기용은 우리가 상상하는 것 이상으로 선수들에게 미치는 영향이 크다. 선수들이 감독의 마음을 엿볼 수 있는 가장 확실한 방법이기 때문이다.

감독과 선수 사이엔 그리 많은 대화가 오가지 않는다. 소통보다는 오해가 생기기 쉽다. 감독이 짠 라인업은 그래서 더 중요하다. 흔들림 없는 원칙이 필요한 이유다.

트레이드가 활성화 된 리그라면 이야기가 또 달라질 수 있다. 감독과 뜻이 맞지 않은 선수라면 트레이드를 요구한 뒤 다른 팀에서 기회를 잡을 수도 있다. 하지만 한국은 어떤가. 종종 감독과 불화로 트레이드를 요청하는 선수들이 있기는 하지만 결과는 대부분 좋지 않다.

트레이드 요청으로 불화만 수면 위로 떠오르게 됐을 뿐, 정작 성사되기까지 너무도 오랜 시간이 걸린다. 몸과 마음이 모두 상한 뒤 잡게 된 새로운 기회에서 곧바로 성과를 낸다는 건 매우 어려운 일이다.

우승 팀엔 늘 좋은 선수들이 중심에 있다. 더 중요한 것은 선수 기용에 잡음이 생기지 않은 팀들이 확률이 높다는 점이다. 누가 봐도 이해할 수 있는 라인업. 선수들이 보다 공정한 기회를 얻은 팀일수록 강해질 가능성이 높아진다.

겉으로 드러난 평등은 포장지일 뿐이다. 공정이란 튼실한 내용물이 채워지지 않는다면 감독이 꿈꾸는 진정한 강팀은, 먼 나라 이야기가 될 것이다.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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