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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행관이 응찰자 19명 가운데 감정가를 웃도는 7억 3908만원을 써낸 정모씨를 호명하자 이곳 저곳에서 탄식이 터져 나왔다. 이 아파트에 응찰했던 김모씨는 “요즘 경매시장에 나오는 아파트가 귀해 감정가에 버금가는 금액을 써냈는데 감정가보다 높은 가격에 낙찰될 줄은 미처 예상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아파트 분양권 전매 제한 및 청약 자격 강화 등을 골자로 한 ‘11·3 부동산 대책’과 미국 금리 인상 등 악재가 겹친 서울·수도권 주택시장에 한파가 몰아치고 있지만 경매시장은 ‘나홀로 호황’을 누리고 있다. 정부가 과열 양상을 빚고 있는 분양시장을 옥죄자 이참에 경매로 내 집을 장만하려는 수요가 쏠리는 이른바 ‘풍선효과’가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여기에 경매 물건 진행건수가 역대 최저치를 경신하며 경쟁이 치열해진 것도 한몫했다는 분석도 많다. 그러나 이러한 호황은 일시적인 현상으로 내년 상반기 이후 경매 물건이 대거 쏟아지면 낙찰가율(감정가 대비 낙찰가 비율)이 조정국면에 들어설 가능성이 커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견해다.
법원경매 지표가 상승한 것은 서울·수도권 주거시설 물건 감소가 적잖은 영향을 미쳤다. 지난달 전국 법원경매 진행 건수는 9476건으로 전월 대비 617건 감소했다. 낙찰 건수도 3727건으로 전월 대비 536건 줄며 경매 통계가 작성된 2001년 1월 이후 역대 최저치를 기록했다. 이달 들어서도 경매 진행 건수가 1만 건을 밑돌 것이라는 게 업계의 예측이다. 실제로 이달 진행된 서울·수도권 지역 주거시설 진행 건수는 722건에 머무는 등 경매시장에 나온 아파트가 귀한 대접을 받고 있다.
상황이 이렇자 경매로 나온 신건 아파트도 감정가를 웃도는 선에서 낙찰되는 사례가 적지 않다. 지난 26일 경매에 부쳐진 서울 송파구 방이동 올림픽선수기자촌 아파트 전용 83㎡형은 6명이 입찰 경쟁을 벌인 끝에 감정가(8억 4000만원)의 106%인 8억 9000만원에 새 주인을 찾았다. 경매장을 찾은 한 경매업체 관계자는 “6개월 전 감정가를 적용하다 보니 현재 시세와 비교해 1억원 정도 싼 가격에 낙찰받는 셈”이라고 말했다.
내년 2·3분기 이후 경매 물건 쏟아질 듯…낙찰가율도 조정 가능성
부동산 물건이 경매 처분된 후 실제 경매법정에 나오기까지 평균 6~7개월 이상 걸리는 점을 감안하면 분수령은 내년 2~3분기가 될 전망이다. 이창동 지지옥션 선임연구원은 “내년 6~9월 이후 경매 물건 급증과 함께 시장 침체에 따른 수요 감소로 낙찰가율도 본격 하락할 수 있다”며 “적정 가격에 주택을 낙찰받고 싶다면 지금보다 경매 물건이 많고 입찰 경쟁도 덜 치열할 것으로 예상되는 내년 상반기 이후로 응찰 시기를 정하는 게 좋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