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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만찬회동은 새 정부 출범 이후 각 경제주체들과 릴레이 회동의 일환이다. 지난 7월 호프미팅으로 화제를 모은 재계총수와의 회동에 이어 노동계의 목소리를 듣기 위한 것이다.
정권 출범 과정에서 ‘우군’ 이었던 노동계를 늦게 초청한 것에 대한 부담감 때문이었을까. 청와대의 노동계 모시기 준비는 극진했다.
우선 양대노총 지도부와의 환담 장소를 정상급 외빈 접견시 주로 사용되는 본관 접견실로 정했다.
전태열 열사가 과거 즐겨먹었다는 콩나물밥도 함께 준비했다. 가을 전어도 올랐다. 고소한 냄새에 집나간 며느리도 돌아온다는 가을전어였지만 민노총은 끝내 불참했다. 건배주로는 선운복분자주와 고창해안복분자주가 등장했다. 2016년 대한민국 우리술 품평회 과실주 부분 대상을 차지했고 2005년 APEC 공식 만찬주였다.
민노총은 불참 사유로 △문성현 노사정위원장의 회동 배석 △민주노총 소속 일부 산별노조 및 사업장을 개별 접촉한 점 △정책간담회보다 정치적 이벤트를 위해 만찬행사를 앞세운 점 등을 들었다.남정수 민노총 대변인은 “만찬행사에 민주노총 소속 개별조직에 대한 초청을 중단할 것과 관련한 사과와 재발방지 약속을 요구했지만 청와대가 행사를 강행하겠다는 입장을 전해와 불참을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불참사유치고는 궁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 연말 국정농단 사태 이후 촛불집회, 대통령 탄핵, 조기 대선으로 이어지는 국면에서 민노총이 문 대통령의 우군 역할을 해왔다는 점을 고려하면 예기치 못한 돌출행보라는 분석이다. 온라인 공간에서는 “제2의 홍준표다”, “귀족노조답다”, “민노총이야말로 적폐”라는 비판 여론이 쏟아졌다.
박지순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노정간 대화를 위한 전주곡을 울리는 자리인데도 본부를 거치지 않고 산하기관에 따로 연락을 했다는 이유로 불참한다는 것은 바람직하지 못하다”며 “노정간 원만한 대화가 이뤄지길 바랐던 국민들에 대한 배신행위에 해당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민노총은 꽉 막힌 권위적인 행보를 취하기보다 사회변화에 맞춰 유연한 자세로 협상테이블에 앉을 필요가 있다”고 주문했다.